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고치기 전에 알아야 할 세 가지
어떤 글이든, 한순간 집중하여 썼든 오랜 시간 고민하며 썼든 간에 그 글을 완성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며칠이 지나 다시 읽어도 그럴듯해 보일 수 있지만,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우리가 고민할 문제는 내 글을 처음 읽는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가에 있습니다. 글을 쓴 사람은 이미 몇 번이고 머릿속에서 내용을 정리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만, 독자는 아무런 정보 없이 처음 읽는 것이니 말입니다.
그러므로 진짜 글쓰기는 글을 고치는 데서 다시 시작됩니다. 그동안 애정을 담아 쓴 글에서 한 걸음 물러 서서, 글자 하나하나와 전체 흐름을 꼼꼼히 살필 시간입니다.
글을 다듬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교정·교열·윤문의 순서를 따라가는 것을 권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단계별로 밟아가면 글을 처음, 두 번째, 세 번째로 검토할 때마다 초점을 분명히 할 수 있어 쓸데없이 되풀이하는 시간을 줄이고 노력도 아낄 수 있습니다.
글 고치는 일을 하다 보면 교정과 교열, 그리고 윤문이 어떻게 다르냐는 물음을 받고는 합니다. 간단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교정은 원고에서 오류를 바로잡는 일입니다. 띄어쓰기, 맞춤법, 문장부호를 규칙에 맞게 썼는지 살피는 과정입니다. 이 작업은 엄격한 규칙을 따르므로 모든 종류의 글에 적용됩니다.
이를테면 띄어 써야 할 것 같지만 붙여 써야 하는 낱말들이 있고, 그 반대인 것도 있습니다. 또한 문장부호로 글을 꾸미는 게 버릇이 든 사람은 괄호 안과 밖에서 마침표(.)를 어디에 찍어야 하는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교정은 이런 요소들을 우리말 규칙에 맞도록 올바르게 수정하는 일입니다.
교열은 교정을 마친 글자들을 문장으로 넓혀 살펴보는 작업입니다. 교정된 글자들이 문장 속에서 어색하지 않도록 하며 문장들끼리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정리합니다.
특히 외국어를 번역한 글에는 자연스럽지 않은 표현이 많습니다. 번역문이 눈에 익어 어설픈 까닭을 미처 모를 때도 많은데, 교열을 하면서 보다 읽기 좋은 문장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글이 쉽게 읽히고 눈에 잘 들어오도록 문장 길이를 조절하는 것도 교열 단계에서 이루어집니다.
윤문은 글의 내용과 분위기를 전체적으로 따져보는 과정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글에 담은 주제와 감성을 생각하며 흐름이 매끄럽게 이어지도록 다듬습니다.
교정과 교열이 「한글 맞춤법과 표준어 규정」을 따른다면, 윤문은 고정된 규칙이 없기 때문에 글쓴이만의 방식으로 글에 담고자 한 뜻을 더욱 강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같은 내용이라도 어떤 표현을 쓰느냐에 따라 글의 느낌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독자에게 어떤 인상이나 느낌을 심을지 고민하며 윤문해야 하는 까닭입니다.
원래 내일은 교정·교열·윤문 순서에 따라 글을 올바르게 쓰고 고치는 방법을 소개할 차례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고 글을 쓰고 고쳐보는 일이 왜 중요한지 먼저 되짚어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가슴 먹먹하고 아름다운 봄날에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