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대치동 대신 파리나 갈까?
‘엄빠, 나 킬로숍 매장에 다녀올게’
23년 마지막 오후,
한달살이 용돈을 미리 가불 받은 중3 딸이 104유로를 들고 낯선 파리 거리를 홀로 나섭니다. 한국에서 미리 계획한 쇼핑을 위해 마레지구에 혼자 나서는 겁니다.
‘응, 잘 다녀와!’
계단을 내려가는 친구의 모습이 대견합니다. 혼자 가겠다는 친구나 잘 다녀오라고 쿨(?)하게 보내는 우리나 생각해 보면 조금 우습습니다.
한편으로 기분이 묘합니다. 한여름 소나기에 훌쩍 자라는 대나무처럼 아이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 훌쩍 자랐습니다. 먼 훗날 중3 딸은 지금보다 더 자라서 자신만의 여행을 떠날 것입니다. 그때도 지금처럼 응원하는 쿨한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아이는 준비가 되어 가는데 아직도 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여행은 아이와 어른 모두 성장시킵니다. 여행이 특별한 이유입니다.
2023년 12월 31일.
해외에서 새해맞이는 조금 특별합니다.
여행의 들뜬 기분 탓만은 아닙니다. 한국은 이미 신년이지만 파리는 아직 23년이기 때문입니다. 카톡을 통해, 인스타그램을 통해 신년 축하를 먼저 받습니다. 축하를 두 배 받는 느낌이라 꽤나 기분이 좋습니다. 23년도는 시칠리아에서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그 특별한 기억에 중독되었는지 다시 파리에서 새해맞이입니다. 파리는 개선문에서의 새해맞이가 유명합니다. 샹젤리제 거리를 가득 채운 수많은 인파가 카운트 다운을 외칩니다. 중3 Z의 제안으로 우리 가족은 샹젤리제가 아닌 에펠탑으로 향합니다.
파리의 지하철은 오후 5시부터 신년 오전 12시까지 무료 탑승입니다. 가까운 콩코드 광장까지 가서 슬슬 걸어갈 생각였으나 이미 콩코드는 물론 튈르리 역마저 폐쇄돼서 루브르 역에 내립니다. 엄청난 인파입니다. 지하철 입구를 빠져나가기도 쉽지 않습니다. 뉴스를 통해 보니 신년맞이를 위해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인다 합니다.
튈르리 공원에서 왼쪽으로 꺾어 센강을 따라 에펠탑을 향합니다. 이곳 역시 어마 어마한 사람들이 센강을 따라 모여있습니다. 알렉산더 3세 다리에서 에펠탑과 개선문을 바라보며 신년맞이를 하려 했으나 결국 콩코드 다리 앞에서 도저히 앞으로 갈 수 없습니다. '뭐 어떤가? 이곳에서 신년맞이도 가족과 함께라면 더없이 행복할 텐데.'
한국은 이미 8시간 전에 새해를 맞았습니다. 두 배의 기쁨을 이곳에서 얻은 셈입니다. 수많은 파리지앵들이 신년을 축하합니다. 우리도 외칩니다 'Happy newyear' 그렇게 우리 역시 파리의 원자가 되었습니다.
P.S.
해외에서 생일맞이도 조금 특별합니다.
그것도 전 세계인이 외쳐주니 더없이 좋습니다. 1월 1일 생일자만의 특별한 경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