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세기 힙스터로 살아볼게
또깍!
전원 버튼을 돌리는 순간, 우주는 연결이 되고 하나가 됩니다.
LG, 삼성이 아몰레드와 폴레드 텔레비전 따위를 세상에 자랑하듯 떠벌이기도 수십 년 전
20세기 힙스터는 이미 곡선의 브라운관으로 세상과 하나가 되었습니다.
지붕 위, 하늘을 찌르듯 높게 뻗은 각각의 안테나는 이 거대한 우주와 교신하며 결코 자신이 혼자가 아님을 일깨워줍니다.
총천연색 화면조정시간은
20세기 힙스터를 색과 빛의 세계… 총천연색 그 너머, 색채의 연금술사로 만들어주었습니다.
20세기 힙스터들이 그토록 무채색 옷만을 고집하는 이유는 색채에 대한 모든 철학을 이미 터득한 '무소유'의 깨달음 때문입니다.
절제와 구도!
텔레비전 송출시간은 오직 오전 6시-10시, 오후 5-12시까지만 허락합니다.
순교자와 구도자의 절제를 깨우칩니다.
20세기 힙스터가 그토록 음식값과 회식비를 내지 않고 술값 계산을 피하는 이유는
바로 브라운관 텔레비전을 진심으로 대하던 절제와 구도에서 배운 삶의 철학 때문입니다.
드르르륵!
엄지와 검지...
기타를 튕기는 커트 코베인의 기다란 손가락을 닮은 그의 손가락으로
단 세 개의 방송만 나오는 채널 다이얼을 돌립니다.
진정한 즐거움이란 수백 개의 프로그램 따위가 아닌, 진심을 담은 단 하나의 주말의 명화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그대가 케이블 방송과 OTT의 덫에 걸려 30분 넘도록 프로그램을 고르지 못해 헤맬 때,
20세기 힙스터는 우주에서 가장 유니크한 오직 3개의 방송국을 단 한 번에 골랐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이것이 우주와 연결되던 20세기 힙스터의 삶의 방식입니다.
...
리모컨 줘봐~ 내가 TV 프로그램 골라줄게...
사람들이 리모컨을 슬금 슬금 뒤로 감춥니다.
왜?... 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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