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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행 Sep 15. 2021

[가상 인터뷰] 고길동, 우리 아빠의 찬란한 이름_3.

이 시대의 평범한 아버지, 진정한 츤데레, 살아있는 성자를 만나다.


원작자인 김수정 화백…둘리 녀석에게 상처준거라구요..알아욧?!!!


그럼 잠시 둘리 일당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죠. (일순간 길동 씨가 눈썹을 치켜듭니다. 이런 젠장~ 뭐 이런 기분 나쁘다는 뜻이겠죠.) 잘 알려진 사실이긴 한데, 바로 둘리의 출생에 대한 비밀말인데요. 그의 어머니는 초식공룡  브라키오사우루스이고 둘리는 육식공룡 케라토사우루스아닌가요?


둘리에겐 매우 사적인 질문이네요. 초식공룡인 엄마가 육식공룡 둘리를 입양했을 수도, 아니면 원작 내내 나오지 않는 둘리 아빠가 육식 공룡이고 초식공룡인 둘리 엄마와의 부적절한 관계에 의해 둘리가 세상에 나왔을 수 도 있죠. 하지만 저도 아이들을 키우는 아빠로서, 지금 내 인터뷰를 볼 많은 독자들의 동심에 상처 입히고 싶진 않아요.


한가지 분명한 것은 꼭 육체적으로 낳아야만 자식이 아니라는 것이죠. 가슴으로 낳아도 자식이잖아요.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형성해주는 근본적인 우주적 요소가 사랑이니까요. (손으로 턱을 받치고 곰곰이 생각하더니) 에잇…뭐 사실 고 녀석에게 눈꼽만큼도 관심 없어요. 그리고 원작자인 김수정 화백이 착각해서 엄마를 초식동물로 그렸다는 이야기 들었는데…둘리 녀석에게 상처준거라구요..알아욧?!!!


출생의 비밀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는 그녀, 바로 둘리의 생모입니다.


아빠...저한테 왜 그러셨어요??? 옛날에 락밴드에서 소리 좀 질렀을 것 같은 김수정 화백




간헐적 천재.... 그 녀석 초능력이 바로 그래요. 간헐적 초능력이죠.



최초에 둘리는 공룡이 아니라 어린 아이로 설정했다고 들었는데 왜 공룡이 되었는지 아는바 있나요?


맞아요. 저도 처음에 우리 집에 눌러 앉는 친구가 어린 아이로 알고 있었어요. 그랬다면 저도 이렇게까지 스트레스 받진 않았겠죠. 그런데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 동방예의지국이잖아요. 아시겠지만 둘리 녀석 제게 아주 싸가지 없이 반말하잖아요. 도우너 놈은 더 하구요. 스토리 설정상 제게 반말을 해야 하는데 어린애가 어른한테 반말을 찍찍 한다는 게 문제가 됐어요.


사실 존댓말이 없는 외국 같았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거예요. 만일 서구 문화권에서 출간되었다면 둘리는 공룡이 아닌 개구쟁이 어린이가 출연했을 지도 모르죠. 또 앞서 이야기했지만 당시 80년대까지는 매우 엄혹한 시대였잖아요. 만화 출간에도 사전심의라는게 있었고, 사전심의를 통과하면 심의필 도장을 꽝! 찍고 대중에게 만화로 나왔죠.. 심의에서 걸리면 수정하거나 아예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수도 있었던…뭐 .그런 세상였어요. 과거는…




둘리를 아는 많은 사람들이 특히 좋아하는 것이 호잇~하며 보이는 둘리의 초능력인데요


가수 코요테 김종민을 간헐적 천재라고 하잖아요. 그 녀석 초능력이 바로 그래요. 간헐적 초능력이죠. 원래 외계인에게 끌려가서 뇌 수술을 받은 덕분에 생긴 능력이긴 한데 정작 필요할 때는 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해요. 마치 초능력에 인격이 있는 듯 지 맘대로죠. 한편으로는 완벽하고 무한의 능력이 아니라는 게 둘리팬들에게는 더 매력적일 수 도 있겠구요…저는 이제 워낙 적응해서 별로 신기하거나 무섭지 않아요 (씨익~웃음)





이 넓은 우주에 설마 우리만 있겠어요?



길동 씨 당신은 실재로 외계인 도우너와 동거를 하고  꼴두기 별 왕자 일행을 만나거나 우주 여행을 통해 외계인을 만났는데요. 당신은 정말로 외계 생명체를 믿나요?


당연하죠. 함께 살았잖아요. 아시겠지만, 난 외계인과 생활하고, 우주에서 접촉도 해봤어요. 한때는 그들과 대결도 했구요.. 만화적 상상을 떠나서, 저는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강력히 믿습니다. 이 넓은 우주에 설마 우리만 있겠어요?


<코스모스>의 저자, 칼세이건의 말처럼 우주에서 지구만이 생명체가 있다면 이 얼마나 엄청난 우주적인 낭비겠어요? 그래서 당연히 나는 외계인의 존재를 믿고, 그런 생명체가 우주에 존재하게 해주는 신의 존재도 믿어요. 그리고 또한 이 광막하고 광활한 우주에서 띠끌 보다 작고 찰나의 순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 우주적으로 우리만 존재한다면 너무나 고독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나는 희망하는 거죠. 또 다른 지적 생명체의 존재를!


우주에서 지구만이 생명체가 있다면 이 얼마나 엄청난 우주적인 낭비겠어요?



그렇지만 지금은 다르잖아요. 꿈만 있다면 열정만 있다면…
BTS가 되지 말라는법도 없잖아요


요즘 들어 청년 실업이 심각합니다. 옆 집 가수지망생 백수 청년 마이콜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인데요. 기성 세대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한마디 해주시겠어요?


에헴…(헛기침), 우선 나 때는 말이야~ 뭐 이런 꼰대같은 소리는 하지 않을게요. 저도 젊은 시절 당시의 기성세대한테 늘 듣던 말이니까요. 그래도 제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청년들에게 힘이 되고 도움이 된다면 지금부터 제 이야기를 들어주세요(뭐지? 꼰대처럼 이야기 안하겠다면서요? 길동 씨!!!)


저는 과거에 시골의 두메산골 벽지에서 자랐어요. 자식 하나 바라보고 부모님께서는 내가 성공해서 좋은 대학 나오고 좋은 직장을 다녀서 좋은 가정 꾸려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셨죠. 나도 그런 부모님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고 누구보다 성실히 살아가려 노력하는 사람예요. 에~헴! (아니나다를까…역시 제가 익히 아는 고길동이네요!)


그런데 사실 잘 모르겠어요. 이제는 시대가 변했죠. 나 때는 직업을 고르는 것도, 계층을 오르는 사다리가 대기업에 들어가거나, 공무원이 되는게 다였어요. 그렇지만 지금은 다르잖아요. 꿈만 있다면 열정만 있다면…BTS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잖아요. 지치지 말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어요. 어... 옆집에 사는 마이콜에게 전해줘요. ‘꿈은 소중하다. 가수의 꿈을 절대 포기하지 말라’ 구요…그래서 보란 듯 성공해서 제발 다른 곳으로 떠나라구요…아주 시끄러워 죽겠어요.!


언젠가, 그레미 시상식에서 마이콜을 만날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인터뷰하러 오는 길에 덕선이, 택이, 선우, 동룡이네 집을 거쳐 왔습니다. 쌍문동을 소재로 한 <응답하라 1988>이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았는데요. 혹시 아시나요?


그럼요, 같은 동네잖아요. 아주 잘 아는 사이 예요. 오시며 봤겠지만 바로 우리 골목에 그 친구들이 살아요. 자주 만나는 이웃이고, 철수, 영희와 같은 학교를 다니는 걸로 알고 있어요. 부모들끼리는 가끔 학부형 모임에서 만나고 있죠. 사실 취미로 바둑을 두고 있고, 한때는 바둑이 너무 좋아 기원에서 살다 시피 한적도 있어서, 택이와 택이 아버지도 자주 보는 사이니까요…택이 녀석이 우리 기원에서는 완전 스타죠~


곧 그들과의 인터뷰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나는 아파도  안되고, 회사를 그만둘 수도 없어요.
나는 대한민국의 아빠라는 이름이죠.


한편으로 길동 씨 당신은 슬프고도 약한 사람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철수와 영희는 오히려 둘리 일당과 더 친하고, 와이프도 그닥…뭐. 조카도 별로, 대신 직장에서는 좋은 상사로 신망이 두터워 보여요. 전 개인적으로 당신을 보면 <개구쟁이 스머프>의 가가멜이나 <톰과 제리>에서 톰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하는데요


아마도 현실에서의 강자가 만화에서는 약자로 치환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간달프와 같은 위대한 마법사는 아니겠지만, 가가멜도 나름 매우 뛰어난 마법사잖아요…누가 뭐래도 전 그렇게 생각해요.. 물리적인 힘에서도 스머프가 가가멜의 상대가 되지 않잖아요. 그러기에 만화에서는 가가멜을, 고양이 톰이 언제나 당하는 캐릭터가 된 것이 아닐까 싶어요. 물론 나도 시작점은 그럴 것이라 너그러운(?) 마음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다만, 요즘 가족 구성원을 보면, 이 시대의 가장으로의 삶이 권위적이거나 가부장적인 위치는 결코 아니거든요.. 아니 최소한 나는 그런 사람이 결코 아녜요. 부양해야 할 가족과 동거인이 정말 많아요…. 나는 아파도  안되고, 회사를 그만둘 수도 없어요. 나는 대한민국의 아빠라는 이름이죠.


언제나 주인공에 가려져 있는 넘버 2가 있기 마련이죠! 그들에게 박수를!!!



혹시 가가멜이나 톰과 친분이 좀 있나요?


동시대에 활동했으니까요. 또한 시청자들에게 매력적인 주인공의 대척점으로 설정되어 있고, 그 위치에 있기 때문에 서로 간에 연대가 제법 있는 편이죠.   


바쁜 시간에 인터뷰에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그 변하지 않는 헤어스타일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주세요. 끝으로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가 한참 턱을 괴고 생각에 잠긴 후 입을 뗍니다) 음…나 때는 말이야…




서둘러 인터뷰를 마치고 쌍문동을 나오는 지금 석양이 지고 있습니다. 나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리게 됩니다.. 우리들 아버지의 노래이기도 제 노래이기도 하고 우리들이 노래이기도 한…


Bravo Bravo my life 나의 인생아~ 지금껏 달려온 너의 용기를 위해!!! - 봄여름가을겨울


해 저문 어느 오후
 집으로 향한 걸음 뒤엔
 서툴게 살아왔던
 후회로 가득한 지난 날
 그리 좋지는 않지만
 그리 나쁜 것만도 아니었어
 석양도 없는 저녁
 내일 하루도 흐리겠지
 힘든 일도 있지
 드넓은 세상 살다보면
 하지만 앞으로 나가
 내가 가는 곳이 길이다
 Bravo Bravo my life 나의 인생아
 지금껏 달려온 너의 용기를 위해
 Bravo Bravo my life 나의 인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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