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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pyboy Jun 01. 2022

열일곱. 생각 많은 걔

네. 제가 한 생각합니다.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 중 생각이 많다는 얘기를 가장 많이 들었다. '넌 너무 생각이 많아' ' 그렇게 생각만 하다 놓치는 게 얼마나 많은지 모르지?' 왠지 모르게 너무 창피하고 부끄러웠다. 자꾸 무언가가 되지 못하고 우물쭈물 생각하고 머물러 있는다는 것이 나에겐 참 창피한 일이었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다. 나는 생각이 참 많다. 사람에 대한 생각, 지나간 일들에 대한 생각, 앞으로 이루어질 일들에 대한 생각. 매번 나를 괴롭히던 그 순간과 시간들이 저를 자꾸 괴롭히고 망치는 듯했다. 그렇게 자꾸 생각만 하다 도전하지 못하고 포기하고 적극적이지 못한 날이 많았다.


잊어가는 건 그 누구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고 기억하는 건 남아있는 사람의 몫이었으니 나는 매번 생각하려고 노력이었다 그러다 남아있는 건 결국 나 혼자였다. 그렇게 생각만 하다 다른 이들 앞서 나아가고 주저할 동안 기다리지 못하고 가야 할 길을 가버린 것이다. 그게 나쁘다고 할 수 없다. 가야 할 길을 간 것뿐이고 선택도 머물러 있는 것도 나의 선택이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경우의 수를 수도 없이 생각하고 계획하고 또 계획해서 실패하거나 망치기 싫었다.


종종 나는 나를 생각의 섬에 가두곤 한다. 여기가 어딘지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른 채 시간이 흘러 희미해져 잊힐 때까지 그 섬에서 나는 한참을 기다리고 기다린다. 그게 무엇인지도 모른 채로 정답이 있는지도 모른 채로 생각하고 떠올린다. 내가 생각하고 떠올리면 누군가는 나를 찾아와 내 곁에 있어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수많은 생각안에서 홀로이 살아간다는 것 잊고 싶지 않고 잊히고 싶지 않다는 것을 마음속에 가득 담고서는 나를 가두었다. 잊혀져보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 그것이 얼마나 서글픈 나날이 이어지는지.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지만 누군가 알아줬으면 하는 나의 이중성을 감당하며 살아간다. 그런 내 생각들이 글에 묻어난다. 매 순간 다짐하고 생각하는 글을 열심히 쓰지만 결국 현실의 나는 또 생각하고 주저하기 때문이다. 그 이중성에 매번 손해보고 살았느냐? 그건 아니었다. 생각이 많은 탓해 남을 배려하는 법을 배웠고 생각이 많아 내 선택에 최소한의 후회를 남긴 날이 많았다. 타인을 생각하고 내 앞으로의 나날을 생각하며 머물고 싶지 않은 나만의 발더둥이었을지도.


즉흥적인 것도 좋다. 나는 즉흥적인 사람에게 오히려 매력을 느끼고 부럽기까지 하다. 나는 무엇하나 선택하지 못할 때 누군가는 앞장서 선택을 하고 실패하고 그것을 즐기고 다시 도전하기까지. 즉흥적인 사람도 생각이 많고 계획적인 사람이 부러운 순간이 있을까. 그들에게 왜 그렇게 피곤하게 사냐는 말에 나는 나의 많은 생각 속에 너의 대한 배려도 나에 대한 배려도 들어있다고 말하고 싶다. 내 수많은 생각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그러니 너도 나를 존중하고 내 생각을 하면 좋겠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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