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을 한다고 하면, 얼마나 했냐고 묻는다.
외국 사람만 보면, 자동으로 "Where are you from?" 질문이 나오는 것과 같다.
좋아하는건데 얼마나 한 게 중요한가.
대답을 미루고 있으면,
순하게 생긴 얼굴과 평범한 체구와 고운 손을 번갈아 쳐다보며,
네가 복싱했으면 난 장풍을 쏠 줄 안다, 는 눈빛들을 보낸다.
진짜 난 복싱을 얼마나 했을까?
나도 잘 모르겠다.
가끔은 수치화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 그냥 오래했다.
분명한 건,
15년 전에도 열심히 하고 있었고,
지금도 열심히는 아니지만 하고 있고,
15년 후에도 삷에서 높은 우선순위로 계속하고 있을 듯하다.
내가 복싱을 하는 것은,
복싱을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밥으로 가끔씩 밀가루 음식을 먹는 것처럼,
이미 일상이며, 자주 있는 일이며, 뜸하면 생각나서 찾게 되는 것이다.
가벼운 스텝으로 몸이 팽팽팽팽 돌아갈 때도 난 복싱인이고,
몇 개월만에 썩은 몸뚱이로 복귀하여 샌드백 1라운드 엉성하게 치고 헥헥댈때도
난 복싱인이다.
요즘은 내가 복싱의 발전과 대중화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고민해본다.
일단 복싱 관련된 일로 날 부르면 어디든 가서 작은 역할이라도 하려 노력 중이다.
그래서 이곳에도 Boxerstyle이란 공간 만들어서 복싱에 대해 가끔 흔적을 남겨보려 한다.
복싱으로 소통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아직 별 아이디어는 없지만,
하다 보면 세련된 방법이 생기겠지.
사족으로, 골프야 미안하다.
다들 골프를 쳐도, 한 명쯤은 안쳐도 되잖아.
친구들이 치라고 협박도 하고, 아는 형은 채도 사주면서 꼬시고,
이렇게 골프가 계속 내 주위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지만,
미안하다, 우린 만나기 힘들 거 같다.
골프는 본격적으로 입문도 하기 전에, 은퇴 선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