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여러모로 막둥이와 나는 비슷하다. 이를테면 우리는 창고에 자주 찾아오는 한 남자를 싫어한다. 배를 내밀고 어슬렁대는 걸음걸이며, 꼬불꼬불 볶은 머리카락에 붉은 물을 들인 건 참아줄 수 있다. 하지만 마구 떠드는 그 주둥아리에는 호랑가시나무 잎을 한 주먹 물려주고 싶다.
“씨발 새끼가 욕심만 허천나가지고. 내가 즈그 아니면 일 없는 줄 아나. 한번 뒤져봐야 돼. 그 씨발 새끼.”
말본새가 이렇다. 나더러 아빠만 감싸고돈다고 할까 싶어 말하자면, 아빠도 비슷하게 말할 때가 있긴 하다.
“하, 답답한 새끼. 몇 번을 가르쳐도 머리통이 안 돌아가네.”
지난번에 남자가 놉으로 왔다 간 날에 아빠가 구시렁댔다. 하지만 아빠 목소리는 굼뜬 굼벵이 같다. 날카롭게 뻗어 나오지 못하고 흙을 힘겹게 밀면서 나는 것 같다.
그나마 목청이 크고 똘똘한 엄마가 “일꾼으로 왔으면 하라는 대로나 할 것이지 말끝마다 형님을 이겨 먹어!” 하며 화끈하게 지르고는 한다. 그러면 또 이 소리는 내 눈으로 보고 내 귀로 듣는 막둥이한테까지 전해진다.
“답답한 새끼네 어쩌네, 하면서 왜 자꾸 그 삼촌을 부르는 거예요? 가뜩이나 엄마 아빠 힘든데 스트레스만 받잖아요.”
막둥이가 당장 내 배를 뚫고 나올 것처럼 씩씩거린다.
“이게 아주 아빠 머리 꼭대기에서 이래라 저래라 한다니까?”
엄마는 그날 아빠가 무시당한 일을 다 일러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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