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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Apr 11. 2023

차별인지 감수성

'차제걸이' 마음 

'까칠할 것 같은데...'

'오, 인상 좋아보여'


 

길거리에서 모금 활동을 하거나 한국의 평화를 바라며 백악관에 청원을 넣기 위한 서명 운동을 한 적이 있다.

길에서 일면식이 없는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제 3세계 나라를 위한 모금을 요청하거나 

서명을 해달라고 할 때는 괜시리 주저하는 마음이 든다. 


'거절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내가 숱한 전단지들을 정중히 거절하듯이 누구나 거절하기도 하고 응하기도 하고 

본인 자유 의지에 따라 행동할 수 있음을 안다.

그럼에도 낯선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서 뭔가 요청해야 하는 상황은 

두근 두근하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냥 생김새나 표정만 보고선 어떤 사람일 것이다 궁예질을 한다.

상냥한 느낌으로 말해줄 것 같은 사람에게 자연스레 발걸음이 향하는 거다. 

요청에 응해주진 않더라도 싸늘한 시선은 받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초창기에는 정말 내 느낌대로 사람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잘 응해줄 것 같은 사람, 상냥할 것 같은 사람, 바쁘지 않아 보이는 사람 

그런 과정에서 크게 알게 된 게 있다. 

머리 굴려서 분별하여 다가가면 결과는 오히려 내 예상과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인상이 좋아보이고 어쩐지 둥글둥글하게 생겨서 다가가보면 오히려 훨씬 차가운 경우가 많았다.

반면에 까칠해보이고 날카로워 보였던 사람이 다가가 말을 걸면 

반색까지 하면서 흔쾌히 요청에 응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생김새로 그럴 것이다 생각했던 것이 얼마나 큰 편견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피부색이 달라서 인종이 달라서 남자라서 여자라서 성소수자라서

직업이 무엇이라서 옷을 어떻게 입고 다녀서 

숱하게 가졌던 편견 그리고 차별적 생각들.


퍼뜩 나도 엄청난 편견과 차별적 인식을 가지고 있음을 알았다. 

모금과 서명을 받으면서도 생김새로만 사람들을 판단했던 거다. 

정말 쓸데없는 머리 굴림이었다는 생각이 들자 오히려 '차제걸이'의 마음을 내보자 했다. 


차제걸이는 출가승들의 걸식행위로 부처님 계실 때부터 시작되었다. 

걸식행위는 단순히 밥을 얻어 먹는 행위가 아니라 중요한 수행법 중 하나다.

집착을 끊고 만물에 대한 차별과 구별 의식을 없애는 하나의 방법이다. 

걸식을 구하는 집이 가난한지 부자인지 어떤 형편인지 따지지 않고 차례대로 걸식하는 것이다. 

그걸 구분 짓는 순간 마음에 대상을 차별짓는 마음이 생기고 

그건 만중생이 평등하다는 것을 실천하지 못한 것이다. 

 


마음을 푹 놓았다. 어차피 보이는 모든 사람에게 다가가서 물어보면 되는 거다.

지금 말을 거는 이 사람이 친절할 지 말지 

요청에 응해줄 지 말지 조마 조마 하는 마음이 없이 그냥 편안한 마음이 된다. 

그러니 오히려 어렵지 않고 그런 것들이 고스란히 상대에게 전달이 된다. 


나는 정말 차별하지 않는가? 모두를 평등하게 대하고 있는가?


우연히 우리가 잘 인지 하고 있지 못 하지만 차별과 혐오가 담긴 표현을 본 적이 있다. 

그 중에 기억에 남는 건 '결정장애' '반팔' '다문화가정' 이었는데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특정 인종 및 지역에 대한 차별이 내재되어 있는 표현이라고 한다. 



일상 속 순간 순간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판단하고 차별하고 있을까?

아마 그런 줄도 모르고 사는 경우가 많을 거다. 

내가 차별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느끼면서 말이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선호는 있을 수 있다 하더라도 (이것도 끌려다니지 않으려면 놓아야 하지만)

무엇이든 이건 맞고 이건 틀렸고 이건 좋고 저건 나쁘다 하는 건 다 각자 만들어둔 기준 안에서 

각자 판단 평가 하는 것일 뿐이다. 


꽃을 볼 때 난 이 꽃이 좀 더 좋네 이렇게 말할 순 있어도 

이 꽃은 나쁜 거야, 틀린거야.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을까. 


취향이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난 동배꽃이 예쁘다. 꽃은 이 자체로 그냥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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