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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우 Mar 27. 2017

월간 김창우 : 영화리뷰 71 ~ 90

71. 헤드헌터스 (Headhunters, 2011)

(★★★☆ 3.5)

처음 본 노르웨이 영화. 노르웨이 하면 하루끼의 책 '노르웨이의 숲', 레알 마드리드 축구선수 '외데가르트', 이마트에서 샀던 '연어'만 떠오르는 걸 보니, 지금껏 내 관심의 사각지대에 자리하고 있는 나라였다. 최근엔 구글에서 'best movies to watch' 등으로 검색하여 외국 사이트에서 추천하는 영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이 영화도 그렇게 고르게 되었다.  

Wow, 북유럽 국가들도 영화를 잘 만드는구나. 노르웨이 베스트셀러 책을 영화화하여 스토리가 탄탄하다. 겉으론 헤드헌팅 회사를 운영하며 실제론 미술품 도둑질을 겸업하고 있는 주인공은 극 중에서 키가 168cm인데 엄청난 흡입력으로 영화를 이끌어간다. 그리고 Eww~!!! 단언컨대 영화 역사상 가장 더러운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만으로 평점 한 단계 상승.

이 영화를 헐리우드에서 만들고, 키 작은 탐 크루즈가 주연을 했다면 전 세계적으로 대박이 났을 듯.



72. 신의 한 수 (2014)

(★★★ 3.0)

바둑을 소재로 한 영화인데, 이세돌과 알파고의 섹시한 두뇌게임을 연상하면 안된다. 비트의 정우성이 돌아왔다. 노름의 소재로 바둑은 상당히 참신했고, 엄청나게 폭력적이고 잔인한 영화였다. 안성기, 이범수, 복싱계의 보물인 이시영 등이 거들어 영화의 B급화를 막아준다. 아수라를 재미있게 본 사람들에게는 추천. 정우성이 차분하게 바둑두는 영화인 줄 알고  바둑꿈나무들이 이 영화를 본다면 다들 삐뚤어질 듯.



73. 파수꾼 (2010)

(★★★☆ 3.5)

학원폭력물 누아르 장르 매니아면 무조건 봐야만 했던 독립영화. 이제훈의 초창기 시절을 볼 수 있다. 다른 학원 누아르물에 비해 박진감이 넘치거나 절대 무공의 학교 짱이 등장하여 묻지마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는다. 여리여리한 이제훈이랑 학교짱은 별로 어울리진 않긴 하다. 대신 고삐리들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영화. 5천만 원에 이런 수작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74. 프레스티지 (The Prestige, 2006)

(★★★★ 4.0)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를 개인적으로 즐기진 않는다. 그 유명한 배트맨 시리즈는 아직 보지 않았으며, 인터스텔라, 인셉션 등도 나쁘진 않았으나 내 취향은 아니었다. 다만 '메멘토'를 보면서 이 감독은 천재라는 확신은 들었다. 모 해외 영화 사이트에서 놀란 감독 작품 중 최고라는 찬사가 있길래 이 영화를 찾아서 봤다.

휴 잭맨과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 대결은 마치 페더러와 나달의 윔블던 결승전을 보는 것 같다. 속고 속이고 속고 속이고 속고 속이고 속고 속이다 보면 영화가 끝나고, 뇌가 말랑말랑해짐을 느낄 수 있다.



75. 셔터아일랜드 (Shutter Island, 2010)

(★★★☆ 3.5)

봤는지 안 봤는지 헷갈리는 영화들이 있다. 셔터아일랜드가 그랬다. 본 것 같긴 한데 내용이 전혀 기억이 나질 않길래, 혹시 예고편 정도만 본 것이 아닐까 생각을 했다. 안 본 영화이길 바라며 틀었는데, 디카프리오의 구리구리한 짧게 맨 넥타이를 보는 순간, 아씌 본 영화구나!

다행히 결말 부분은 영화 2/3 지점이 지나서야 떠올랐기 때문에 끝까지 볼 수 있었다. 이미 본 영화라 긴장감은 떨어졌지만 대신 음악에 집중할 수 있었다. 영화 중간중간에 나오던 음산한 음향 효과, 알고 보니 클래식이었다. "Symphony No.3 : Passacaglia Allegro Moderato" 이런 음악은 '컨택트'에서 외계 생명체 만나러 갈 때나 '시카리오:암살자들의 도시'에서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사용되었다. 같은 학원 출신들이 음악 감독을 한 듯. 이 음악을 여름철 밤중에 틀어 놓으면, 모기들도 무서워 달아날 듯.



76. 복스! (Box!, 2010)

(★★ 2.0)

'백 엔의 사랑'을 찾기 위해 검색어로 '일본' '복싱' '영화'를 넣었더니 이 영화가 먼저 나왔다. 고등학교 복싱부 이야기. 포스트에서 뭔가 '파수꾼' 느낌이 났다. 스틸컷들도 제법 재미있어 보였고 일본 내 평점도 높은 듯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중간에 끊고 싶었지만 복싱이라서 봐줬다. 주인공 두 명의 연기가 뛰어났다는 것을 제외하곤 유치한 대사와 뻔한 스토리로 오글거림을 참기 힘들었다. 그리고 복싱 영화면, 기본적으로 체급 좀 맞추자. 상대편과 주인공이 시합할 때 체격 차이가 적어도 두 체급 이상은 나 보였다. 게다가 상대편은 고교생치곤 너무 노안에 어른 근육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도 결승전 2라운드는 음향효과나 해설 없이 원 테이크로 한 라운드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찍었다. 한 라운드를 원테이크로 찍다 보면, 정말 어처구니없는 개싸움 펀치들도 나올법한데 자연스럽게 잘 찍었다. 그런 도전정신은 인정! 시간 많은 복싱 동아리 후배들을 제외하곤 굳이 이 영화 찾아서 보진 말길.



77. 백 엔의 사랑 (100 Yen Love, 2014)

(★★★ 3.0)

무뚝뚝한 영화. 그래도 주인공은 무의미하던 인생에서 단 한 번만이라도 치열해보려고 했다. 그게 복싱이라 반갑다. 그리고 확실한 건 여배우 중에 이시영만큼 복싱 자세가 나오는 사람은 없다.



78. 문라이즈 킹덤 (Moonrise Kingdom, 2012)

(★★★★☆ 4.5)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웨스 앤더슨 감독의 전작. 여기서부터 동화책을 찢고 나온듯한 영화 스타일이 발동 걸렸었구나. 난 개인적으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보다 더 재미있게 봤다. 좌우대칭 성애자 감독답게 모든 화면의 색감과 균형미가 예술이다. 이 영화의 스틸샷만 가지고도 엽서 500장은 만들 수 있을 듯.

"사람은 실수를 하게 마련이다. 너무 위험한 실수는 막는 게 어른들 일이다."



79. 캡틴 판타스틱 (Captain Fantastic, 2016)

(★★★☆ 3.5)

'죽은 시인의 사회'의 대안 교육 버전. 나도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내고 있지만 이 가족의 교육법에는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아동 학대보일만큼 숲 속에서 날 것 그대로의 스쿨링을 하며 살아가는 가족이 그들의 가치를 지키기 위하여 도시로 떠나는 내용. 포스터만 보면 가족 힐링 코미디 영화처럼 보이는데, 메시지는 절대 가볍지 않다. 영화라 너무 이상적으로 그려진 면이 있지만 교육, 가족, 부모 역할, 가치관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생각할 거리들을 확실하게 던져준다. 그래도, 이 가족은 너무 과하긴 하다. 우리 딸들은 곱게 키워야지.



80. 언터쳐블(Intouchables, 2011)

(★★★★ 4.0)

장애인 백인 갑부와 그를 돕는 가난한 흑인의 이야기. 원제는 'Intouchables'인데 한글 제목은 '언터쳐블 : 1%의 우정'이다. 좋은 영화인 건 알았지만 내용은 뻔할 것 같아서 보지 않았다. 사족처럼 '1%의 우정'이란 촌스러운 부제까지 붙여놔서 더 손이 가지 않았다. 그래도 의무감에 뻔한 감동이라도 한 번 받자는 생각으로 영화를 시작했다.

역시 호평을 받는 영화는 다 이유가 있구나. 억지 감동을 끌어내려하지 않고, 시종일관 유쾌하여 그 뻔함을 훌쩍 뛰어넘는다.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의 마담 프루스트가 조연으로 출연하여 더욱 반가웠던 영화.



81.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2013)

(★★★ 3.0)

벤 스틸러는 좋은 감독이자 훌륭한 배우다. 인생영화 중 하나인 1994년작 '청춘 스케치'도 벤 스틸러가 감독이자 주연이었다. 4번 타자면서 에이스 투수로도 활약하는 느낌. 이 영화에서도 벤 스틸러가 감독 겸 배우로서 활약하며 상당히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4번 타자면서 에이스 투수는 고교 야구까지만 통용된다. 이 영화를 명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짐 케리 같은 연기력 쩌는 코믹 배우가 주연을 맡았다면, 정말 명작이 될 수 있었을 것 같다.



82. 내일을 위한 시간 (Two days One night, 2014)

(★★ 2.0)

'자전거 탄 소년'과 함께 다르덴 형제의 대표작. 유럽 대표 감독 다르덴 형제의 작품은 각종 영화제가 사랑하지만, 말초신경이 팔딱팔딱 살아있는 나의 사랑을 받기엔 너무 잔잔하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도 연상이 되었지만, 그 영화에 비해서도 훨씬 스토리라인이 간단하다. '얼라이드'에서 매력 넘치는 이중간첩 역할로 나온 '마리옹 꼬띠아르'가 퇴직 위기의 우울한 근로자 역할로 나와서 열일을 한다. 대신 '마리옹 꼬띠아르'를 제외하면 연기력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 나와도 무방한 영화. 다르덴 감독이 거장이라고 하니, 누군가는 이 영화에서 인생을 발견하겠지. 안타깝게도 그 누군가가 나는 아니었다.



83. 장고:분노의 추격자(Django Unchained, 2012)

(★★★★☆ 4.5)

쿠엔틴 타란티노의 손을 거치면 서부극도 예술이 된다. 서부극에 흑인 총잡이와 힙합 OST라니. 비록 온몸에서 피가 케첩을 쭉쭉 짜는 듯 찐득하게 튀지만, 잔인함에 눈이 찌푸려지지는 않는다. 2시간 넘는 러닝타임이 전혀 지루하지 않 Killing Time 영로는 갑 중의 갑.



84. 프라이멀 피어 (Primal Fear, 1996)

(★★★☆ 3.5)

1996년, 독수리 당구장에서 다마 120 놓고 편다이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던 대학교 2학년 때의 영화. 그 시절 코가 세련되게 큰 '리차드 기어' 형님은 아우라가 쩔었다. 기어 형님에게 90년작 메가 히트 영화 '귀여운 여인'의 댄디가이 포스가 끝물로 남아 있던 시절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선 최전성기의 기어 형님의 연기조차 어색하게 만들어 버리는 연기 괴물 '에드워드 노튼'이 등장한다. 이 영화가 그의 데뷔작이라니.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류승범만큼 충격적인 데뷔였다.

우리가 '유주얼 서스펙트'나 '식스센스' 때문에 반전 영화에 대한 역치가 많이 올라갔지만, 96년작에 이 정도 연기와 반전이라니.



85. 골드 (Gold, 22017)

(★★★ 3.0)

또 하나의 연기 괴물 '매튜 맥커너히'의 신작. 아무 생각 없이 메가박스에 내려가서 봤는데, 알고 보니 개봉일이었다. 개봉일에 그렇게 사람이 없다니. 하지만 빈자리가 생길만한 영화는 아니었다. 인도네시아 대규모 금광을 둘러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맥커너히 형님은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다. 이 영화를 위해 햄버거만 먹고 무려 20kg를 찌웠다고 한다. 근데 지나친 프로의식 아닌가. 영화 내용 상 10kg만 찌웠어도 됐을 것 같구먼.

실화를 배경으로 하지 말고, 모티브만 따오고 극적인 시나리오를 덕지덕지 입혔으면 훨씬 재미있었을 듯.



86.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Silver Linings Playbook, 2012)

(★★★☆ 3.5)

제니퍼 로렌스는 여전히 이방카 트럼프를 닮았지만, 연기만큼은 신들렸구나. 이 영화로 22세의 나이로 최연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으니, 그녀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아깝지 않다. 이 영화에 나온 쓰리톱 '제니퍼 로렌스, 브래들리 쿠퍼, 로버트 드 니로'는 몇 년 후 Joy라는 영화에서도 뭉친다. 시리즈물도 아닌 독립 영화에 주연 세 명이 연달아 나오는 경우도 있나? 단톡방 열어놓고 수다 떨며 놀다가, 심심한 드니로 형님이 작품 하나 더 하자고 했을 듯.



87. 하늘을 걷는 남자 (The Walk, 2015)

(★★★ 4.0)

조셉 고든 래빗!!! 이쯤 되면 실화 전문 배우다. 당시 세계 최고 높이의 빌딩이던 세계무역센터 사이로 외줄 타기를 하는 꿈을 가지고 있는 자의 도전. "대부분 다 와서 떨어져 죽는다. 세 걸음 남았는데, 다 왔다고 방심하다가"

다큐스럽지만 줄타기하는 장면에서는 심장이 쫄깃해진다. 누군가가 미쳤다고 해도 가슴 뛰는 일을 하며 살라고 한다. 미쳤다고 할 만한 일은 많은데...



88. 꼬마니콜라 (Le Petit Nicolas, 2009)

(★★☆ 2.5)

내가 초등학교 때 다니던 떡볶이 집에 꼬마 니콜라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 집에서 떡볶이 네 개 먹고 세 개 먹었다고 하는 등 나쁜 짓을 많이 해서, 항상 꼬마 니콜라겐 부채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유치할 것 같았지만, "난 이 영화를 다섯 번 봤다"는 베댓을 보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영화를 다 보니 알겠다. 그 베댓을 단 사람은 맥스 초4쯤일 듯. 그래도 흥행에는 성공한 듯했다. 시리즈물로 계속 나와 있길래 아이들도 동일하게 등장하는지 봤더니, 응답하라 시리즈의 성동일 이일화 부부처럼 부모님만 동일하고 아이들은 계속 바뀐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추천.



89. 타인의 삶(The lives of others, 2006)

(★★★★☆ 4.5)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기 전 동독의 정보 요원의 인권 탄압에 대한 이야기. 과거사 재조명이나 과거 극복을 위한 영화를 만들려면 이 정도는 돼야 한다. 재미 여부를 떠나 정말 '훌륭한'이란 형용사가 딱 어울리는 영화. 특히 다미엔 차젤레 감독의 '위플레쉬'나 '라라랜드'만큼, 이 영화 마지막 장면의 여운은 오래간다. '노인을 위한 바다는 없다'를 보고도 느꼈지만, 이런 명작은 반드시 찾아서 봐야 한다.



90. 맨체스터 바이 더 씨 (Manchester by the Sea, 2016)

(★★★★ 5.0)

고맙다. 30세 이후 심장에 굳은살이 박혀 모든 감정으로부터 무덤덤해진 줄 알았는데, 아직 내 감정의 끝이 건드려지구나. 흐느껴 울지 않아도 가슴이 시려온다. 90번째 영화만에 두 번째 5점 만점 영화. 3년 후에 이 영화 다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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