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다'는 말뜻을 알게 됐다.
요즘 아빠가 꼭 하는 일은 정원 나무들에 물을 주는 거다. 어찌나 솜씨가 좋은지 물 호스를 기둥에 연결해서 분수기도 뚝딱 만들었다. 아빠는 분수기가 뿜어내는 물줄기가 나무들에 골고루 닿는지 살피다가, 물을 덜 맞는 나무들에는 곳곳에 절구통을 두어 거기에 고인 물을 퍼다 준다.
온갖 돌멩이와 흙을 반죽해서 만든 것처럼 생긴 절구통은 오래전에는 쌀을 빻을 때 썼다고 한다. 찐 살을 넣고 찧으면 떡이 되었다. 그다음에는 황소가 물그릇으로 썼고, 황소가 떠난 다음에도 빈 마구간을 오랫동안 지켰다고 한다.
이제 절구통은 정원에 놓여 나무들을 위한 물그릇이 된 셈이다. 아빠는 팔거나 버릴 뻔한 일도 있었지만 그랬으면 얼마나 아까웠겠냐고, “빗물만 고여도 작품 아닌가” 하고 말했다.
“당신이 농사일하느라 바빠서 그러지, 가꾸고 꾸미는 건 원래부터 잘했어.”
엄마는 아빠한테 가만히 좀 있으라는 말 뒤에 칭찬을 곁들인다.
나야 가만히 안 있는 아빠가 훨씬 좋긴 하다. 아빠가 잠깐 쪼그리고 앉았다 일어나면 무슨 일이든 생기기 때문이다. 넓적한 돌과 둥근 돌이 넘어질 듯 넘어지지 않게 쌓이거나, 거꾸로 선 항아리에 냄비 뚜껑이 올려지기도 한다. 가지가 늘어져 땅에 닿는 나무에는 지팡이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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