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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행 Sep 24. 2021

[가상 인터뷰] 디오니소스(Dionysos)_1.

주정뱅이의 신을 만나다!

디오니소스(Dionysos)  - 주정뱅이의 신을 만나다



에로스와 더불어 인류와 가장 가까운 신, 인간에게 도취와 광기라는 자유의지를 부여했으며 삶의 유한성 속에서도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신.


그가 엄청난 숙취에 시달린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입니까?

숙취를 좀 풀어줄 요량으로 근처 편의점에서 여명 808, 컨디션, 상쾌한을 몇 병 사, 신화의 시공간을 건너 인터뷰 장소로 이동합니다.



그와 만났을 때 그는 전날 과음으로 인한 엄청난 숙취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오늘 인터뷰이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인물임에도 비교적 인터뷰 요청을 흔쾌히 승낙해주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유명세가 있는 사람은 수 만년을 기다리기도 합니다. 아폴론은 아직까지 인터뷰 요청에 전혀 답이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정작 인터뷰를 위한 장소를 찾기가 무척이나 어려웠다는 겁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그는 전 세계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또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죠. 동시간 대에 나타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니 마치 산타클로스와 유사하군요.)


대부분 밤에 출몰하지만 가끔은 낮에도 활기차게 활동하죠. 그럴 땐 정말 애비 애미도 몰라보게 됩니다. 그래서 과연 그를 어디에서 만날 수 있을지 난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조지아(그루지아, Georgia)에서 그를 찾았습니다. 조지아, 아르메니아, 터키의 동북부, 이른바 이 코카서스 지역은 와인의 발상지로 추정되는 곳이죠. 그가 자주 출몰하는 곳이고 어찌 보면 그를 만나기에 최적은 장소입니다.



와인의 발상지 조지아, 저 멀리 어딘가에 숙취에 빠져 있는 주정뱅이들의 신,  디오니소스가 있을 겁니다.  



디오니소스(Dionysos) 혹은 바쿠스(Bacchus) 그는 술과 황홀경의 신입니다. 포도 수확이 한창인 그에게 다가갑니다.



이 정도 숙취는 견딜 만합니다. 어제 올림푸스 12 신과 회식자리 였거든요.






“안녕하세요? 디오니소스, 바쿠스로 불러드릴까요? 숙취로 고생하신다는 소식을 들어서, 우리나라에서 많이 먹는 숙취 해소제를 몇 병 선물로 사 왔습니다. 해장은 좀 하셨나요?" (안됐지만, 얼굴이 무척이나 힘들어 보입니다. 몸에서도 술 냄새가 나구요…오늘 인터뷰가 쉽지만은 않겠습니다)




“음...아...아직요…(쓴 물은 올리며…한쪽 눈을 찡그리는군요) 그래도 워낙 몸이 강골이라 이 정도 숙취는 견딜 만 합니다. 어제 올림푸스 12 신과 회식자리 였거든요. 헤르메스가 옆자리에서 술을 좀 많이 권하는 바람에…둘다 정신없이 마셨답니다. 그리스에서는 저를 디오니소스로, 로마인들은 저를 바쿠스로 부르니 뭐 편할 대로 불러도 됩니다.”



전날 술을 함께 마셨다는 헤르메스는 그의 절친이자 배 다른 형제입니다.




디오니소스가 왜 술에 빠져있는지 그의 출생의 비밀만 봐도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네, 그럼 디오니소스로 부르겠습니다. 올림푸스 12 신을 말씀하셔서 하는 말인데, 디오니소스 당신은 제우스의 아들이고, 제우스의 아내인 헤라에게 갖은 고초를 겪었습니다. 좀 더 자세히 당신의 출생과 성장한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나요?”




“뭐 어렵지 않죠. 맞습니다. 제우스가 제 아버지죠. 어머니는 카드모스(테베의 왕)의 딸인 세멜레(Semele)예요. 어머니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법적 부인 헤라(Hera, 유노) 여신은 이를 질투했고 어머니를 제거하려는 계략을 꾸몄죠. 아버지 제우스는 인간의 모습으로 어머니와 밀애를 나눴습니다.


슬프지만 어머니는 내연녀였어요. 유모 노파로 변장한 헤라가 어머니를 꼬셔 사랑한다면 사랑의 증표로 아버지의 실제 모습을 보여 달라고 부추겼죠. 아시겠지만 아버지의 바람기는 장난이 아녔습니다. 제 아무리 사랑하는 어머니라도 아버지가 진짜 제우스인지 아닌지  궁금했더랬어요.



‘자갸..정말 날 사랑한다면 자기의 진짜 모습을 내게 보여줘~'

‘아…안돼..난 신이고 당신을 인간이잖아…인간이 신의 모습을 본다면 무서운 일이 생길 거야…’

어머…자기 정말 날 사랑하긴 하는 거야? 사랑하긴 하는 거냐구???’.



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결국 아버지는 본모습을 보여주셨지만 아버지는 천둥과 번개의 신, 결국 어머니께서 1억 볼트의 번개에 돌아가시죠.


사랑한다면 증명해 달라는 세멜레와 1억 볼트 번개를 손에 쥔 제우스의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드라마




이때 어머니가 저를 임신 중이셨고 급한 마음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뱃속에서 저를 꺼내 당신의 허벅지에 넣고 꿰맸다가 달 수를 채우고 저를 탄생시켰어요. 이후 아버지가 헤르메스(Hermes)에게 저를 부탁해 님프에게 맡겨져 성장했습니다.”


(그의 출생 이야기를 듣다 보니, 늘 제우스의 주체 못 하는 바람기와 헤라의 질투가 수많은 문제와 신화의 이야기 거리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사랑하는 게 죄는 아니라고는 해도 나쁜 남자임에 틀림없어요. 디오니소스가 왜 술에 빠져있는지 그의 출생의 비밀만 봐도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멀쩡한 정신으로는 살아갈 수 없었겠죠.)


내가 니 애비다!???? 아...아니...니 애미다!???? 아....나...나도 헷갈린다.




“당신은 올림푸스 12 신 중 인간의 몸에서 태어난 유일한 신입니다. 신화에서는 신과 인간 사이에 태어난 인물은 영웅이라 칭하잖아요. 헤라클레스, 테세우스, 아킬레우스가 그렇잖아요. 당신 역시 인간의 몸에서 태어났는데 어찌 영웅이 아닌, 올림푸스 12 신의 멤버로 받아들여지게 되었을까요?"




“해석은 여러 가지겠지만, 아버지 제우스의 허벅지에서 다시 태어났으니까요. 인간의 몸에서 품어졌지만, 신의 몸에서 태어났다고 말할 수 있겠죠. 즉 아버지 제우스는 제 아버지기도 하고, 저는 낳아주신 어머니이기도 한 것이죠.”


(신비합니다. 신화라는 것이 주는 판타지겠죠. 자식들을 식육했다가 다시 세상으로 내보내기도 하고, 변신하며, 하늘과 땅, 죽음의 명계를 오고 가기도 하는 세계. 디오니소스에게는 제우스가 아버지이자 어머니일 수도 있겠네요)


자식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 낳을 실 때 괴로움 다 잊어버리고...정말 비정합니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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