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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우 Mar 31. 2017

월간 김창우 : 2017년 3월


Rich Dad


No.1 지우가 친구 집에 놀러 갔다 오더니, 그 집이 우리 집보다 부자인 것 같다고 했다. 왜냐고 물으니 친구 집에 짐이 훨씬 많다고 한다. 그 집도 우리 집처럼 대가족인데 맨날 이것저것 갖다 버리는 우리 집에 비해 짐이 좀 더 많았다 보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지우는 아빠 엄마가 돈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 돈 잘 번다고 몇 번을 말해줘도 믿질 않는다. 가끔 내 지갑에 현금이 없는 걸 보면서 진심으로 딱해하며 "내가 돈 좀 줄까?"하기도 한다. 본인은 봉투 속에 3만 원쯤 가지고 있다. 


사람이 살면서 부자냐 아니냐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설명은 초등학교 고학년쯤 다시 해주기로 하고, 일단 우리가 궁핍하지 않다는 것은 알려주고 싶었다. 사실 짐의 양으로 붙더라도 그렇게 밀리진 않을 텐데. 그래서 팩트 체크!


"지우야, 우리 집에 침대만 6개야."


그렇다. 7명 사는 집에 침대가 6개다. 숙박업소도 아니고. '야놀자'나 '여기 어때'에 등록해도 될 듯. '자전거도 네 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미 침대만으로 훌쩍 이겼을 테니.


이것은 6개의 침대에 포함되지 않는다.



Poor Dad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한 No.2 지아. 

이제 겨우 한 달 됐는데 좋아하는 남자아이가 생겼다고 한다. 왜 좋냐고 물으니, 그 아이의 목덜미가 부드럽단다. 진정한 동안은 목주름 관리부터라는데, 그 말이 맞구나.


"지아야, 아빠가 좋아? 장xx가 좋아?"

"장xx"


1초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 대화를 듣던 와이프가 불쌍하게 쳐다보며 한 마디 한다. 

"It's over"

그리고 한 마디 더, 쐐기를 박는다. 

"For the rest of your life"


다른 차이는 없을 것이다. 이제 목덜미에 꿀이나 바르고 다녀야겠다.




김창우


왜 손창우가 '김창우'인지 질문을 몇 번 받았다. 브런치에 올린 인사말로 대신한다. 결코 도피 중이거나 빚 독촉에 시달리거나 신분세탁을 위한 것이 아니다. 


평창올림픽


평창 올림픽이 다가온다. 내년 2월 9일에 개막하니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스포츠엔 죽고 못 사는 나였지만, 올림픽 공식 스폰서사 홍보일을 맡고 있는 와이프만 바쁘다. 88년 서울 올림픽 땐 마스코트 호돌이가 우리집 구석구석에 놓여 있었다. 호돌이 인형, 호돌이 황금주화, 호돌이 티셔츠, 호돌이 배지, 호돌이 유리컵 등등. 스케치북에도 호돌이만 그리고 놀았다. 호돌이가 마치 우리 집 셋째 아들 같았다.


그런데 평창 올림픽 마스코트는 사람들이 잘 모른다. 나도 이번에 와이프 회사에 가서야 알게 되었다. 백호와 반달가슴곰이다. 이름이 수호랑 반다비. 처음엔 '수호랑 반다비'가 '수호 and 반다비'인줄 알았는데, 백호 이름이 '수호랑', 반달가슴곰 이름이 '반다비'였다. 나처럼 '랑' 때문에 헷갈리는 사람들이 좀 있을 듯. 그리고 듀엣 마스코트도 아니었다. '수호랑'이 평창올림픽, '반다비'는 패럴림픽의 마스코트였다. 


먹고살기 바빠서, 나의 뿌리 스포츠를 멀리하고 살았구나. 마이 리틀 브라덜 호돌이에게 사과해야겠다.




10 years anniversary


2017년 3월 31일, 오늘이 결혼 10주년이다. 


두괄식으로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 10년간 잘 살았다.

지갑에 현금이 별로 없다고 불쌍해하지만, 아직까진 퇴근하면 뛰어나와 꼬옥 안기는 No.1. 

목덜미 꿀미남에게는 밀렸지만, 아빠 엄마 회사 안가는 날이 가장 즐거운 No2.

이녀석들 덕분에, 다행히 우리 지난 10년간 아주 크게 지치거나 늙진 않았다. 


10주년 축하한다. 더 젊고 재밌게 살자. 

우리 인생은 미세먼지 없는 하와이처럼~




10 years anneversary gift


난 10주년 선물로 이렇게 멋진 걸 받았다. 3 in 1 보조배터리. 이 고운 자태를 보라.

미안하게도 와이프에겐 이 간지작살 보조배터리를 사면 사은품으로 끼워주는 시계만 하나 줬다.

그래, 한 명만 밀어주자.





지난 3개월간 폴라티만 입고 다녔다.

겨울은 이게 좋다. 유니클로 히트텍과 폴라티 2~3장이면 충분하다. 

이제 폴라티들은 그들의 고향이었던 박스속으로 다시 들어가고, 

구석에 짜져 있던 와이셔츠들을 꺼내 주말마다 다림질을 해야할 시즌이 되었구나. 

넥타이들도 겨우내 변색되지 않고 잘 지냈나?


무거운 마음으로 옷장을 열었더니, 

짜잔~ 3개월 전에 다려놓은 와이셔츠 3장이 여전히 빳빳하게 옷걸이에 똻!!!


생각지도 못했던, 다려놓은 와이셔츠 3장이라... 봄, 봄, 봄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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