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 revoir! 파리와 작별을 말할 때

: 우리 대치동 대신 파리나 갈까?

by BOX


파리라는 도시에 그만 과몰입하고 말았습니다.


하루종일 동네인 마레지구에 머물며 마레감성에 젖습니다. 마레는 올드 타운의 파리의 모습과 힙스터의 파리가 공존합니다. 플라뇌르와 플라뇌즈, 파리의 산책자가 됩니다. 목적 없이 거닐며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낯선 도시을 감상 합니다.




작고 조그만 카페 테라스에서 에스프레소와 카페 알롱제를 마시는 파리지앵과 우연히 만납니다. 그의 손짓에 답례합니다.

카페에 앉아 손을 흔드는 파리지앵에게 답례의 손짓을 합니다.


파리에는 골목 곳곳에 아트샵과 화방, 갤러리가 즐비합니다. 예술품에 대한 그만큼의 수요가 있고 예술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갖춰져 있습니다. 동네 아트샵 앞 거리의 쓰레기통에 버려진 꽃마저 작품처럼 보입니다. 그렇게 작품이 됩니다.


동네 아트샵의 버려진 꽃마저 작품입니다.


우연히 찾아간 샌드위치 가게의 셰프는 치즈를 잘라 맛보라 하고 내가 좋아하는 입맛에 맞춰 샌드위치를 만들어줍니다. 친절한 미소에 나 또한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 가게의 에스프레소는 깊지만 쓰지 않습니다. 산미가 있지만 너무 톡 쏘지 않습니다. 적당히 잘 구워진 샌드위치를 자긍심 있게 손님에게 내놓습니다. 친절한 미소만큼이나 맛 좋은 커피와 샌드위치입니다.


맛있고 친절한 샌드위치 가게


본조르노~ 파리의 아침에 이탈리아 인사를 듣게 됩니다. 조그만 골목 시장의 유쾌한 주인은 자신의 봉골레 파스타와 문어, 뽈보 요리가 맛있다며 유혹의 손짓을 보냅니다. 샌드위치와 맛있는 에스프레소만 먹지 않았더라면 그 자리에서 당장 아저씨의 선한 눈매에 이끌려 식당 한구석에 앉을 것만 같습니다.



뽈보로 유혹합니다. 선한 눈매에 그만 넋을 놓고 맙니다.


마레 거리의 쇼윈도에서 마일스 데이비스와 지미 핸드릭스를 만납니다. 지미 핸드릭스의 사진이 가득한 이곳은 뮤지션들의 흑백 사진만 취급하는 아트샵입니다. 자신의 재즈 시그니쳐인 뮤트 트럼펫을 연주하는 마일스 데이비스의 사진이 인상적입니다. 사진을 카메라에 담자니 아트샵의 나이 지긋한 주인과 눈이 마주칩니다. 주인에게 마일스 데이비스 C'est cool, c'est le meilleur 멋지다! 최고! 엄지척을 합니다. 그 또한 엄지척을 합니다.


파리의 마레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마일스 데이비스와 우연히 만났습니다

아트북과 갤러리로 유명한 서점에 들어갑니다. 영화배우 이완 맥그리거와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감독을 반반 섞어 놓은 듯한 서점 아저씨는 자신의 취향에 맞게 쉴 새 없어 책들을 이곳저곳에 재배치하며 손님을 맞습니다. 서점 뒤편 갤러리에 비치된 사진과 서점의 감성이 묻어있는 로고가 찍힌 옷과 에코백이 방문자를 유혹합니다. 절로 손길이 갑니다. 아트북의 매력에 한참 서점에 머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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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과 갤러리로 유명한 서점을 찾았습니다.


거리의 과일 가게는 작은 크기의 과일이라도 소홀히 다루지 않고 이쁘게 포장이 되고 지나가는 이의 시선을 잡아끕니다. 맛은 둘째 치더라도 꼭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생각이 절로 납니다. 이쁘고 반짝거리는 조그만 사과 두 개를 삽니다. 차별 없이 한 개도 팔고 두 개도 파는 과일가게에 정감이 갑니다. 먹기 아까운 사과를 가방에 넣고 가게를 나옵니다.


이쁘게 포장된 과일들에 눈길이 갑니다.

두 평 남짓 마레의 작은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안쪽 테이블은 세 개, 작은 테이블과 더 작은 의자에 앉습니다. 빨간 머리에 감각적인 메이크업과 피어싱을 한 아시안계 카페 주인과 인사를 나눕니다. 작은 카페에 소품을 보는 즐거움과 거리 풍경에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또다시 에스프레소 한잔을 마십니다. 산미가 조금 더 합니다. 커피맛이 일품입니다.


IMG_4101.HEIC 두 평 남짓 카페의 힙한 주인장


보주광장은 작지만 품위가 있습니다. 중 3 딸을 이곳에서 기다립니다. 한창 외모에 신경 쓸 나이인 친구는 집에서 따로 이곳으로 오기로 했습니다. 파리의 메트로를 타고 온다 합니다. 벤치에 앉아 오후에 파란 하늘을 내어준 파리를 천천히 즐깁니다.


IMG_4144.HEIC 보주 광장은 작지만 품위가 있습니다.


P.S.


파리에 온 지 28일째입니다. 오늘은 그만 파리에 과몰입하고 말았습니다.


2024년 1월 26일 파리에서 BOX 였습니다.





계산 좀 하게 해 주세요! 제발! 파리의 다른 시간들


파리에는 파리만의 시간이 흐릅니다.


거리의 가게는 도대체 언제쯤 오픈을 하고 언제쯤 문을 닫는 것인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손님수보다 많은 직원들은 제각기 삼삼오오 모여 수다 삼매경입니다. 수다를 마칠 때까지 기다린 자에게만 원하는 물건을 직원에게 물어볼 자격이 주어집니다..

‘230센티 신발 있나요?’ ‘잠시만요 찾아볼게요’

시원하게 말하고 사라진 매장직원은 5분이 지나도 10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식당을 찾습니다.

메뉴판을 주고 사라진 웨이터는 그들과 눈이 마주칠 때까지 옆을 지나쳐도 좀처럼 주문을 받지 않습니다. 웨이터는 또 다른 웨이터와 수다 삼매경입니다. 수다가 끝나면 주문을 받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서를 받기 위해, 또 그들과 눈을 마주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합니다.

‘라디시옹 실부푸레’ ‘라디시옹? 위!’

사라집니다. 웨이터는 5분이 지나도 10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파리 시청에서 운영하는 관광사무국에 원하는 티켓을 알아봅니다. 사무국 직원은 또 다른 직원과 수다 중입니다. '뮤지엄패스 4일권 찾고 있는데요? 실부푸레' '위! 잠시만요' 다른 곳에 전화를 돌려 한참을 통화하기를 10분. ‘4일권 이랬죠? 이곳에는 없고 이쪽으로 가세요’ 다른 곳을 찾아가라며 손수 지도에 표시를 해줍니다.


분명합니다. 파리는 지구상에서 분명 다른 차원의 시간이 존재하는 도시입니다.




앙팡루주는 우리의 작은 광장시장입니다

어제의 앙팡루주 시장을 다시 찾았습니다. 이탈리안 식당의 아저씨의 매력에 빠진 결과입니다. 우리와 성격이 비슷해서인지 주문도 바로 받고 식사도 바로 나오고 계산도 바로 합니다. 맛은 덤으로 좋습니다. 생각해 보니 파리도 이탈리아도 또 다른 시간의 나라입니다. 각자의 시간이 존재하고 이를 인정하게 됩니다. 앙팡루주 시장은 파리에서 제일 오래된 지붕이 있는 시장입니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이탈리안, 아랍, 아시안, 버거, 샌드위치 등 다양한 음식점이 빼곡합니다. 조금 이른 점심이지만 이미 시장은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시장 주변으로 벼룩시장이 열렸습니다. 규모로 보아 방브 시장에 버금갑니다. 파리에는 방브시장, 생투앙 시장 등의 큰 벼룩시장이 있습니다. 시장은 오래된 물건을 팔고 사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파리 시내 곳곳에 빈티지 매장도 많습니다. 낡고 오래된 옷과 생활용품, 가구와 장식품까지 천천히 흐르는 그들의 시간만큼이나 세월이 켜켜이 쌓인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그들의 삶의 태도가 그 이유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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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팡루즈 주변의 벼룩시장은 매주 금, 토, 일 3일간 열립니다


이제는 낯설었던 파리 거리들이 익숙해져만 갑니다. 여행이 거의 끝나간다는 증거입니다. 아쉬운 마음에 에펠탑을 보고 콩코드 광장을 지나 튈르리 공원을 걷습니다. 파리는 진공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파리를 떠나면 또 누군가 이곳을 찾아와 빈자리를 메울 것입니다. 튈르리 공원의 비워진 의자에 누군가 다시 찾아와 앉듯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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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누군가가 자리하듯 파리는 공백을 허락치 않습니다


루브르의 유리피라미드를 지나갑니다. 얼마 전 내가 서있던 긴 입장줄은 여전히 지금도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센강을 따라 걷자니 좋은 날씨 탓에 센강변으로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흐르는 센강에 유람선이 지나갑니다. 얼마 전 내가 손을 흔들었던 자리에 오늘 누군가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듭니다. 기분이 아주 묘한 오후입니다.


아쉬움의 시간이 흘러갑니다


P.S.


파리의 시간은 천천히 흐르지만 여행의 시간은 빠르게 지나갑니다. 이제 곧 한 달이 다 되어 갑니다. 짐을 다시 정리해야겠습니다.


2024년 1월 27일 파리에서 조금은 기쁘고 슬픈 BOX 입니다.



* 브런치북 연재가 30회인 관계로 나머지 여정은 별도로 올리겠습니다. 양해바랍니다.







au revoir! 파리와 작별을 말할 때


또 그랬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기로 마음먹은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도시.

세 번의 파리.. 꼬박 두 달 반을 머물렀지만 마음은 늘 파리를 열망했나 보다. 낡고 오래된 지하철이 그립고, 쌀쌀맞지만 패션만큼은 절대 타협하지 않는 시크한 파리지앵이 그립고, 겨울 변덕스러운 파리의 비가 그리웠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사랑하고 감동하며 도시의 산책자가 된 여행였다. 대책 없이 덜컥 항공권을 먼저 티켓팅해 버리고, 이후…한 달 살 계획을 했다.

파리가 대체 어떤 의미일까?

한 번쯤 홀로..
한 번쯤 사랑하는 사람과..
한 번쯤 내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더라도 나를 닮은 아이와…

이 도시의 공기를 마시며 인생의 여러 단계를 함께 보내고 싶었다.

어쩌면 내 안에 있을지 모를 헤밍웨이의 말처럼 일생에 어디를 가든 나와 짝꿍과 아이에게 평생의 기억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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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은 언제나 슬프다.
파리는 작별인사할 때 언제나 말한다.
au revoir! 작별은 뜻하지만 또다시 만나자는 의미다.

안녕~au revoir!

다시 여행이 그립다.

29.12.2023-29.1.2024 in Paris

"아직도 파리에 다녀오지 않은 분들이 있다면 이렇게 조언하고 싶군요. 만약 당신에게 충분한 행운이 따라 주어서 젊은 시절 한때를 파리에서 보낼 수 있다면 파리는 마치 '움직이는 축제'처럼 남은 일생에 당신이 어디를 가든 늘 당신 곁에 머무를 거라고.... 바로 내게 그랬던 것처럼. " - Ernest Heming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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