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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pyboy May 22. 2022

일곱. 사람이 사랑하면 안돼요.

더불어 살아가야 하나요?

요새는 일어나면 집안에 있는 모든 창문을 열고 서로 바람이 통하도록 환기를 시킨다. 냉장고에서 얼음과 커피를 꺼내 이름 모를 콜라 브랜드가 써져있는 오래된 컵에 커피를 한잔 마신다. 그러고는 깊은 생각도, 무엇인가 하지 않고 잠이 온전히 깰 때까지 커피를 마시고 멍을 때린다. 날씨를 살피고, 바쁘신 동네 주민분들을 살피고, 부스스한 머리를 쓰다듬고는 이내 잠이 깨면 자리에서 일어나 간단한 아침을 만들어 먹고는 또 똑같은 자리로 돌아온다. 이것이 일상이 되었다.


나는 많은 사람을 사랑하지는 않았다. 사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잘 모르겠다. 몇 번의 사랑이라 느낄 수 있는 시간들이 있었다. 과제로 밤을 새우고 그렇게 내 몸을 챙기지 못해도 보고 싶은 그 사람을 보러 달려갔고, 한겨울 불확실한 약속에 주머니 안에 따뜻한 꿀물이 식을까 품 안에 품으며 그 사람을 기다리기도 했다. 하나 지금 곁에 남아있는 사람도, 내 마음에 들어찬 사람조차 없다. 그 내 인생에 몇 없었던 사랑이란 감정이 내겐 버거웠나 보다. 휘청대고 무너지고 쓰러지기 일수었다.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야만 한다면 애초에 누군가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사람 때문에 그렇게 죽도록 힘들어도 결국 사람에게 위로받고 사람을 바라보며 살아간다. 나는 내가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인 줄 알았으나 그 누구보다 그리워하고 외로워하고 있었다. 그 누군가가 감히 내 외로움을 채울까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목포에 내려오고 시골에 내려와 주변 사람 살피지 않고 온전히 나를 살피기로 마음먹었을 때 왠지 모를 해방감과 허탈함이 함께 오고 있었다. 그것을 내 온몸으로 껴안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인간관계라는 말도 안 되는 문제 속에서 나도 여느 다른 사람과 다르지 않았다. 아니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다. 결국 그놈의 인간관계 덕에 이렇게 도망쳐 이곳까지 오게 되었으니 말이다. 하나 무섭다고 피하진 않겠다. 두렵다고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겠다. 상처 또한 내가 감내해야 할 어찌 보면 행복일지도 모르니 누군가 이 글을 본다면 우리 주변을 둘러보고 그저 옆에 있어주어 살아내길. 우리의 존재 자체가 존귀함으로 감싸주길. 결국 나도 이렇게 살아가다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고 나아지지 않을 상처를 받고 시간이 지나 무뎌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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