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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X May 26. 2024

딱! 보면 안다! 니가 누군지

: 썬데이 서울에서 뽑은 한국영화 최고 등장씬 TOP 5


딱! 보면 안다!


그래 모든 게 한순간에 결정된다. 무슨 말이냐? 사람의 눈이 어찌나 예민하고 정확한지, 5초 안에 좋고 싫고, 이쁘도 잘생기고, 호감이고 비호감이고 결정 난다는 거다. 


'이 사람 두고 보니 괜찮네!' 이거 이거 다 거짓말이다. 구라다! 그래서 사람들이 좋은 옷 입고 멋지게 꾸미고, 이쁘게 화장하고, 좋은 목소리와 향기, 눈웃음으로 첫인상을 좋게 남기려는 거다. 진짜냐구? 믿어도 된다. 나? 제법 유명하고 잘 나가는 광고 만드는 사람이니까! 


서론이 길었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영화를 보면, 인물이 등장하는 시퀀스에서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느냐에 따라 관객은 그 인물의 매력에 빠져들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 그렇다. 그 짧은 순간이 영화 성패의 갈림이다. 광고와 같은 찰나의 순간 이런 후킹 포인트 Hooking Point가 필수다. 오늘은 찰나의 순간 관객의 마음을 제대로 훔친 한국영화 역대 등장씬을 랭킹해 본다. 일요일 아침... 이불속에서 뭉그적 거리며 딱 보기 좋은 아이템일 테다. 



5위

커다란 잠자리 선글라스, 검은 바지와 흰 더블 자켓, 맨발의 슬리퍼 차림의 정청이 공항 입국장에 들어선다. 처음부터 말이 찰지다. '아따..ㅅㅂㄹ! 아니 이게 뭔 일이래?' '옴마..어이 브라더, 뭔 반응이 이리 건조해?' 황정민이 아니면 누가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싶어 진다. 욕은 더 찰지다. 첫 등장 30초간 찰지고 찰진 욕을 12번이나 날린다. 스크린에서 욕이 비처럼 쏟아진다. 옴마나, 정신이 아찔하다. 첫 등장이 이 정도면 성공 아닌가? 제대로 관객을 낚았다.


<신세계> 황정민  



4위

이건 좀 반칙이다. 치킨인가? 갈비인가? 이 남자 닭만 파는 줄 알았다. 첫 등장부터 9등신의 외국 여성을 울리고 또 다른 외국 여성과 거침없이 키스를 날리는 전설의 카사노바, 장성기. 상남자다. 이 남자 갑자기 우유통을 어깨에 메고 등장한다. 희끗희끗한 수염, 양 미간을 바짝 쪼인 얼굴, 흰 러닝셔츠에 짊어진 우유통, 떡 벌어진 어깨는 그가 어떤 캐릭터인지 확실히 드러낸다. 때는 눈 덮인 한겨울이니 뜨거운 남자임에 틀림없다. 아! 그래도 궁금하다. 왜 모든 여성들이 이 남자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걸까? 부... 부럽다. 


<내 아내의 모든 것> 류승룡 



3위

차이나타운 어귀에서 칼부림 중이다. 살벌하다. 덩치가 산만은 한 인물이 통화를 하며 등장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한 손으로 싸움을 제압한다. 여전히 통화 중이다. '어.. 차가 고장 나서 택시 타고 왔다니까.. 어.. 어.. 너 일루 와!' 대세 중 대세다. 게다가 유머도 갖췄으니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마석도를 보면서 깨닫는다. 머리가 작아지기 위한 노력! 몸을 키우자! 그렇다. 점점 배가 나온다면 이건 순전히 머리가 작아지기 위한 피나는 노력이다. 가만있어보자. 덩치만 보고 있자니 이건 마치 손가락 한번 튕기면 우주의 반을 제압하는 그 빌런의 모습이 틀림없다. 다행이다. 우리 편이라서


<범죄도시> 마동석  



2위

이런 양아치가 없다. 진짜 양아치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찰지게 욕하는 배우, 양아치 역을 하라 했더니 진짜 양아치가 되었다는 배우. 첫 등장부터 남다르다. 간만에 중학교 동창들과 소주 한잔 걸친 문덕고 일진 캡짱 중필. 전설의 1:100 싸움판을 승리하고 교실로 들어온다. '아침에는 책들보고 교양을 먹어야지.. 이 *새끼들이 도시락이나 까쳐먹고 이 **' 이 정도는 돼야 역대급 등장씬이 아닌가? 마치 동네 골목 놀이터 어귀에 한 명씩 꼭 쭈그리고 앉아 있을 것만 같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류승범의 찰지고 찰진 욕들이 귓가에 맴돈다. 아! 나 플러팅 당한 건가?


<품행제로> 류승범 



1위


그렇다! 예상한 대로다! 묵직한 북소리와 함께 검은 담비 가죽을 두른 인물이 계단을 천천히 올라온다. 마치 땅 속에서 솟아오르는 듯하다. 개들의 울부짐 소리, 주변의 호위 무사 크루들, '목을 잡아 뜯고 놔주지 않는 잔인무도한 이리! 이자가 진정 역적의 상이다' 배시시 웃는다. 바로 이 사람! 내 몸에 일본 놈들의 총알이 여섯 개나 박혀있습죠. 요기 요기 구멍이 두 개지요. 여러분들은 모릅니다. 두둥! 이 간악한 연기의 배우가 패거리들과 함께 등장한다. 수양대군...'이 보게 어떤가? 내가 1위가 될 상인가?'


<관상> 이정재 





썬데이 팁 : 일요일이다. 어제 로또가 안 됐다고... 내일 다시 출근해야 한다고 의기 소침하지 말자. 누구나 빛나는 5초가 있다. 그럴 리 없다고? 그럼 다음생에 제대로 등장해 보자! 이번생은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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