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작아도 얼마나 무거운데!”
콰가가강!
웬 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창고 안에 있던 커다란 기계에서 나는 소리였다. 내 쪽에서는 늘 그 기계의 코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녀석이 슬금슬금 기어 나왔다.
-세상에! 엄청 크잖아!
톱니 모양으로 생긴 두꺼운 바퀴 네 개가 내 앞으로 천천히 지나간다. 몸통은 진한 빨간색이고 그 위로 우뚝 솟은 곳은 네 면이 유리로 둘러싸여 있어 안이 다 비쳤다. 아빠가 타고 있다.
아빠는 발끝으로 바닥에 튀어나온 걸 밟거나 막대기 같은 걸 잡아당기고, 둥근 손잡이를 잡고 살짝씩 돌렸다. 그때마다 기계가 다르게 움직인다. 바퀴가 더 빨리 구르거나 오른쪽으로 몸을 돌리면서 터덕터덕 소리를 낸다.
아빠와 기계는 마당 안쪽에 있는, 풀로 뒤덮이고 울퉁불퉁한 땅으로 갔다. 기계 뒤에는 커다란 날들이 딸려 있었는데, 앞으로 갈 때마다 천천히 돌면서 굳은 흙을 잘게 부수고 뒤엎었다. 그러자 땅이 희멀건 김을 모락모락 뱉는다. 어디 있었는지 참새떼가 날아와 부지런히 먹이를 찾는다.
기계가 커서 그런지 일이 금방 끝났다. 잔뜩 성나 보이던 땅은 수더분하다 못해 코가 쭉 빠져 보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기계는 흙을 뚝뚝 떨어뜨리며 창고 마당으로 돌아왔다.
엄마는 아까부터 분홍색 고무장갑을 끼고 기다렸다. 수도꼭지를 돌리니까 호스를 타고 물줄기가 뿜어져 나온다. 아빠가 잡아주려고 하는데, 엄마는 이제부터는 자기 일이라며 가만있으라고만 한다.
별수 없이 아빠는 하얀 페인트칠이 벗겨진 키 작은 나무 의자에 앉았다. 배롱나무에 앉은 까치가 고개를 갸웃한다.
“개운하지? 할머니가 최고지?”
엄마는 숨을 가쁘게 쉬며 빨간 기계에 물을 뿌린다. 실수로 호스를 밟고 엉덩방아도 찧었는데, 아무렇지도 않은 척한다. 보다 못한 아빠가 그만치 하라고 해도 엄마는 여기만 마저 한다면서 몸을 계속 움직였다.
아마 기계가 흙을 가는 것보다 더 오래 걸렸을 거다. 따분했는지 까치도 날아갔다. 엄마가 물에 쫄딱 젖은 채 수도꼭지를 잠그자, 아빠가 옆자리를 다독거렸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