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삶은 원래 행복한걸까 불행한걸까

달라서 더 관심 있습니다

by 루헤 Ruhe

여느 때와 같이 저녁을 먹고 이야기를 하던 중, 문득 이재는 나에게 말했다.

"너는 삶에 부정적인 순간이 오면 그 존재를 잘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아. 왜 이런 게 존재하지?라고 생각하는 것 같달까. 나 같은 경우 인생은 원래 힘든 거라서 크게 개의치 않거든."

인생은 원래 힘든 거라니. 살면서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도 없고 말해본 적도 없는 문장이었다. 물론 모든 순간이 행복하고 꽃길을 걷고 있는 것처럼 산 건 아니지만 힘든 것이 출발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었는데.


그 말을 들으니 심리 상담을 처음 받으러 간 날이 생각났다. 몇 년 전의 나는 과중한 업무에 지쳐있었는데, 다들 잘 버티고 사는 것 같은데 왜 이렇게 힘들까라는 생각으로 첫 상담을 예약했었다. 여러 차례의 상담 후 일뿐만 아니라 여러 문제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고 원인을 알게 되니 그냥 번아웃이 온 게 아니라 구체적인 이유가 존재했다는 것 또한 인지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애초에 상담을 간 것은 이유를 알고 싶어서였다. 직장을 다니면서 취미도 가끔씩 하고, 친구들도 종종 만나고, 혼자 집에 있는 것도 잘 즐기는데 왜 이렇게 힘이 들까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이후로 힘들다는 생각이 들면 이 정도로 힘든가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지금 어떤 게 힘든 건지 생각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습관을 들였다. 그 감정에 깊게 매몰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인생의 기본값은 +도 -도 없는 0이라고 생각하니까 -가 오더라도 0으로 다시 올려놓으려는 노력이다.


기본적으로 삶은 불행하다거나 고통스럽다는 생각을 별로 하지는 않았어서 이재와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재는 힘든 와중에 행복한 순간 혹은 재미를 찾아가면서 사는 것이 삶이니 부정적인 감정이 들 만한 시기에도 원래 그런 거니까 하고 넘기는 편이라고 했다. 반대로 나 같은 경우 원래 인생은 재밌고 흥미로운 거니까 힘든 순간이 오면 곧 지나가리라는 마음으로 사는 편이다. 뭐, 둘 다 결론적으로는 정신적으로 피폐하게 살지는 않으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수많은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했었지만 이렇게 아주 반대되는 의견을 마주한 것이 이재와 오랜만이라 지인들과 가족들에게도 물어봤었는데, 지인들은 대부분 이재와 같았고 가족들은 반반이었다. 아마도 더 가까운 사이인 가족들에게 어렸을 때부터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았던 걸까?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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