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대치동 대신 파리나 갈까?
‘엄마 울어?’
감정싸움이 끝에 다다랐습니다. 서로의 감정이 상하고야 말았습니다. 사소한 작은 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작은 말들이 가시가 되어 생채기를 남겼습니다.
이른 아침, 짝꿍과 중3 딸 간의 작은 오해가 부른 결과입니다. 몽마르뜨 테르트르 광장 앞 카페 테라스에서 딸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감정을 쏟아냅니다. 짝꿍도 참고 참았던 속내를 털어놓습니다. 급기야 파리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몽마르뜨 계단에서 짝꿍이 눈물을 흘립니다.
‘와! 엄마 우는 것 7년 만에 본다’
중3 딸이 놀랍니다.
‘아빠는 또 왜 그래?’ 덩달아 그 모습에 나도 찔끔 눈물이 납니다. 갱년기? 이게 다 에스트로겐 과다분비 때문입니다. 뾰루퉁했던 딸의 얼굴이 어어 없다는 듯, 당혹함으로 바뀝니다.
얽힌 매듭이 풀립니다.
인생이 늘 행복만 있는 것이 아니듯 여행 또한 늘 즐거움만 있지 않습니다. 여행이 인생인 탓입니다. 몽마르뜨 계단에 앉아 눈물 흘린 가족이 얼마나 될까요? 오늘 파리의 몽마르뜨가 우리 가족을 조금 더 단단히 만들었습니다.
파리에서 기념품을 사야 한다면 이곳 몽마르뜨에서 사야 합니다. 언덕 아래 피갈광장으로 가면 가격은 1유로가 더 붙고, 루브르나 생제르맹 거리로 가면 2유로가 더 붙게 됩니다. 몽마르뜨에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싼 순간입니다. 그런 이유로 몇 가지 기념품을 샀습니다.
벨에포크 Belle Époque는 프랑스어로 ‘아름다운 시절’을 뜻합니다. 19세기말부터 제1차 세계 대전 발발 전까지 프랑스의 정치, 사회, 경제, 문화가 더할라 위 없이 발전하며 번영을 누린 좋은 시절이란 뜻입니다. 전 세계 수많은 지식인, 예술인이 빛의 도시 파리로 몰려듭니다. 거리는 불야성을 이루고 도시 곳곳은 예술과 문학으로 가득했습니다. 몽마르뜨는 벨에포크 시대의 상징입니다.
파리에서 제일 높은 지대인 몽마르뜨는 순교자의 산이란 뜻입니다. 사실 산이라기보다는 조그만 언덕입니다. 높이를 알면 더욱 놀랍습니다. 해발 130m, 270m인 남산의 딱 절반입니다. 그래서 남산은 산이고 몽마르뜨는 언덕입니다.
메로트 M 12호선을 타고 아베스 역에 내립니다. 몽마르뜨 초입 에밀 구도 광장 근처 피카소가 <아비뇽의 처녀들>을 그린 세탁선이라 불린 아틀리에를 지나 물랑 갈레트, 몽마르뜨의 카바레 라팽아질 그리고 거리의 화가들이 그림을 그려주는 테르트르 광장을 산책하듯 걷습니다. 오늘 하루 마치 로트렉과 고흐가 된 듯 한 기분으로 골목골목을 누빕니다.
에펠탑, 개선문, 몽파르나스 타워, 퐁피두 센터 등 파리에는 이름난 전망대가 많습니다. 날씨가 좋아 라파예트 백화점 전망대에 잠시 들렀습니다. 오페라극장을 뒤로하고 오후의 파리 하늘이 아름답습니다.
어쩌면 오늘 하루...몽마르뜨에 흘린 우리들의 눈물처럼 파리의 오후 하늘이 보석처럼 빛납니다. 그 눈물은 먼훗날 우리 모두 함께 앉아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작고 소중한 추억이 될 것입니다.
P.S.
다툼이 일어도 나는 짝꿍 편입니다. 짝꿍은 내 편일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2024년 1월 20일... 파리에서 딸과 짝꿍 사이에서 살아남기...BOX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