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겨울의 나는
루브르에서 튈르리 공원을 지나
샹젤리제 거리를 거슬러 걷고 또 걷습니다.
그곳에 에투알 개선문 있기 때문입니다.
284개의 계단을 오르는 까닭은
파리를 느끼고 싶어서 일 것입니다.
달팽이의 몸속에 들어간 작은 사람처럼
터벅터벅
나의 지친 다리는 오르고 또 올라갑니다.
겨울의 파리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그러나 개선문에 올라서면 개선문이 보이지 않습니다.
마치 자신의 영광을 기리기 위해 만든 나폴레옹처럼
어쩌면 그의 운명이 다한 후에야 만나게 되는 이 개선문처럼
개선문을 돌다 보면 어느 곳이든 갈 수 있습니다.
거스르지 않고 그저 내 길을 가다 보면
자연스레 또 다른 길이 열립니다.
너무 많은 욕심에 너무 많은 길을 가려다 보면
로터리를 벗어나지 못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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