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강’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우리 대치동 대신 파리나 갈까?

by BOX


‘센강’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어쩌면 무라카미 하루키를 꿈꾸었을지 모릅니다. 해외에 나와 글을 쓰며 꾸준히 자신의 목표를 향해 달리는 작가로의 인생. 그런 풍요로운 삶은 아닐지라도 정말 어쩌면 파리 하늘아래 아침 센강을 달리며 잠시나마 하루키의 삶을 살아보고 싶었나 봅니다.




센강변 초록 부키니스트의 길을 따라 달립니다

런닝화를 신고 아직은 어둑한 마레 지구의 골목길을 나섭니다. 아침 일찍 바쁜 걸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파리지앵, 먼 곳에서 파리를 방문한 듯 커다란 트렁크를 끄는 여행자, 거리를 청소하는 아프로 머리의 청소부, 불 켜진 동네의 작은 바게트 가게, 지나가는 남성에게 담뱃불을 빌리는 선글라스 낀 멋스러운 파리지엔느를 지나 조금은 빠른 속도로 5분 거리에 있는 센강을 향해 걷습니다.


센강 옆 부키니스트의 길을 따라 달리기 시작합니다. 부키니스트의 잠겨있는 초록색 가판대들은 마라톤 대회를 응원 나온 사람들 같아 보입니다. 달리다 보면 신호등에 걸리기도 하지만 적당히 좌우를 살피며 또 적당히 신호를 어겨가며 달리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관광객은 신호를 지키고 파리지앵은 적당히 신호를 어긴다. 파리에 한 달을 살며 터득하게 된 삶의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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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텅빈 루브르는 오랜만입니다.


루브르 앞까지 달립니다. 텅 빈 루브르를 보자니 얼마나 이곳이 드넓은 곳인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이곳은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이 몰려드는 곳, 유리 피라미드를 돌아 정방향을 바라보면 이른 아침, 박물관 오픈 전임에도 사람들은 이미 긴 줄을 서고 있습니다. 입장을 위해 기다리는 이 긴 줄은 루브르와 유리 피라미드만큼이나 볼거리가 됩니다.


예술의 다리 너머 멀리 퐁뇌프가 보입니다

루브르를 빠져나와 이제 센강변을 따라 달립니다. 강변의 포석 여기저기에 빗물이 고여 있습니다. 늘 밤에 오는 비로 이른 아침 파리의 도로는 언제나 젖은 모습을 드러냅니다. 포석 사이 고인 물에 파리의 하늘과 다리가 반사됩니다. 달리기의 방해꾼이 되며 여행자의 시선으로 잠시나마 가쁜 숨을 견디게 만듭니다.


앞서가는 러너들의 열정에 감탄하며 겸손히 내 페이스를 유지합니다. 센강을 따라 올라가는 긴 화물선들도 나를 앞서 갑니다. 멀리 보이던 퐁뇌프 다리를 지나니 이제 몸에 땀이 배기 시작합니다. 언뜻 낮은 구름 사이로 해가 들어왔다 나갔다 합니다. 느낌이 좋습니다. 조금은 파리에 가까워진 기분입니다.


이제 여행의 시간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여행은 아마 반복되는 삶이라는 문장에서 잠시 쉼표를 찍고 줄 바꿈을 맞이하는 순간일 것입니다. 다시 돌아갈 일상에 조금은 우울하지만 이것이 또한 다시 여행을 그리워하고 다시 떠나야 할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행의 마지막까지 센강을 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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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훗날 이 센강을 또 얼마나 그리워할지 모르겠습니다.


P.S.


오늘은 중3 딸의 고등학교 입학등록금을 내는 날입니다. 시차로 파리는 아침이지만 한국은 오후입니다. 태평한 나 대신 처제가 팔자에도 없는 조카의 선생님을 만나고, 서류며 행정처리를 다해줬습니다. 정말 고마워~ 처제! 알라뷰


2024년 1월 25일 파리에서 처제복도 많은 BOX 입니다.

처제가 중3딸을 고등학교에 입학시킨 꼴 입니다. 쌩유 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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