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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Apr 15. 2023

가진 물건과 마음의 상관관계 (2)

02. 어쨌든 방향은 미니멀 라이프  

'위기다'

마음속에서 경보음이 울린다. 

도시 생활이 이제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옷들이 늘어나고 있다.

분명히 옷 다이어트를 좀 했던 것 같은데 작심삼일 같은 느낌이다. 


정확한 기간은 모르겠지만 옷을 사지 않은 지는 4~5년 정도 됐다.

앞서 얘기한 적 있었지만 시골에 사는 기간 동안에는 옷을 살 필요가 없었다. 

시골에서 살았기 때문에 필요로 하는 옷들은 대부분 농사일 할 때, 외부에서 일할 때를 제외하곤 

거의 없다시피했고 가끔 그나마 격식을 차려야 할 때 입는 옷은 가지고 있었다. 

겨울에는 오직 검정 롱패딩 하나만 입고 계절을 났다. 충분했다. 

매일 무채색의 똑같은 옷을 입어도, 다소 늘어난 바지를 입고 다녀도 

(신발도 겨울에는 털신, 여름에는 고무신을 신었다.)

아무 걸림이 없었다. 그냥 기본값으로 입고 다니는 옷들.


그래도 가지고 있는 옷들은 꽤나 됐다. 

언제 입을 지 모르는 원피스(이것도 누군가에게 받은 것)

1년에 한 번 정도 입게 되는 정장용 블라우스, 자켓, 바지

시골에서 입기에는 다소 실용성이 떨어지는 티셔츠 혹은 바지들 


그것 마저도 이번에 사는 곳을 옮기게 되면서 찬찬히 들여다보게 됐다.

짐을 보관해둘 공간도 마땅치 않고 가지고 갈 때도 최대한 가볍게 가자 싶어서 줄여보고 줄여본 거다. 


언젠가는 입겠지 싶어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옷들은 처분했다. 

좀 더 어렸다면 입었을 원피스는 현재로서는 다소 부담스러운 마음이 들어서 안타깝지만 처분 

정말 좋아했던 자켓은 디자인이나 뭐나 나한테 찰떡이라 여겼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바래진 상태가 잘 회복이 안 되어서 아쉽지만 이별 

거의 새 것과 같은 상태의 청바지는 입었을 때 몸에 안 맞는 것도 아니고 색깔도 무난한데 어쩐지 손이 잘 가지 않아서 늘 그 상태 그대로 모셔져만 있어서 나눔을 했다. 


'만물에는 제 자리가 있습니다.'라고 하는데 

나한테서는 빛을 발하지 못하던 녀석들도 누군가 손에 들려 새생명을 얻는 모습을 많이 봤다.

그런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감사해서 그렇게 새인연을 지어주고 싶은 의욕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사진으로 저장 저장 해두었다. 

역시나 아끼면서 좋아하던 가방이 있었는데 최종까지 고심을 했다. 

사용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싶었지만 과감하게 이별을 선택.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필요로 하는 사람이 금세 가져갔는데 바로 아쉬운 마음이 팍하고 올라왔다. 역시 보내지 말걸 이러면서 


여전히 물건과 이별하고 정리하는 과정은 갈팡질팡하게 된다는 걸 느꼈었다.


그래도 이런 스스로는 결단이 필요했던 과정을 거쳐서 

봄여름철에 입는 옷 티셔츠+바지 등 포함해서 약 35벌

가을겨울철에 입는 옷 티셔츠+바지+외투 포함해서 약 40벌 

로 만들었다. 이 분량의 옷들은 그리 크지 않은 옷장 두칸에 다 들어갔다. 



그래도 나름 단촐하게 시작할 수 있었는데


도시 살이를 시작하고 하는 업무가 사무 업무로 조정되었고 공간에 적절한 옷이 바뀌었다. 

공간 하나 달라졌을 뿐인데 다시금 뭔가 새로운 옷을 입고 싶은 욕구가 꿈틀거린다.

지금 환경에 적절히 맞는 옷이 없다고 합리화되는 측면도 있고 

주변에서 본인에게 맞지 않는데 혹시 입어 보지 않겠냐고 옷을 주겠다는 사람이 많다. 

또 근처에 옷을 나눔하는 공간이 있는데 그곳에서 내 옷을 자유롭게 내놓을 수도 있고 필요하면 가져올 수도 있다. 내 옷은 아직 내놓지 못 했다.


그렇게 받은 옷들이 

바지 3벌 (청바지 2벌, 검은색 바지 1벌)

겨울 코트 1벌 


나눔하는 공간에서 스스로 들고온 옷들이 

티셔츠 2벌 아니 3벌...원피스 1벌도 있다. 


야금 야금 10벌 이상 옷이 늘어났다. 순식간이다. 방심하는 순간 본래 습관대로 돌아가는구나. 아차 싶다. 

원칙이 필요한 순간인 것 같다. 

내 본래 목표는 첫 사물함 상태에서 좀 더 비워보자 였는데 조금 반대방향으로 흘렀다.

이전의 습관과 새로운 것을 입어보고자 하는 욕구에 좀 많이 끌려간 사실을 인정한다.

물질적인 것이나 하고 싶은 것에 끌리는 마음을 많이 보고 있다. 그런 마음들이 속속 일어나는데 

그러니 군살 붙듯 옷이 불어났다. 알아가니 재밌는 마음이다. 


절대값은 그대로 두고 옷장에 새로운 옷이 들어온다면 기존에 있던 것을 하나 비움 하면 되겠다.

이 옷이 정말 필요할 것인지, 또 함께 같이 입을 수 있는 것들이 있는지

현재 내 몸 상태에 적합한지 등등 여러 사항을 고려하여 최선을 선택을 해본다. 


이리 끌려갔다 저리 끌려갔다 해도 어쨌든 방향은 미니멀 라이프니 그냥 그 방향으로 다시 가본다. 

이번에 늘어난 옷들. 작심삼일로 끝나는 다이어트 같은 물건 다이어트지만 또 결심하고 다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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