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아 May 09. 2023

비난에도 칭찬에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

마음의 중심 잡기, 그 선물은 누구 것이 됩니까? 

좋아하고 닮고 싶은 부처님 이야기가 있다.

여느 날처럼 부처님께서 걸식을 하고 있었다.
어느 브라만의 집 앞에 이르렀을 때인데
그 브라만이 부처님을 보자마자 삿대질을 하며 욕을 했다.

"육신이 멀쩡한데 왜 남에게 밥을 빌어먹느냐? 그러지 말고 네 힘으로 일을 해서 먹어라.
나는 너한테 음식을 줄 수 없다."

그런데 이 사람의 욕설에도 부처님은 빙긋이 웃었다.
그러자 브라만이 부처님을 보고 다시 따지듯이 물었다.

"내 말이 아니꼬우냐? 왜 내가 말을 하는데 웃지?"

그러자 부처님께서
"당신 집에 가끔 손님이 오십니까?"하고 물었다.

"그럼 손님이 오지."하고 그 사람이 대답했다.

"손님이 오실 때 선물을 가지고 오기도 합니까?"
"그렇지"
"만약 손님이 가지고 온 선물을 당신이 받지 않으면 그 선물은 누구 것이 됩니까?"
"그야 선물은 가지고 온 그 사람 것이 되지."

그러자 다시 부처님이 빙긋이 웃으면서
"당신이 나한테 욕을 했는데 그것을 내가 받지 않으면 그 욕은 누구의 것이요?" 하고 물었다.

브라만은 그 순간 깨달았다.
무릎을 꿇고
"알았습니다. 부처님. 잘 알았습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러면서 집 안에 들어가서 아주 좋은 음식을 차려 부처님께 드렸다.

누군가 나에게 화를 내는 것 같거나 짜증을 내는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그냥 찰나에 바로 함께 불쾌해진다. 상대방의 말투나 표정에 걸리고 그 감정에 휘말린다. 상대가 나를 비난할 때 내가 마치 그런 사람이 된 것처럼 마음이 침울해지기도 한다. 누군가가 나에게 긍정적이지 않은 반응을 보이거나 좋지 않게 생각한다고 해서 그게 꼭 내 기분이 좋지 않을 필요조건이 되진 않는다.

반대로 누군가 나를 칭찬하고 띄워주면 기분이 들뜬다. 칭찬해 주는 말에 우쭐해지면서 내가 그런 사람이구나 생각하게 된다. 누가 나를 좋아하는 것도 그렇다. 나를 좋아해 주거나 칭찬을 하는 상대방의 말투나 표정에도 감정이 일어난다. 칭찬받고 누가 날 좋아한다고 해서 기분이 붕 떴다가 상대가 더 이상 그렇지 않다고 돌아섰을 때 그 상실감은 오히려 더 큰 것 같다. 

비난이든 칭찬이든 마음이 일어나는 건 동일한데 사실 그건 상대방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을 뿐이지 나 때문이 아니다. 싫어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비난하고 칭찬하는 것도 다 각자의 마음이다.  



요즘은 화를 내거나 기분이 나쁘면 몸에 기운이 쫙 빠진다. 아마 예전에도 그랬을 텐데 감각들이 예민해지면서 더 잘 느껴진다. 감정을 소모하는 것도 엄청난 에너지가 든다.

상대의 반응에 따라서 나도 같이 부정적인 반응을 하면 실상은 내가 그 사람의 반응에 엄청나게 휘둘리는 것이라는 걸 예전엔 몰랐다. 상대방이 비난하는 것에 내가 기분이 나빠진다면 사실 내 기분은 그 상대방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는 셈이다. 그 사람이 내 기분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내 기분은 상대방에게 온전히 달려있게 된다.


‘어떻게 이런 얘기를 듣고 화나지 않을 수 있어?’ 하면서 내가 분개할 때 똑같은 이야기를 듣고도 아무런 타격도 받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 모습을 보면서 꼭 화낼 일이란 건 없을 수도 있다는 걸 배웠다.


‘부정적 반응에 부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기’



말은 쉽지만 막상 해보려고 하면 사실 잘 안 된다.

이런 거 저런 거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깨어있기 전에 바로 불쾌한 마음이 드는 것이 100번 중에 99번이다. 

어쩌다 실수로(?) 순간적 감정과 떨어진 상태에서 좀 더 객관화하여 내 마음을 살펴볼 수 있다. 


좋은 얘기를 들었을 때도 잔잔한 마음으로 감사히 받으면 크게 문제가 없지만 그 얘기가 크게 다가와 마음이 커지면 상대방과 나에 대한 기대가 동시에 커지는 걸 느낀다. 크게 휘둘리지 않는 사람은 칭찬이나 좋다는 얘기에도 오히려 평정한 마음을 유지해서 객관화가 잘 된다. 


비난이든 칭찬이든 상대방에 의해서 마음이 왔다 갔다 하는 원리는 동일하다. 

그래서 부처님 이야기가 참 대단하게 느껴진다. 상대가 어떤 말을 하거나 반응을 보이든 그건 상대의 일이고, 나는 내 마음에 깨어있는 것이 그대로 실천이 된다. 


내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간다는 건 내 마음이나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말이나 행동에 의해 덜 휘둘릴 때 가능한 것이지 않을까? 그렇지만 현실은 부처님처럼 누가 비난하더라도 빙긋이 웃으면서 "안 좋은 말을 하는데 내가 안 받으면 그게 누구의 것이 되나요?"까진 하지 못한다.

그래도 지금의 그런 내 수준을 알고 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지난 한 주도 혼자 여러 의미부여 많이 했다. 상대방의 부정적 반응과 긍정적 반응에 끄달렸다가 돌아왔다가를 반복해 봤는데 좀 더 여유를 가지고 내 마음에 깨어있어 봐야 되겠다. 흔들리지 않고 중심잡기.


매거진의 이전글 중고거래 사기 당한 썰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