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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우 Mar 10. 2017

월간 김창우 : 영화리뷰 51~70


51. 미드나잇 인 파리 (Midnight in Paris, 2011)

(★★★★☆ 4.5)

우디 앨런은 천재다. 기발한 스토리와 예술적인 연출 방식으로 우리를 꿈속으로 데려다준다. 파리를 좋아하진 않지만, 파리의 미학적인 힘은 위대했다. 이 컨셉을 그대로 빌려와 'Midnight in Seoul'을 만들도 좋을 듯하다.


52. 재심 (New Trial, 2016)

(★★★☆ 3.5)

신파로 빠지기 쉬운 스토리에 이미 결말도 알고 있지만, 정우와 강하늘의 명연기가 다 살린다. 그쯤에서 끊어버린 엔딩도 좋았다. 근데 둘의 배역을 바꿨으면 더 좋은 그림이 나오지 않았을까.



53. 굿모닝 에브리원 (Morning Glory, 2010)

(★★★ 3.0)

꿈과 열정이라는 흔한 이야기를 레이첼 맥아담스와 해리슨 포드가 연기하고 '노팅힐' 감독이 만들었다. "꿈을 가지는 것은 좋다. 8살 땐 귀엽고 18살 땐 당차 보인다. 하지만 28살에도 허황된 꿈을 가지고 있는 건 창피해 죽겠다."는 사람들 틈에서도 레이첼 맥아담스는 성공을 향해  나아간다. Workplace comedy는 예측이 가능하지만, 충분히 즐기며 볼 수 있는 영화.



54. 스틸라이프 (Still Life, 2013)

(★★ 2.5)

2006년작 중국 영화 Still Life를 보려 했는데, 틀어보니 2014년작 영국 영화였다. 아놔. 방심했다. 근데 이미 다운받아 놓은걸 어쩌랴. 일단 보기 시작했다.

홀로 죽은 사람이 있으면 친구와 가족들을 찾아 장례를 치러주는 직업을 가진 남자의 이야기. 전체 분량을 재생속도 1.3x로 맞춰놓고 봐도 전혀 지장이 없을 만큼 제목 그대로 still한 영화이지만, 마지막 장면은 잔잔한 감동을 준다. 그래도 잘못 다운받은 영화라는 태생적 한계로 마음을 활짝 열긴 어려웠다. 굳이 찾아서 볼 것까진 없는 영화.



55. 스틸라이프 (Still Life, 2006)

(★★★ 3.0)

그래서 다시 받은 2006년작 중국 영화 Still Life(감독 지아장커).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도 수상했고, 이동진 평론가가 "이 영화는 완전하다"며 10점을 준 영화. 왠지 또 하나의 인생영화를 만날 것 같은 엄청난 기대감을 가지고 영화를 시작했다.

'너의 이름은'이 혜성을 통해 사라진 일본 마을이 배경이라면, 이 영화는 중국 산업화의 상징인 댐 건설로 인해 수장될 운명의 마을이 배경이다. 너무 기대가 컸던지, 아님 중국 문화 및 산업화 과정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던지, 이 영화가 왜 완전한지를 알 수는 없었다. 이주 노동자들의 눈으로 바라본 중국의 도시화 문제를 다룬 영화를 내가 왜 동명작품까지 보면서 기다렸나 회의가 들기도 했다. 평론가들을 위한 영화. Not for me!



56. 내 깡패 같은 애인 (My Dear Desperado, 2010)

(★★★ 3.0)

믿고 보는 박중훈과 정유미의 조합. 게다가 깡패 영화를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들의 수고를 덜어주고자, 제목에 대놓고 깡패란 단어를 쓰며 좌표를 찍어줬으니, 이건 의리로라도 봐야 한다. 유치한 제목에 비해선 좋은 영화. 다만 박중훈이란 대배우를 쓰는 방식이 조금 아쉬웠다. 박중훈이 아무리 욕을 하고 주먹을 휘둘러봤자 양익준, 류승범, 임창정 등의 양아치 레전드 배우들을 뛰어넘긴 힘드니, 박중훈 특유의 코미디 연기와 에드립을 더 살렸으면 좋았을 텐데.



57. 홈 (Home, 2015)

(★ 1.5)

영화는 모르겠고, OST가 왜 이렇게 좋은 거냐.



58. 녹터널 애니멀스 (Nocturnal Animals, 2016)

(★★★☆ 3.5)

복수를 주제로 한 영화 중 가장 세련된 구조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같이 평범한 영화 지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최대한 쉽게 풀어내기 위해 고심한 듯했으나, 그래도 몇몇 장면은 전문가들의 해석이 필요하긴 했다. 제이크 질렌할은 우락부락한 근육에 비해 슬프고 복잡한 감 연기를 참 잘한다.



59. 인시던트 (The Incident, 2014)

(★★★★ 4.0)

박정효가 이 영화를 추천했다. 정효의 추천이면 내 스타일은 아닐 테고, 뭔가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영화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도 숙제를 내 듯 한 번 보라는데 어쩌랴. 속는 셈 치고 한 번 보기로 했다. 영화를 다운받고 30분 정도 봤을 때까지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정신병자들이 나오는 영화, 내용도 이상하고 나 또한 정신병자가 되는 것 같았다. 레알? 정효가 이 영화를? 뭔가 이상해서 찾아보니, 덴장 또 동명작품을 잘못 받았다. 어이없는 동명 C급 영화를 30분이나 보다니. 그것도 정신병자들이 드글드글 나오는 영화를.

화를 누르고 다시 다운을 받았다. 파일 용량도 크고 추가 요금도 있었다. 그런데 틀어보니, 이번엔 자막이 나오질 않았다. 그다음 파일도 열리지 않았다. 갓댐잇! 늪에 빠진 기분이었다. 극장에서 영화 한 편 보고 올 만큼의 시간과 돈을 쓴 후에야 너덜너덜해진 마음으로 드디어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어쩌면 영화를 보게까지의 과정 또한 이 영화의 일부분인 것 같았다. 늪에 빠진 기분을 안겨주는 영화. 하지만 최근에 본 영화 중 가장 독창적이면서도 '홀리 모터스'나 '멀홀랜드 드라이브'처럼 불편하지도 않았다. 누군가에겐 올해 최고의 영화로 기억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강의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소스들을 줄 수 있는 영화, 그래서 보라고 했구나. 그래도 나이스~



60.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A Street Cat Named Bob, 2016)

(★★★☆ 3.5)

제목이 이상하다. 한글 제목을 붙여보고 뉘앙스 이상하면 그냥 영어 제목 'A street cat named Bob'을 그대로 좀 쓰지. 어려운 단어도 없구먼.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헤로인에 찌들었다가 가족에게 버림받고 노숙하면서 버스킹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던 주인공. 쓰레기통을 뒤져 상한 음식까지 먹는 것 치고는 너무 강남 오빠처럼 고급생겼다. 주인공은 그렇게 밑바닥 인생을 살다가 고양이 한 마리를 우연히 키우게 된다. 그 이후의 내용은 스포의 영역.

민주묘총 소속의 냥이맘들이 보면 심쿵할 영화. 고양이의 연기가 놀랍다. 내년 아카데미상에서 남우조연상은 이 고양이가 받아야 한다. 아, 영화 중간에 중성화 수술을 했는데 그럼 뭘 줘야 하지? 이런 변형에는 각색상? 이 거세된 남우조연 고양이는 '자전거 탄 소년'의 아이처럼 한 가지 표정으로 모든 감정을 다 전달한다.

가장 놀라웠던 사실은 이 고양이가 실제 Bob이었다. 이 고양이의 전생은 히스 레저였을 듯.



61. 에이트 빌로우 (Eight Below, 2006)

(★★★ 3.0)

고양이 영화를 봤으니, 멍멍이 영화도 하나 봐야지. 다만 이런 인위적인 밸런싱은 앞으론 자제해야겠다. 고양이 봤다고 개 영화를 찾는 내가 순간 오타쿠처럼 보였다.

남극에 버려진 8마리의 썰매개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디즈니에서 만든 영화답게 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장면들이 볼 만했다. 특히 물개와 개들의 싸움신은 대 to the 박이었다. 하지만 처음엔 몰랐는데 개들이 뭔가 낯이 익은 것이, 예전에 케이블에서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마지막 장면을 이미 봤었구나. 그 순간 김이 팍 샜다. 마지막 장면에서 짜짠!하며 감동을 다 짜내는 영화인데, 채널 돌리다가 우연히 본 게 기억이 났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아주 재미있어할 만한 디즈니 가족 영화에 두 엄지를 치켜세우기엔, 내 나이가 벌써 불혹이구나.



62. 에쿼티 (Equity, 2016)

(★★ 2.5)

월스트리트, 겜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마진콜, 빅쇼트 등의 금융 영화를 모두 보긴 했지만, 내겐 큰 감흥이 없었다. 난 역시 직업인으로서의 금융인일 뿐, 영화에서까지 금융을 만나고 싶진 않다.

그래도 이 영화는 기대보단 괜찮았다. 월가에서 성공을 쫓는 세 여자의 이야기. 타 영화들처럼 세상을 발칵 뒤집을만한 금융 스캔들을 다룬 것이 아니라, 한 회사의 IPO를 둘러싼 이야기이기 때문에 다소 스케일은 작게 느낄 수도 있지만 업계 동료들에겐 더 와 닿는 부분이 있을 듯했다. 특히 OECD 국가 중 여성 임원 비율이 가장 낮은 국가의 직장인으로서, 여성들의 유리 천장을 다루고 있어 나름 의미가 있는 영화.



63. 500일의 썸머 ([500] Days of Summer, 2009)

(★★★★ 4.0)

이 영화는 러브 스토리가 아닐 것이라는 나래이션과 함께 시작되는 영화.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누구라도 '조셉 고든 레빗'과의 러브 스토리가 시작될 것이다. 대단히 창의적이고 재치 있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 이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이 있으면, 7 영업일 이내에 볼 것을 추천한다.



64. 스노든 (Snowden, 2016)

(★★★★☆ 4.5)

조셉 고든 레빗!!!!!!!!!!!!

이런 영화에 출연한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스노든의 실제 목소리까지 따라한 조셉의 명품 연기와 올리버 스톤의 탄탄한 연출력은 보너스. 적어도 이 영화가 스노든을 강제 송환시켜 사형시켜 버려야 한다는 트럼프의 주장으로부터, 스노든을 조금 더 지켜줄 수 있길.



65. 매기스 플랜 (Maggie's Plan, 2015)

(★★ 2.0)

핵소고지를 보고 싶었으나,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보기엔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이 부담됐다. 그래서 다른 영화를 고르다가, 포스터에 에단호크가 뙇! 호크 형님이면 나의 점심시간을 쉐어할만하지. 포스터만 보고 예매를 하다 보니, 영화를 다 보고 나올 때조차 이 영화의 제목을 몰랐다. 그래, 영화를 볼 때 굳이 제목을 알 필요가 있겠는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처럼, 제목이 별로라 보지 않고 지나갔던 대작들도 얼마나 많았던가. 서태지가 TAKE 1, TAKE 2처럼 의미 없는 이름을 곡에 붙였던 것처럼, '김창우 Movie 52'라는 임시 제목으로 보기 시작했다.

모든 면에서 평균적인 영화. 하지만 적당한 로맨틱 코미디에 재미를 느끼기엔 난 이미 '라라랜드', '어바웃 타임', '미드나잇 인 파리', '500일의 썸머'을 봐버렸. 그리고 홍상수 영화에나 어울릴법한 찌질남이 필요한 자리에 무려 에단 호크 형님을 쓰다니.



66. 드라이브 (Drive, 2011)

(★★★★ 4.0)

라이언 고슬링을 어쩌면 좋지. '라라랜드'의 시크함, '킹메이커'에서의 차도남,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의 터프함까지 연기의 스펙트럼이 대단히 넓다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에서는 상남자 캐릭터가 한층 더 강렬했다. 비트의 정우성도 생각났고, 이쑤시개를 물고 쌍권총 대신 핸들을 잡은 주윤발도 연상되었다. 영화 후반부에서는 갑자기 '킬빌'을 연상시킬 만큼 잔인한 장면들이 생뚱맞게 나오지만, 고슬링이 배경이면 이마저도 미학적으로 보인다.


나도 피아노도 치고, 코도 좀 크고, 눈썹도 처졌는데, 고슬링이랑 왜 느낌이 다른 걸까.



67. 일루셔니스트 (The Illusionist, 2010)

(★★★ 3.0)

컴퓨터 그래픽 3D 애니메이션만 보다 한 폭의 수채화 같은 2D 애니메이션을 보니, 서울에 있다가 고향에 내려간 기분. 그래, 내 고향은 서울이 아니었다.

영화가 끝나고 5분 후, 이 영화의 엔딩 장면이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떻게 끝났지? 다시 틀어서 확인했다. 그만큼 잔잔했던 영화.

실뱅 쇼메 감독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필모 그래프를 찾아보니, 7개의 애니메이션과 1개의 실사 영화를 연출했다. 갑자기 이 감독의 실사 영화가 궁금해졌다.



68.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 (Attila Marcel, 2013)

(★★★★☆ 4.5)

실뱅 쇼메 감독의 실사 영화를 굳이 찾아서 본 내가 자랑스러웠다. 이 영화는 대단히 아름답고 경이롭다.

Vis Ta Vie 네 인생을 살아라!



69. 번 애프터 리딩 (Burn After Reading, 2008)

(★★★☆ 3.5)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틸다 스윈튼, 존 말코비치가 코엔 형제의 영화로 뭉쳤다면 안 볼 수 없지.

영화를 보고 나니 역시 코엔 형제다. 엄청난 무게감으로 다가오는 '노인을 위한 바다는 없다'에 이은 후속작으로 이렇게 별 것 아닌 이야기로 돌아오다니. 모든 등장인물들이 새털처럼 가볍다. 조지 클루니의 찌질한 연기도 좋았지만 브래드 피트의 코믹 연기는 완벽했다. 내가 굳이 영화를 만든다면, 이런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 아무것도 아닌 영화.



70. 파노스와 요르고스 그리고 당나귀 (Highway to Hellas, 2015)

(★★★★☆ 4.5)

외국 사이트에서 우연히 보게 된 추천 영화. 네이버 평점 리뷰가 10명도 안 되는 희귀템.

하루끼가 몇 달간 머물면서 장편소설 한 편 쓰고 나오고 싶을 듯한 그리스의 아름다운 섬을 배경으로 깐깐한 독일 은행원과 대충대충 사는 그리스인들의 좌충우돌 이야기.

영화가 끝나고 미친놈처럼 혼자서 박수를 치고 싶었다. 세상에 숨어 있는, 이런 좋은 작품들을 계속 끄집어 내고 싶다.






https://brunch.co.kr/@boxerstyle/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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