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만나게 될 거예요.
나는 대문 보다도 훨씬 높은 곳에 있다. 그래서 여기 창고와 마늘밭 말고도 바깥세상 얼마까지는 볼 수 있다. 맑은 날에는 저 멀리 산마루에 기우뚱하게 자라고 있는 나무도 알아볼 정도다. 날이 갈수록 구름은 흩어지고 짙푸르던 산에 노랗거나 불그스름한 나무들이 하나둘씩 눈에 띈다. 대문 바깥에 들녘은 물이 드는지 빠지는지, 벼는 점점 누레지고 꼿꼿하던 고개를 수그렸다. 바람이 불면 마르고 가벼운 소리가 난다. 아빠는 황금 들녘이라고 했다. 색깔만 그런 게 아니라 진짜 돈이라고 했다.
“그런데 어째 쌀값은 자꾸 떨어지냐고요. 들어가는 돈은 해마다 느는데.”
엄마가 툴툴댔다.
“나라 임금을 잘 뽑아놔서 그러제.”
아빠는 기계에 오르며 무심하게 말한다.
콤바인이라고 하는 이 기계는 지난번 빨간 기계만큼 크긴 하지만 모양이 다르다. 네모난 몸통 앞쪽에는 장수풍뎅이 뿔처럼 휜 날이 붙어 있다. 날과 날 사이에는 하얗고 뭉툭한 이빨 같은 게 바닥 쪽에서 머리통 쪽으로 줄줄이 박혀 있다. 이번에도 아빠는 유리 안에 들어가 있다.
시동이 걸리자 콤바인이 뿌연 먼지를 턴다. 몸집에 비해 터무니없이 작은 바퀴들이 구르기 시작한다. 여러 개가 줄지어 있는데 먹빛의 두툼한 고무가 한꺼번에 감싸고 있어 하나의 바퀴나 마찬가지다. 콤바인은 그대로 사다리를 타고 기어올라 빨간 기계와 연결된 널찍한 판 위에 자리를 잡았다. 이 판 아래에도 튼튼한 바퀴 네 개가 달려 있었다. 동그란 바퀴들은 크고 작건 간에 무엇이든 나를 수 있다. 부러질 것 같은 사람 다리보다 보는 즐거움이 있고 듬직하다. 바퀴들이 아빠를 싣고 창고 밖으로 굴러간다.
“어둡기 전에 와요! 조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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