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말투 '-상(上)'과 '-감(感)' 버리기

그리고 코코를 보내며...

by 김보영

사랑하는 강아지 김코코를 하늘로 떠나보내고 꼭 일주일째 되는 날입니다. 11년 전에 아버지가 꼬물거리는 녀석을 제 품에 안겨줬죠.


코코는 내가 겨우 사람이라는 걸 일깨워준 친구였습니다. 하는 것마다 벽에 부딪히는 건 내가 겨우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들 눈치를 보느라 가끔 숨을 제대로 못 쉬는 것도 겨우 사람이기 때문에. 환경단체에 후원을 하면서도 입을 일도 없는 옷을 사는 건 내가 겨우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걸 말이죠.


코코와 많은 길을 걸으며 차츰 알았습니다. 내가 계속 답답했던 까닭. 나는 이미 나로서 완벽한데, 자꾸 완전하지 않은 삶 쪽으로 걸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나는 온데간데없고 다른 사람들이 하고 사는 걸 따라 하느라 바빴죠.


지금은 내가 살 때, 무엇을 앞에 두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나팔꽃이 피었던 아침, 아까시나무 꽃냄새를 찾아다녔던 길, 호숫가에서 천둥오리 가족한테 달려드는 코코를 말렸던 일, 코스모스와 갈대가 해 질 녘 노을에 조금 쓸쓸해 보이던 길. 어린애처럼 코코와 맥락 없이 나눴던 이야기들. 나는 그런 날들이 주는 힘을 내 앞에 둡니다.


생각해 보니 내가 한자말을 쓰려고 하지 않는 것도, 같은 까닭인 것 같습니다. 한자말은 우리말에서 냄새와 색깔과 맛을 가립니다. 한자말을 쓴다면 하늘로 간 코코에 대한 내 마음은 깨끗하게 담기지 않겠죠. 그 친구와 함께 한 날들은 맑은 냇물 같고, 풀벌레와 바람에 흔들리는 가지들 소리로 가득합니다. 어떤 틀에 얽매여 있고 지나치게 부풀리는 느낌을 주는 한자말로는 그 자연스러움을 담을 수 없죠.


코코를 있는 그대로 기억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내가 내 목소리로 나다운 글을 쓸 수 있게 해 준 지난날들에 고맙습니다.




오늘은 안 쓸수록 내 글을 더 아름답게 하는 한자말투 두 가지를 소개합니다. '-상(上)''-감(感)'입니다.


예문 곳곳에는 다른 한자말이 있지만, '한자말투'만 고쳐보겠습니다. 마찬가지로 내가 고친 글만 답이 아닙니다. 누구나 자기만의 색깔로 바꿔보시기 바랍니다.



-상(上)


ㄱ. 통계상 비슷한 사건이 나타난 원인을 분석하여 (⟶통계에서)

ㄴ. 정황상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정황으로 보아)

ㄷ. 수치상으로는 비교적 양호하다. (⟶수치로는)

ㄹ. 학원을 다니다가 집안 형편상 그만두었다.(⟶형편 때문에)

ㅁ. 그 계약은 여러 사정상 이뤄지지 못했다. (⟶사정으로, 사정으로 인해)

ㅂ. 교육상의 목적을 위해 학교 규정을 지키는 선에서 (⟶교육)




-감(感)


ㄱ. 너에 대한 기대감이 아주 크다. (⟶기대가, 바람이)

ㄴ. 지난 일로 죄책감을 가지게 되었다. (⟶죄스러운 마음을)

ㄷ. 실제 사회의 이질감을 인식하는 것이다. (⟶사회가 주는 낯선 느낌을)

ㄹ. 대인관계의 피로감을 회피하고 싶은 (⟶에서 느끼는 피로를)

ㅁ. 낯선 요리에 거부감이 들어 망설였다. (⟶음, 어떻게 고치면 좋을까요?)

ㅂ. 상대적 박탈감이 들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 비교되는 기분이)

ㅅ. 자신감을 가지고 다시 한번 해보자. (⟶자기를 믿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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