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비 Apr 15. 2016

우직하게 한 곳에 붙어있는 사람의 열매

며칠 전 뉴스에서 교토 성의 벚꽃 구경을 하러 온 한 중국 관광객이 자신은 너무 벚꽃을 사랑하기 때문에 이 꽃을 고국에 가져가야겠다며 꽃을 꺽어들었다는 기사가 났었다. 

아름답게 치장한 신부가 얌전히 손에 잡아든 부케보다 더 아름다운 이 꽃을 자기가 갖겠다고 꺾어 든 순간 꽃은 죽어가게 마련이다. 

그냥 놔두었으면 한여름이 지나 꽃이 달렸던 곳마다 수많은 열매가 맺혔을 텐데 그 아름다움에 도취하여 꺾어낸 가지는 수일을 견뎌내지 못하고 쓰레기가 되어 버려졌을 것이다. 


가지에서 열매를 맺는 가장 확실한 비결은 그냥 나무에 붙어 있는 것이다. 

지금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어디든 가도 대접받을 것 같지만, 그것은 정말 잠시일 뿐이다.

그냥 우직하게 나무에 붙어서 그 안에 거하기만 하면 저절로 열매가 맺히는 것인데, 뭔가 해보겠다고 발버둥을 칠수록 일은 꼬여가기 마련이다. 


나와 함께 일하고 있는 직원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에 대해 불만이 너무 많다. 언제든 떠나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곤 한다. 

그런데 막상 여기를 떠난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거기도 똑같더라는 것이다. 좋아졌다고 말하는 사람보다는 더 상황이 안 좋아졌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조금 힘들더라도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인내해야 한다. 수많은 유혹이 우리를 이 나무에서 떨어져 다른 곳으로 가라고 부추기지만, 절대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 


머무는 그곳에서 감사한 마음으로 스스로 만족하며 우직하게 자기 일을 감당하고 있는 사람에게 쌓여가는 내공을 살펴보라. 

우리는 쉽게 한 곳에 오랫동안 붙어있던 그 사람의 열매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지금 짐을 내려놓고 허리를 펴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