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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비 Apr 15. 2016

고진감래, 풍란이 피워낸 꽃

지인분이 접시 위에 숯을 얹어 예쁘게 꾸며서 선물해주신 풍란이 내 방에 온 지 2년 만에 꽃을 피웠다. 

뿌리가 다 드러나 있어 과연 이게 살 수 있겠는가 생각하였었다. 

풍란은 원래 남해안의 바위에 붙어서 자라는 난인데, 바람 속의 습기를 먹고 자란다고 한다. 


물을 주어도 금세 흘러내려 가 버려서 머물 새도 없는데 어찌 수분을 공급하나 해서 물을 열심히 자주 주곤 하다가 지쳐서 한 1년쯤 지나서는 드문드문 물을 주었다. 

도리어 많이 아껴주지 못했는데도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예쁜 꽃이 활짝 피어난 것이다. 


풍란이 꽃을 피운 이유가 무엇인지 아는가?

목숨의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러다가는 죽겠구나'라고 위기의식을 느끼자 종족 번식을 위해 부랴부랴 꽃을 피워낸 것이다. 


이 아름다운 꽃이 피어난 사연을 알고 나니 한없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식물도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고 감정이 있다는 말도 있다. 


우리 인생에 아름다운 꽃이 피어났다면 그것은 견디기 어려울 만큼 힘든 고통을 겪었다는 말과 같다. 

이 고통을 이겨내면 세상을 환하게 밝힐 향기로운 꽃대가 솟아날 것이다. 

화려하게 피어난 꽃 이면에 존재하는 남모르게 흘린 눈물을 기억하면서,

우리도 苦盡甘來의 길에 들어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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