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려면 찾아야 하는 것

수영하듯이 해

by 진아

"매일 오시니까 금방 느는 것 같아요."

칭찬을 나를 수영하게 한다.


태어나 처음으로 수영을 배우기 시작한 초보 수강생은 수업이 끝난 뒤

이 말을 중얼거리며 수영장을 나선다.

'아니 원래 이렇게 힘든 거야?'

팔다리가 바람에 나부끼는 종잇장 같은 느낌이다. 팔랑거리며 날아갈 것만 같다.

힘없이 늘어져 겨우 대강 몸을 씻고 나온다. 서서 옷 챙겨 입는 것도 힘겹다.

이렇게 저질 체력이더라도 수영은 꼭 배워보고 싶었다.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벼르고 벼르다 강습을 등록하고 수영을 배우기 시작한 지 이제 3주가 좀 지났다.

고백하자면 난 확실히 수영에 재능이 있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같은 시기 수영을 시작한 초급반 중에서도 곧잘 배운 대로 금방 따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처럼 몇 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다소 더딘 속도로 연습해 나가는 사람이 있다.

뭣도 모르고 이 운동을 시작할 때만 해도 금방 인어처럼 자유로이 물속에서 몸을 움직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수영이란 게 이렇게 운동량이 어마어마한 줄 미처 몰랐다.

25m 레일을 한 두 번만 왔다가 갔다 해도 헥헥거리면서 강사님께 너무 힘들다는 눈빛을 발사한다.

물속에 들어갔다 나왔음에도 뜨끈뜨끈한 머리의 온도가 느껴진다. 용을 써서 그런지...

내 처지가 이렇다 보니 사람들 수영하는 모습 하나하나가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직접 해보기 전에는 이게 그냥 막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몰랐다.

뭐든 그냥 되는 게 없고 배우고 익히는 데엔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수영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

기본 중에 기본인 호흡법을 배우고 물속에 들어갔는데 숨을 쉴 수 없어서 당황스러웠다.

강사님이 "자, 음~~~ 하고 파! 하세요." 하면서 아주 쉽게 시범을 보이는데 나는 그게 안 된다.

들으면 알겠는데 몸은 말을 안 듣는다. 코로 물이 들어왔다 나가고 숨은 막힌다. 이런 걸 총체적 난국이라고 할까. 호흡부터 난관이라니. 호흡법부터 시작된 난관은 줄줄이 이어졌다.

호흡법 어느 정도 알겠다 싶었더니 발차기, 발차기 한 번 하고 나니 팔 동작, 팔 동작 배우고 나니 자유형 동작을 배우는데 아직 호흡도 제대로 못 하는 것 같은데 어느새 자유형 동작까지 진도가 나가있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더듬더듬 눈 감은 채 길 찾는 심정으로 익혀 나가고 되든 안 되든 계속하다 보니 그게 또 가끔은 되더라는 거다?


운동이 매력적인 건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나를 직관적으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습은 배반하지 않는다. 이 말을 다시금 생각했다.

개인이 가진 역량 차이에 따라 발전 속도는 다를지언정 오로지 나만 생각하면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나'는 늘 진일보하고 있다. 실력은 안 되더라도 나는 주 5회를 등록한 열정 수강생이다. 거의 매일 출석 코드를 찍으며 수영을 했다. 잘 되든 안 되든 그냥 했다. 발전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강사님은 별다른 연습을 하지 않더라도 물에 그냥 떠 있기만 해도 된다고 했다. 그냥 걸어 다니면서 물에 익숙해지기만 하는 것도 도움이 많이 된다고 개인 연습을 격려했는데 그 말이 맞았다. 환경을 내 몸에 익히고 익숙하게 만들기 그리고 조금이라도 꾸준하게 매일 연습하기. 꾸준히 하는 것의 중요함을 또 한 번 느꼈다.

그래, 꾸준함은 참 중요했는데 말이지.


꾸준함을 놓았다가 다시 돌아가는 길은 그만큼의 공이 들어간다. 요즘 글 쓰는 것에 느끼는 마음이 부쩍 그렇다. 매일 한 단락이라도 안 되면 한 줄이라도 적었던 글을 이런저런 핑계로 4개월 정도 놓았더니 글 쓴다고 자리에 앉는 데에도 꽤나 많은 에너지가 든다. 꾸준히 착실히 글 쓰는 것에 에너지가 집중되어 있을 때는 일상의 순간들이 다 글감으로 다가오는 순간도 있었는데 다시금 발전기를 돌려야 할 시점이 왔다.

다시 글을 쓰려고 봤더니 묵혀 뒀던 이야기들이나 쓰다 만 글들이 스크롤을 두 번은 내려야 될 정도로 쌓였다. 그때그때 바로 쓰지 않았더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인 것들도 보인다.

천리 길도 한 걸음이라도 가야 도착하고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발차기 연습하듯이 다시 시작해 봐야 되겠다. 새해도 됐겠다. 뭔가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기에 타이밍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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