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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행 Sep 16. 2021

[가상 인터뷰] 모나리자, 당신의 미소 그 뒤.._1.

루브르의 밤, 그녀와 함께 숨 쉬고,이야기하다.

모나리자(Mona lisa)...

아마도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여인이 아닐까?

눈썹은 제모를 한 것일까?

사실 말을 못 하거나 입을 벌리면 심한, 치과, 치주질환이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파리로 가는 초공간 여행에서 잠시 생각에 잠깁니다. 


그녀와의 만남은 그 유명한 루브르, 그중 드농관에서 이뤄졌습니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수많은 관람객이 빠져나간, 밤 12시의 인터뷰. 주변이 더없이 적막하기만 합니다. 


초승달 빛이 유리 피라미드 너머로 그윽하게 내부를 비추는군요.


그녀와의 인터뷰가 있던 밤,  루브르는 더없이 고요했습니다. 




이제 드농관 대형 전시실로 들어섭니다. 


잘 아시겠지만 이곳은 모나리자만을 위한 전시실이나 다름없습니다. 

(물론 이 전시실에는 그녀 이외에도 수많은 인물이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프랑수아 1세나 가나의 결혼식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 그리고 그녀 뒤에 있는 베네치아에서 온 사람들까지…) 


관람시간에는 전 세계 수많은 관광객이 뒤섞여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역할과 기능을 상실한 지 이미 오래지만, 한가로운 밤이라 그런지 제법 미술관 다운 느낌이 듭니다. 하루 종일, 유리 뒷 편에서 꼼짝없이 미소를 짓고 있어야 하는 그녀가 마음 한 켠 안타깝네요.



오늘 저와의 인터뷰가 없었다면, 저 유리 뒷편에서 꼼짝없이 또 하루를 견뎌야 했을 겁니다.



저 멀리 그녀가 다가옵니다. (그녀의 전신을 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행운입니다.) 


오늘은 수요일이고 루브르가 10시까지 야간 개장을 해서인지 좀 더 피곤해 보입니다. 그래도 전매 특허인 미소를 아주 살짝 지어 보이는군요. 컨디션이 생각보다는 좋아 보입니다. 다행입니다. 오늘 인터뷰가 나쁘진 않을 것 같네요.



드디어 그녀와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녀를 위해, 오는 길에 피렌체에서 유명한 리퍼블리카 광장 옆 카페 질리(Caffe Gilli)에서 빵 한 조각과 에스프레소를 한잔 준비해 왔습니다. 




뭐…, 워낙 이곳 파리에서 오랜 생활을 해서 그냥 프랑스어가 지금은 편해요




“봉수아~ 프랑스어로 인사를 해야 하는지 혹은 이탈리아 사람이니 이탈리아어로 인사를 해야 하는지 난감하군요…”


“뭐…, 워낙 이곳 파리에서 오랜 생활을 해서 그냥 프랑스어가 지금은 편해요…물론 전 세계에서 다들 저를 보러 오기 때문에 어떤 언어든 상관은 없답니다.”




“음, 그렇군요. 아..특별한 인터뷰 선물을 준비 하진 못했지만, 간단히 요기 하시라고 고향인 플로렌스, 피렌체의 빵과 커피를 준비해 왔어요”


“어머, 고마워요…정말 몇 백 년 만에 보는 고향 음식이네요….그라찌에…메르시보꾸!”


(어라~생각보다 외향적인 성격 같군요. 사실 언제나 미소 띤 모습만 봐왔기 때문에 매우 조용한 성격일 것 같았거든요. 의외입니다.)


피렌체 리퍼블리카 광장, 카페 질리의 커피는 정말 맛있습니다




“아마도 제가 당신께는 사석에서 처음 보는 사람일 텐데요…맞나요?”


“뭐 그렇진 않아요. 빈치 사람인 레오나르도는 저와 가장 오랜 시간 마주했던 사람이니까요..(미소)”




“그렇죠…맞는 말씀이세요…레오나르도…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당신의 개인 신상에 대해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네 제 이름은 리사 게라르디니(Lisa Gherardini)로 안토니오 마리아 디놀드 게라르디니의 딸이며, 상인인 조 콘다(La Gioconda)의 아내로 이탈리아 피렌체 사람이죠. 나이는 20대 중반 이라고만 말씀드릴게요.”


(사실 모나리자라고만 알았지 그녀의 본명과 가족에 관해서는 이번에 처음 듣는 이야기였습니다.)




“아시죠? 당신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 중 한 명입니다. 그리고 아름답고 신비한 여인으로도 유명하죠? 제가 아는 피렌체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 아닐까요? ”


“(미소) 말씀은 고맙지만, 사실 제가 생각하는 피렌체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은 따로 있어요. 바로 시모네타 베스푸치(Simonetta Vespucci)죠?”




“처음 듣는 이름입니다만…그녀가 누구죠?”


“모르셨나요? 바로 비너스의 모델이죠! 산드로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가 그린 저 유명한 <비너스의 탄생>의 모델요…안타깝게 23살에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피렌체 최고의 미녀이자 스캔들 메이커였죠. 유부녀였지만, 메디치 가문과 염문도 그렇고, 보티첼리 작품 <비너스의 탄생><봄><비너스와 마르스><팔라스와 켄타우로스> 등의 뮤즈요…그녀에 비하면 전 아무것도 아니죠.”




“아 전에 우피치 미술관에서 만난 기억이 있습니다. 그녀...로군요! 나중에 한번 따로 인터뷰를 해 봐야겠군요. 소개 시켜 주시겠습니까?”


“물론이죠..”


(그녀가 인정하고, 그녀보다 능가하는 미인이 피렌체에 있었다니 놀랍습니다. )

시모네타 베스푸치와 모나리자가 피렌체 어느 골목에서 서로 마주쳤을지도 모른다는 즐거운 상상을 해봅니다



그럼, 당신의 그 눈썹은 제가 어찌 이해를 해야 하나요?






“외모에 대해서 묻는 것이 대단한 결례이지만, 너무 궁금해서 묻지 않을 수 없군요…당신은 신비롭게도 눈썹이 없습니다. 당신을 만나러 오는 길에 몇 가지 가설을 세워봤습니다. 첫째 당시 피렌체의 유행이었다. 둘째 가난 등 질병에 의한(미안합니다) 무모증이다. 셋째, 다빈치가 게을러서 다 완성 치 못했다. 진실은 무엇입니까?”


“당시에 넓은 이마가 미인의 상징이라 눈썹을 뽑아 이마를 넓게 보이도록 하는 게 유행이긴 했죠. 고통스러운 일이죠. 하지만 눈썹을 뽑을 만큼 전 당차지 못해요. 그리고 전 피부와 관련해 어떠한 질병도 없었습니다. 남편이 20년 연상이지만 결혼 후 따뜻한 배려와 부유한 삶을 살았죠. 빈치 사람 레오나르도는 잘 아시겠지만 완벽한 예술가예요. 결코 미완성을 남길 사람이 아니죠.(미소)”


요즘 같다면... 연예인 눈썹 문신 시술을 추천해주고 싶습니다




그럼, 당신의 그 눈썹은 제가 어찌 이해를 해야 하나요?”


“한 가지 힌트를 말씀드릴게요. 빈치 사람 레오나르도에겐 프란체스코 멜지(Francesco melzi)라는 제자가 있었어요. 제자였으니 스승의 작품을 많이 모사했겠죠. 혹시 스페인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 가보셨나요?”



“네, 그럼요…벨라스케스와 고야의 작품들로 유명하죠.”


“그곳에 멜지가 그린 제 얼굴이 있어요. 물론 빈치 사람 레오나르도가 그린 저를 모사한 작품이죠. 그 그림엔 제 눈썹이 있답니다. 그렇지만 저도 루브르의 제 얼굴을 더 좋아해요….세월이 지나 희미해지고 지워져도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이 쌓아놓은 무게의 아름다움은 언제나 신비로우니까요. 대답이 됐을까요? ”


(저도 다빈치의 유명한 스푸마토(sfumato. 즉, 단순한 선으로 그림을 완성하지 않고 수 십 번의 붓 터치로 그림을 완성하는 방법으로 은은하고 뽀샤시하게 작품이 연출됩니다)를 대략은 들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눈썹이 희미해진 것이라 그녀의 말을 이해했습니다.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에 있는 멜지의 작품도 얼마 전 본 기억이 났구요..)


멜지의 모나리자는 워낙 숯검댕이 눈썹이라 별도의 눈썹 문신도 필요 없어 보여요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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