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은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해.
바람이 참 매섭게도 분다. 어디서부터 떠밀려 왔는지 알 수 없는 것들이 높은 데서 티끌처럼 날아다니고 나무들 뿌리가 들썩인다. 도로에 걸린 현수막은 진즉에 찢어져 성난 것처럼 펄럭인다. 우지끈하고 나무들이 내는 소리, 쇠들끼리 부딪히는 소리까지 섞여 눈알이 핑핑 돈다. 왜 나는 보이는 걸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걸까. 왜 다 지켜보고 뱃속에 담는 걸까.
쿠궁!
구름이 번쩍하더니, 몇 줄기 빛이 땅에 박힌다. 그리고 비가 쏟아진다. 무겁고 굵은 빗줄기다. 나는 길바닥에 떨어진 나뭇잎들과 다르지 않게 흠씬 뚜드려 맞는다. 타닥타닥, 내가 맞는 소리를 듣는다.
셀 수 없이 많은 비를 보았다. 그 가운데는 내 눈으로 곧장 달려들고 부서지는 빗방울도 많았다. 그 하나에 한 번씩 나는 나를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작은 푸른 불이 켜진 커다랗고 까만 유리알과 마주쳤다. 그게 내 눈이라는 걸 곧바로 알았다. 다음번 빗방울에는 내 눈을 둘러싼 하얗고 둥근 몸통이 보였다. 내가 그렇게 생겼을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 뭔가를 느낄만하게 생기지 않았다. 엄마 아빠처럼 팔다리가 붙어 있지도 않고 뭐 하나 걸친 것도 없다. 그냥 덩어리다. 내가 움직이지 못하고 숨지 못하는 까닭이 눈에 보였다.
춥다.
떨린다.
숨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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