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 높은 파리 지하철의 낭만들

: 우리 대치동 대신 파리나 갈까?

by BOX





대신할 수 없으니 응원만 할 수밖에

‘왜 벌써 일어났어?’

‘숙제해 놓으려구’


새벽 5시, 식탁에 불이 켜져 있습니다. 문제집을 푸는 모양입니다. 한편으로 짠합니다. 이곳까지 무겁게 싸매고 와서 새벽에 하는 공부가 즐거울 수 있을까? 참고 참는 중3 아이가 대견하면서도 애처롭습니다다. 어쩌겠는가? 대신 살아줄 수 없다면 방해는 말아야지! 말없이 차 한잔 타주고 물러납니다.





파리의 지하철은 악명이 높다.

지저분하고 낡고 복잡합니다. 특유의 냄새, 수많은 통로와 계단은 행선지 앞을 쉴 새 없이 훼방 놓습니다. 유튜브 영상에서는 소매치기 경험담과 피하는 법과 같은 콘텐츠가 넘쳐납니다. 늘 긴장하고 경계하게 만듭니다.


오늘은 에펠탑에 가볼까 합니다. 샤틀레 레알역에서 RER A선을 타고, 에투알 개선문에서 M6으로 갈아타야 합니다. 파리의 오래된 플랫폼에서 환승을 기다립니다.


파리 지하철의 악명에도 파리의 지하철을 내가 얼마나 그리워했던가 생각합니다. 낡고 좁은 통로에서 울리는 거리의 악사의 아코디언 소리, 색소폰 소리, 캐리어를 끌고 거친 숨으로 계단을 올라가는 관광객, 일상을 재촉하는 빠른 발걸음의 파리지앵들, 스카프로 멋스럽게 연출하고 주위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시크한 플라뇌르들, 트위드 코트를 입은 백발의 노인, 연인들. 마주한 플랫폼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 이유를 막연하게나마 깨닫게 됩니다.


IMG_4493.HEIC 악명 높은 파리 지하철에는 악명 높은 그리움이 있다


에펠탑을 품은 샤이오 궁의 발코니

트로카데로 역을 나와 광장과 마주한 샤이오 궁으로 향합니다. 에펠탑과 함께 세워진 샤이오 궁과 이 발코니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합니다.


에펠탑은 전 세계에서 찾아온 수많은 인파로 북적입니다. 특히 새해첫날이니 그 의미를 담고 싶어서일것입니다. 우리 가족도 같은 마음이니까.


전 세계 모든 언어에 능통(?)한 에펠탑의 잡상인들이 친절한 한국어로 사진을 찍어주겠다 합니다. 친절에는 친절이 따라야 하는 법! 한 움큼 손에 들게 될 미니미 에펠탑의 부담으로 가볍게 ‘농! 메르시!’를 외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또한 에펠탑의 추억입니다.


어제까지 파업으로 입장이 불가했던 에펠탑이 새해 첫날 다시 오픈했습니다. 즉흥적으로 올라가 보려 합니다. 분명 우리 가족 모두 철저한 J인데 P가 됩니다.


1시간 30분의 티켓 웨이팅, 1월 1일의 찬바람에 온몸이 떨려와도 이 또한 소중한 기억이라 생각하며 에펠탑을 오릅니다. 300m 위에서 바라본 파리! 파리는 여전히 아름답고 여전히 평평했습니다.


새해소원을 빕니다. 행운만 가득하기를…


IMG_4723.HEIC 1시간 30분의 가치가 충분하다


P.S.

미친 P가 아니라면 미리 인터넷으로 티켓팅을 하자!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파리 시간 현재

2024년 1월 2일 새벽 4시... 이상 파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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