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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X Sep 30. 2021

[가상 인터뷰] 디오니소스(Dionysos)_2.

주정뱅이의 신을 만나다!

병든 바쿠스(sick Bacchus)...
숙취에 애타게 해장국을 찾는 지금의 제 모습 같기도 하구요




“세계 여러 미술관에서 당신의 얼굴을 많이 보았습니다만 실재 만나보니 당신을 당신 답게 가장 잘 표현한 회회 작품은 바로 카라바조(caravaggio)가 그린 술 취해 병든 바쿠스(sick Bacchus, 로마 보르게세 미술관)가 아닌가 싶어요. 사실 서양 미술과 음악, 문학에서 당신을 빼 놓고는 다른 상상을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맞아요. 카라바조 뿐 아니라 서양 미술사에서 저를 소재로 수많은 화가들이 그림을 그렸죠. 이탈리아 베니스의 르네상스를 이끈 티치아노 (Tiziano Vecellio)나 스페인의 대표 화가 벨라스케스, 프랑스의 리콜라 푸생 도 대표적인 화가죠. 


사실 개인적으로는 카라바조의 젊은 바쿠스(young Bacchus,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를 더 좋아하지만, 신격이 아닌 인격의 세계관으로 바라보면 인간적인 면에서나 철학적인 면에서 병든 바쿠스가 끌리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잘 생긴 미소년 같은 그림보다는 병든 바쿠스가 더 대중들에게는 바쿠스 다워 보이는 모양예요. 숙취에 애타게 해장국을 찾는 지금의 제 모습 같기도 하구요…” 



신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아파 보이는, 병든 디오니소스의 모습...과음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적당히 마셔야 젊은 바쿠스처럼 이런 발그레한 피부를 유지할 수 있어요~







시공 여행자 5분 tip 

카라바조? 대체 뉘신지??? 바로크의 스타일리스트


카라바조(Michelangelo da Caravaggio,  1571-1610), 미켈란젤로 카라바조. 그의 이름예요. 


시공 여행자가 가장 좋아하는 화가랍니다. 전 세계 미술관에 수 십점 밖에 없는 16세기 화가입니다. 

바로 르네상스 후기에서 우리가 아는 “바로크”를 열어제낀 사람이라 생각하면 간단해요. 


당시로는 파격적인 삶을 살았고, 그의 인생같은 그림을 그렸어요. 


따로 그림을 배우지도 않았구요…

원래 당시 화가들은 유명 화가 조수로 일하거나 또는 유명하다는 학원에 가서 수 년간 배웠어요..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죠..근데 카라바조는 길거리에서 배워요…그리고 길거리 사람들을 그리죠..


하도 그림을 잘 그리니 돈 있는 귀족이나 성직자들이 너나 없이 그림 좀 그려달라구 난리가 나요..

근데 그의 그림은 시대의 상상을 뛰어넘어요…


술의 신 <바쿠스>를 그리는 데 술에 쪄들어 있는 병자처럼 그리거나, 

구약 성경 속 <유디트>를 그리는 데 피가 사방으로 튀는 하드고어 슬래셔 무비로 그리거나, 


400년 전, 카라바조는 하드고어 슬래셔 택사스 전기톱 살인사건 저리가라 그림을 그린 스타일리스트예요


<메두사>를 그리는 데 정말 뱀이 관람객을 돌로 만들게 그리거나, 

관람객을 하두 빤히 바라봐서 눈을 피하게 하는 그림을 그리거나…

도박판에서 귀족 뒷통수 치고 속임수 쓰는 절묘한 그림을 그리거나…


내가 빙다리 핫바리로 보이냐? 내 손모가지를 건다!!!




루브르의<성모의 죽음>도 당시 교회에서 의뢰를 해요..


“카라바조 선생…성모님의 성스러운 그림 좀 그려줘…당신 그림 잘 그리잖아”

“오케이~”


그림을 그리던 중 로마의 테베레 강에 물에 빠져 죽은... 임신한 여인 시체 소문을 듣고 카라바조는 시체 안치소로 달려가 스케치를 해요…그리고 성모로 묘사를 하죠…그런데 그 죽은 여인은 거리에서 몸을 파는 여자였어요…시~퍼런 죽은 피부에, 부어있는 얼굴…거기에 몸파는 여인…교회가 난리가 났죠…


“카라바조…당신 미쳤소? 너 재정신이야??”

“앙~죽으면 다 같아…”

“때려 쳐!”

“그래? 아님 말어~ 췟”


쿨~하기까지 합니다. 


감옥도 수차례 오갑니다. 성격 장난 아녔거든요…그러다 사람을 죽여요…그래서 이탈리아 남쪽 나폴리로 도망갑니다. 거기서 다시 로마로 돌아오지 못하고 생을 마감해요…



도망다니다 지쳐, 교회에 용서해 달라고 그린 그림이죠.  젊은 다윗과 목 잘린 골리앗...사실 모두 카라바조 자신의 초상예요



이후 그를 추총하는 화가들이 전유럽에 퍼집니다. 

일명 <카라바기>라고 해서 대부분 따라쟁이가 되요~그리고 바로코가 열립니다.


실재로 그림을 보면 놀랍습니다. 

순간을 찍은 듯 스냅샷 같은 순간의 생생함, 

당시로는 어떠한 화가도 상상하지 못한 극적 연출, 

인스타그램 필터로도 표현할 수 없는 빛 효과가 기가 막혀요. 


이런 빛의 명암 효과를 테네블리즘 (Tenebrism)이라 부른답니다. 


방금 찍은 스냅샷 같습니다. 예수의 표정이 '아야야...아프다'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에게 영향을 받은 화가들은 끝이 없어요. 


렘브란트, 엘그리코, 디에고 벨라스케스, 프란시스 고야, 들라크루아 등 우리가 한번쯤 들어본 어마무시한 화가들이 대부분 이 카라바조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은 친구들이랍니다.



인스타그램 필터를 엄청 쓴 것 같은 카라바조의 400년 전 작품입니다. '야, 너 이리와봐!', '저...저요?!!!'








이야기가 좀 샜습니다. 다시 인터뷰로 돌아갑니다. 


페스티벌, 카니발은 언제나 신나잖아요. 렛츠 파뤼~!



“당신하면 디오니소스 축제를 빼 놓을 수 없는데, 그 축제란게 대체 무엇인가요?”



“디오니소스 축제는 신화적 축제와 실재 축제를 구분 지을 필요가 있어요. 신화적으로 보면 저를 숭배하는 소외 받고 외로운 여인들과 사티로스가 제물을 바치고 광란의 욕망을 불사르는 음악과 술의 축제죠. 이성의 통제를 벗어난 일탈과 본능의 축제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술은 이성을 마비시키고 광기에 빠져들게 하니까요.

 

실재 축제는 그리스에서 열렸으며, 여러분이 익히 아는 그리스 3대 비극과 같은 공연과 경연의 장이였어요. 이후 로마의 바쿠스 축제로 이어지죠. 비록 아폴론적인 거룩하고 이성적인 축제는 아니지만, 오히려 제 축제는  인본적인 축제였고 가면 뒤에 광기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신을 위한 축제지만, 영원한 삶을 사는 신이 아닌 유한한 인간이 인간다움을 드러내는 축제가 아닐까 생각해요. 


페스티벌, 카니발은 언제나 신나잖아요. 렛츠 파뤼~! 또한 이런 이성의 영역 너머, 인간의 본능적 욕망과 광기의 깊은 곳에서 예술적 창조가 발아하는 것이죠.”


(맞습니다. 축제는 언제나 설레임이죠! 빨리 맘 놓고 렛츠 파뤼~~~ 했으면 좋겠네요)


먹고 마시고 노는 것 만큼 세상 신나는 일이 또 있을까요?




프리드리히 니체의 책 <비극의 탄생> Die Geburt der Tragödie aus dem Geiste der Musik 에서 그도 당신과 같은 말을 했었는데요…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니체에 따르면 이성적 아폴론과 광기의 디오니소스의 대립과 투쟁, 균형과 조화의 조응과 정반합에서 그리스 비극이 탄생했다라고 주장했죠. 이성적으로 보면 인간의 삶은 짧고 유한하다. 그래서 인간은 심연의 슬픔에 빠지게 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맨 정신으로 살 수 없기에 술의 힘을 빌어 도취에 빠지게 된다. 그러다 보면 비극이 탄생한다. 뭐 당시에는 그의 이 주장이 크게 주목 받지 못했지만요. 



니체...비극의 탄생, 솔직히 집중해서 읽어도 읽어도...읽어도...읽어...읽...이런 젠장!! 어렵습니다. ㅡ.ㅡ



(짧은 제 지식으로 쉽게 해석하면, 예술이란 이성의 차원을 너머, 광기를 통해 만들어진다. 예술가는 디오니소스적 인간이다. 뭐 이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2대8 가르마에 멀쩡하고 반듯한 예술가...상상이 잘 안되잖아요 )



니체는 이 책에서 그리스 비극의 정신을 부흥시킨 것이 바그너의 음악이라 주장했죠. 뭐 바그너와 친구 사이였으니 좀 낯뜨겁지만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지 절친 였고, 뭐 그만큼 바그너의 음악을 훌륭하니까요. 


헌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바그너를 몹시 좋아한 인간이 한 명 더 있었어요. 그게 바로 악명높은 히틀러였죠. 말그대로 바그너 빠예요. 바그너의 음악이 현재에 와서 비극의 정신을 부흥시켰고 히틀러가 인류 역사상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흑역사를 실현 시켰으니 정말 비극이 탄생한 것이죠. 아이러니 합니다. 결과적으로는 니체의 말이 실현된거죠...슬프네요.



바그너 빠였던...히틀러, 인류 역사상 가장 처참한 비극의 탄생을 이르켰습니다...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의 삶에 충실하고 오직 오늘만을 즐기세요...
조르바 처럼...




“아폴론적인 ‘이성’과 디오니소스의 ‘광기’ 하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가 떠오릅니다. 아폴론이 소설 속 화자인 '나'라면, 당신은 '조르바'가 아닐까요?”



해석에 따라서는 그렇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조르바는 온 몸으로 말합니다. 삶은 학교와 도서관에서 결코 배울 수 없다고..격식과 교양, 위선이 가득한 삶, 소위 먹물들의 삶으로는 결코 인생의 진정한 즐거움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요. 아폴론적 철학이 바로 그런 먹물들의 삶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조르바는 그 다운 삶을 살아갑니다. 현실을 살고 사랑하며,  현재에 충실하고 내일 걱정은 내일 모레 합니다. 길거리에서 몸으로 배운 삶의 철학을 실천합니다.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의 삶에 충실하고 오직 오늘만을 즐기라고 우리에게 말하죠.


오늘만 즐겨도 24시간이 모자랍니다. 오늘에 충실하세요!...내일 걱정은 내일 모레 하자구요. 



딱 제 스타일의 친구예요. 저도 그의 생각에 동의 합니다. 인생을 짧아요. 그리고 인간의 삶은 유한합니다. 바로 지금, 현재에 충실하세요. 현재를 즐기세요. 당신들은 결코 저와 같이 영원히 사는 신이 아니잖아요. 


당신 질문으로 돌아가면, 그래요! 맞습니다. 조르바는 그리스 인이고 단언컨데 디오니소스적 인간입니다. 그와 소주 한잔 하고 싶군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은 이렇습니다. 제가 아주 좋아하는 말인데요….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크…!!! 정말 멋지지 않나요? 저도 이런 말 하나 남기는 인생 였음 얼마나 좋을까요…)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가 감동할 수 있는....이런 근사한 묘비명을 남길 수 있다면....죽어서도 간지가 좔좔 합니다.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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