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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비 Mar 24. 2016

죄에서 돌이킬 용기

의과대학 본과 1학년 때의 일이다. 

오후에 생리학 실습이 있었는데, 조교 선생님이 수업 전에 조별로 한 마리씩 개구리를 잡아오라고 했다. 

갑자기 떨어진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우리 조원들은 버스를 타고 시내 외곽의 논이 많은 곳을 찾았다. 

논두렁을 헤매며 개구리를 잡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운 덕에 참 개구리 몇 마리를 포획할 수 있었다. 

그때 덩치 큰 개구리를 만나는 게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연꽃이 유명한 양평 두물머리에 간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만난 참개구리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의예과 때부터 실습한다고 잡은 개구리가 몇 마리인지 모른다. 자잘한 이빨이 나 있기는 하지만 물어도 아프지 않아 맘 편히 손에 쥐고 있으면 튼튼한 뒷다리로 발버둥을 치는 느낌을 잘 기억하고 있다. 

위기를 직감한 탓인지 더욱 빠져나가길 애쓰는 개구리의 요동은 살아있는 게 무엇인지를 잘 느끼게 해준다. 


방심하다가 놓쳐버린 개구리들의 필사적인 노력은 높이 살만하다. 손에서 빠져나와 물속에 첨벙 들어가 버리면 다시 그놈을 잡기란 어렵다. 그런데 가끔 그 개구리가 다시 잡힐 때가 있다. 

죽을 고비를 맛보았으면 멀리 도망가버릴 것이지, 뭐가 궁금하다고 다시 고개를 내밀어 포획자의 손에 잡혀 죽음을 재촉하는지 알 수가 없다. 


죄에 대한 우리 인간의 모습도 이런 게 아닐까 싶다. 

분명히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죄를 짓는 쪽으로 너무 자연스럽게 기울곤 하는 내 모습을 보면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잘못되었다면 과감히 털어버리는 것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마치 큰 손해를 보는 느낌으로 유혹을 받을 때 그것들을 떨쳐버리려면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것이다. 

내 손에 잡혀 어떤 운명에 처해질지 몰라 두려워 떠는 이 개구리를 보면서 

겸허한 마음으로 욕심을 버리고 자유를 향해 신속히 돌아설 용기를 북돋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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