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복싱

by 손창우


만 나이로 불혹이 된 지 2개월이 흘렀다.


내가 직접 만난 불혹은 참으로 빌어먹을 녀석이다. 일단 이름 자체가 날나리하다. 나이를 칭하는 말 중에서도 '지천명, 이순' 이런 단어들은 얼마나 지적인가. 하지만 '불혹'은 '방년'과 더불어 참 불건전하게 생겨먹었다. 그런데 하는 짓은 더 고약하다. 가끔 운동을 하고 나면, 이 말의 유래가 '불회복'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조금이라도 무리를 하면 도대체 회복이 안된다. 공자께서 40이 되면 몸의 회복이 더디다는 깨닭음을 얻은 후, 이제 20~30대처럼 몸을 굴리는 것에 미혹되지 말라고 '불혹'이라 칭한게 아닐까.


그래도 복싱체육관 생활만 벌써 15년이라, 원래 내 몸은 종을 치면 침을 질질 흘리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체육관 종소리 주기에 맞춰 3분 운동에 30초 휴식이면 적당했다. 그런데 요즘은 3분 격렬하게 미트라도 치고 나면, 링 바닥에 주저앉아 3분을 쉬어줘야 한다. 그리고 어제처럼 오래간만에 운동을 간 날은, 6분을 쉬어도 모자랄 때가 있다. 3분 운동에 6분 휴식이라. 이름처럼 참 불건전한 몸뚱아리가 되어버렸다.


운동하는 모습을 관장님이 가끔 동영상으로 찍어주는데, 보고 있으면 눈이 썩는 것 같다. 그래도 조기 교육(처음 원투를 배운 것이 1986년쯤이었나)의 효과로 폼은 간결했고, 특히 원투만큼은 누구보다 날렵하게 쳤었는데 요즘 운동하는 영상을 보면 하체도 따로 놀고 펀치도 느려 터졌다. 게다가 12온스 글러브를 벗고 가벼운 백글러브를 꼈는데도 힘들어서 입을 벌려 헉헉대는 꼴이란.


다시 운동하자. 지난 3개월은 영화보기 프로젝트를 했는데(3개월 만에 100편을 찍어버렸다) 이번 3개월 프로젝트는 '불혹의 복싱'. 날렵하게 3분 운동하고 30초면 회복되던 몸뚱아리를 3개월 후에 다시 만날 수 있길 희망하며.


불혹의 복서 프로젝트, 운동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