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영 바래지 않는 것
이따금 부슬비가 내린다. 엄마 아빠는 처마 아래 서 있다가 어떤 남자가 오자, 함께 안집으로 갔다.
“철그렁! 끼익.”
“왕왕왕! 웡웡!”
담장에 가려 보이지는 않지만 이제 나는 알고 있다. 쇠로 된 대문이 열리고 거기 사는 송이와 코코가 짖는 소리라는 걸 말이다. 엄마 아빠한테 어리광을 부리고 싶겠지만, 낯선 남자 때문에 목에 힘을 바짝 주고 있을 테다. 우리 집에서 썩 꺼지라고.
얼마 지나 대문 닫히는 소리가 났다. 따라나서지 못한 송이와 코코가 안달복달했다. 골목을 돌아 나오는 엄마 아빠의 발길은 유난히 무거워 보였다.
“잘했어요. 팔 거면 하루라도 빨리 내놓는 게 낫지.”
“그런가.”
“어차피 터가 애매해서 당장 팔리지도 않을 거야.”
창고 마당으로 돌아온 엄마 아빠는 배롱나무 앞에 의자를 놓고 앉아 자기 발등에 말하듯 했다. 안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조금 얼이 빠진 것 같았다. 나는 늘 궁금한 게 많지만, 이번에는 알고 싶지 않기도 했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나쁜 일이 뭔지 아직 정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른 척 주변을 좀 둘러봐야겠다.
얼마 전과 또 다른 모습이다. 나뭇가지마다 망울들이 돋았다. 풀빛들이 한꺼번에 깨어나고 개울물이 힘차게 흐른다. 두루미 한 무리가 떠난 하늘 저편에서는 제비 한 쌍이 빙글빙글 재주를 부리고 있다.
“왕왕왕!”
갑자기 송이와 코코가 다시 짖었다. 막둥이 자동차가 다리를 지나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녀석들, 귀 밝은 건 알아줘야 한다.
“아빠, 집 내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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