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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May 13. 2023

생각보다 할 만 해

02. 살이 빠졌다. (feat. 밀가루 멀리하기)

'살이 빠졌다.'


밀가루와 멀어지기 실천 일주일 동안 조금씩 조금씩 몸무게가 줄었다. 다이어트 효과를 기대했던 건 아닌데 괜찮은 부수입이다. 생각해 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일단 먹는 양이 줄었다. 중간중간 '입이 심심하다.' '배가 출출한데'하면서 소소하게 먹었던 간식들을 먹지 않게 됐다. 먹던 간식들의 주재료가 대부분 밀가루이니 먹을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 그 영향이 꽤나 컸다. 쌀 핫도그나 찹쌀 꽈배기 같은 건 혹시 괜찮을까 싶었더니 그것도 밀가루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지 밀가루 없이 가공된 게 아니었다. 


밀가루를 먹지 않는다 생각했을 때 제일 아쉬운 부분이 디저트였다. 국수나 전이나 주식에 해당하는 음식들은 어떻게 안 먹어보고도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빵이나 과자는 그 달달한 맛이나 부드러움에 길들여져 있어서 헤어지는 것이 매우 아쉬웠다. 밀가루와 멀어져야 한다는 필요성을 계속 느끼면서도 계속 실행을 망설이게 됐던 것도 새로운 빵이나 과자들이 나타나 번번이 유혹당했기 때문이다. 딱 이것만 하면서 이유를 만들어 합리화했다. 


마음을 갈음하는 데까지는 시간이 꽤나 소요되었지만 그래도 한 번 결정을 내리고 나니 생각보다 번뇌가 덜하다. 아직까지는 우려했던 것보다 밀가루에 굉장히 초연한 나를 발견하고 있는 중이다. '먹을까? 말까?' 고민하면서 들이는 에너지가 크진 않은 편이다. 혹시나 내가 마음이 약해질까 봐 주변에도 널리 알렸다. 몇 번 먹으라고 권유하던 주변 사람들도 대략 인정해 주는 분위기라 감사하다. 


'참는다'는 개념이 아니라 '안 먹길 선택한 것'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니 먹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는 느낌이 덜하다. 그러니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 생각보다 번뇌 없이 가볍게 안 먹는 쪽으로 선택이 잘 되고 있다.


물론 고민되는 순간이 어떻게 없을 수가 있겠는가. 왜 꼭 다이어트하겠다고 결심하면 약속이 많이 잡히는 것처럼 밀가루를 먹지 않겠다 하고 나니 케이크 먹을 일이나 케이크 선물이 많았다. (평소 케이크를 얼마나 사랑했는데…) 

먹어보고 싶다는 욕구도 장애지만 무슨 맛일지 궁금한 마음, 맛이나 촉감을 알고 싶은 욕구도 장애가 됐다. 

'30만 원 가까이하는 케이크는 무슨 맛일까? 어떤 느낌일까? 촉감은?' 

신라 호텔 2단 케이크가 행사에 사용된 뒤 맛볼 기회가 있었다. 

 '맛만 볼까?' 하는 생각이 찰나에 스쳐 지나갔지만 눈 딱 감았다. 확실히 비싼 케이크는 달라도 다른 게 있다고 입을 모아 사람들이 얘기했지만 아쉽진 않았다. 위험할 뻔했던 순간을 잘 지나갔다 싶어서 소소한 성취감이 있었다.  


밀가루와 멀어지기를 하면서 새롭게 해보고 있는 건 '물 자주 마시기'이다. 간식이 생각나거나 입이 심심하거나 배가 고플 때 그냥 물 한 모금씩을 마셔보기로 했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배고픔이라고 생각했던 것 중 절반이상은 갈증 상태인 가짜 배고픔인 경우도 많았다. 물을 자주 마셔주니 중간에 뭔가 먹고 싶다는 생각도 줄어들었다. 군더더기가 덜어진 느낌이다. 


그래도 뭔가 좀 허전한 마음이 들 때 먹을 수 있는 간식들을 물색 중인데 비교적 청정한 친구들이 많다. 요거트도 그중 하나다. 요거트를 직접 만들어 봤는데 쫀득하니 맛도 있고 한 끼 대용으로도 든든하다. (요거트도 이제 자주 못 먹겠다 싶지만 이 얘긴 다음에) 

즐거이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발굴해 내는 재미를 만끽해 보리.


직접 만든 쫀득 요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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