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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굴이 May 05. 2023

Physiotherapy Clinic 가기

'물리치료 클리닉'이긴 한데요... 거의 모든 것을 다 해줍니다. 

오래 앉아 있어야 하는 직업을 가진 탓에 목, 허리, 그리고 고관절이 돌아가며 말썽을 부린다. 이 도시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직업병이 정말 무섭다 (아니면 나이가 들어서 일수도...).


한국에서는 목에 담이 걸렸다, 등이 결리다, 허리가 뻐근하다, 발목을 삐었다, 등등의 증상이 있을 때 아무런 문제 없이 정형외과를 간다. 가서 별일 없겠지만 진료비도 싸고 심심하니 x-ray도 한 번 찍고, 물리치료실에서 열치료, 저주파치료도 받고, 연세 지긋하신 분들은 동네 사랑방처럼 한의원을 이용하기도 하고. 


하지만 이곳에서는 1) 커피 사러 카페 가듯이 병원을 가기가 거의 불가능하며, 2) 환자가 주체적으로 어떤 진료 과목의 의사를 보러 갈지 선택할 자유가 없다. 즉, 허리가 뻐근해도, 목에 담이 걸려도, 긴장성 두통으로 길 가다가 토를 해도, 인대가 늘어나도, 일단은 family doctor를 통해야 정형외과 의사 (orthopedic)를 만날 수 있다 (전문의에 대해서는 이전 글을 참조: "전문의 소개받기: 짧으면 6주 길면 3개월", https://brunch.co.kr/@boyish-aaron/28). 만약 골절상이라든가 그 이상의 심각한 상태를 겪고 있다면 그냥 응급실로 뛰어가야 한다. 이곳에서 '정형외과 의사'는 엄밀히 말해 orthopedic surgeon, 즉, 수술하는 의사라서 어지간하면 만날 일 없이 사는 것이 몸과 마음에 이롭다 (심지어 응급실을 가도 해당 병원 상황에 따라 집에 가서 기다리다가 다시 정형외과 의사를 만나러 가야 할 수도 있다. 환자는 뼈에 실금이 가서 아파 죽겠는데 집에 가서 의사 전화 기다리라고 하면 정말 한국행 비행기 표를 끊고 싶을 것이다). 


여기 사람들이 아무리 기골이 장대한 코카시안 백인이라지만 그들도 용가리 통뼈가 아닌 이상 허리도 뻐근하고 손목도 시큰하고 발목도 삐끗 할 텐데, 그럴 땐 어디를 갈까? 




캐나다에는 Physiotherapy Clinic이라는 곳이 있다 (줄여서 'physio'). 

굳이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물리치료 클리닉'으로 할 수 있지만, 단순히 정형외과 병원 부속 물리치료실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이 physio에서는 정형외과 수술을 제외한 거의 모든 처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담당하는 사람을 Physio therapist라고 부르고, 이들은 특정 프로그램에서 학위를 받고 일정 기간 동안 실습을 마쳐야 therapist로 활동할 수 있다. 대부분의 Physio clinic은 보유하고 있는 치료사들의 학력, 경력을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규모에 따라 physio therapist 외에도 registered massage therapy, clinical pilates/yoga 강사 등을 보유한 클리닉도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글을 써야 할 만큼 또 할 말이 많다). 


받을 수 있는 치료는 매우 다양하다. 만약 x-ray나 그 이상의 영상촬영 (CT, MRI)가 필요하면 위에서 말한 의사 (일반의 혹은 정형외과 의사)를 만나야 한다. 당연히 수술도 이곳에서는 진행되지 않는다. 내 경험 및 내 주변 경험을 통틀어 보면, 대부분 '담이 결리다'로 설명되는 근육통이나 근막통증을 치료하기 위해서 가고, 나 같은 경우는 족저근막염 체외충격파도 여기서 받는다. 한 클리닉 당 여러 명의 therapist가 있기 때문에 방도 여러 개가 나뉘어 있고 그 안에서 정해진 30분 (혹은 45분, 60분도 가능) 동안 치료사와 단 둘이서 오붓하게 필요한 치료를 받는다. 치료 방법은 manual therapy or massage therapy (전문가의 마사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가끔 치료사에 따라 카이로프랙틱을 곁들인), IMS라고 부르는 서양식 침술, 초음파 치료 등등이 있다. 


가격은 한국에 비해 매우 사악하다. 정해진 가격은 없고 클리닉마다 조금씩 다른데, 보험을 적용하지 않은 가격은 30분에 90불-140불 사이에 형성되어 있다. 이 가격을 다 지불하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보험은 개개인마다 사정이 너무나 달라서 일괄 적용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확실히는 모르지만, 대부분 공시된 가격의 20%에서 80% 정도를 보험 적용받고 차액만을 지불하는 구조이다. 


편차가 존재하겠지만, 한국에서와 달리 이곳에서 병원/의료 시설을 가면 내가 호구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어서 안심(?)이 된다. 나는 아프고 불편한데 치료사가 보기에 별 치료가 필요 없고 쉬는 게 낫다고 판단하면 과하게 치료를 하지는 않는다 (뭐 그렇다고 physio에서 돈을 안 받진 않는다. 이런 '안심'이 가장 크게 빛을 발하는 곳은 치과다). 


사실 이 글을 쓴 진짜 이유는 IMS 혹은 Dry Needling이라고 부르는 치료방법을 소개(혹은 찬양) 하기 위해서였다. 오래 앉아 있는 직업을 가진 데다가 격한 운동을 좋아하는 주제에 세상 뻣뻣한 몸을 가진 탓에, 나는 physio clinic을 자주 간다. 주로 허리에 담이 걸리거나, 뒷목이 뻐근하다 못해 두통을 일으키거나 정상 가동 범위가 나오지 않을 때, 고관절이 너무도 뻐근하여 허리 통증을 유발할 때, 족저근막염으로 발바닥이 아플 때, 악관절이 있을 때 등등, 지금까지 무수히도 많이 갔다. 친한 therapist도 2명이나 있어서 이들은 이미 내 상태를 잘 알고 있다 (몸이 참으로 뻣뻣하다고 감탄한 적도 있다). 운동을 좀 심하게 하였거나, 데드라인을 앞두고 과하게 많이 앉아 있는 시기가 지나면 어김없이 허리나 목에서 경보가 울리고, 이럴 때엔 physio를 가서 IMS를 좀 맞아줘야 큰 고통을 예방할 수 있다. 예전에 허리병이 제대로 나서 걷지도 숙이지도 못하고 3일을 고생하다 조수석에 드러눕다시피 하여 한국인이 하는 한의원을 찾아간 이후로는, 조금만 조짐이 좋지 않으면 알아서 physio를 간다. 거동을 아예 할 수 없는 상태가 되도록 내버려두면 IMS를 맞는다 하더라도 회복이 더디다. 당시에는 이 도시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Physiotherapy clinic이라는 훌륭한 시스템이 있다는 것을 모른 채, 차로 1시간 운전해서 가야 하는 한인 타운의 8-90년대 스타일 한의원에서 침을 맞았다 (그 한의사 할아버지가 나한테 녹용을 강권한 것조차 너무 한국스러웠다). 


IMS는 intramuscular stimulation의 준말인데, dry needling이라고 부르는 치료사도 많다. 사실 잘 모르는 사람은 한국에서 맞던 한의원 침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 둘은 차이가 매우 크다. 나도 한의원 침에 대해서 잘은 알지 못하지만 이래저래 살면서 겪어보고 주워들은 바에 따르면 한의원 침은 주로 혈자리에 놓는다고 알고 있다. 예전에 한포진으로  한의원에서 치료받을 때 정작 문제의 발바닥이 아닌 팔뚝과 허벅지에 침을 맞았었다 (이 글도 나중에 자세히 쓸 예정). 참고로 원하면 여기서도 한국식/중국식 침을 맞을 수 있다. Accupuncture 치료를 전문적으로 하는 클리닉도 많으며 주로 차이나타운에 즐비해있지만 현지인이 하는 곳도 적지 않다. 마찬가지로 자격증이 있어야 침술을 행할 수 있다. 


IMS/dry needling도 모든 physio therapist가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IMS certificate이라고 자격증을 소지한 자만 시술할 수 있다. 따라서 본인이 IMS 치료를 원하면 이를 시술할 수 있는 therapist인지 미리 알아보고 가야 한다. 물론, 내가 원한다고 다 해주진 않을것이고 치료사가 나름 진단을 내려 치료를 진행하지만, IMS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처음부터 IMS를 할 줄 아는 사람한테 가는 것이 낫다. IMS/dry needling은 만성 통증을 유발하는 부분의 근육을 자극시켜 궁극적으로는 근육 이완을 꾀하는 기법이라고 한다. 한의원 침이랑 똑같이 생겼지만, 근육이 뭉친 곳을 짚어내어 침을 찌르고 '자극'을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매번 엎어져서 뒷목과 허리에만 맞다 보니 직접 침을 넣는 것을 본 적은 없다). 왜 '자극'을 강조했냐 하면, IMS의 이름에서도 볼 수 있듯이 문제가 되는 근육을 '자극'시켜 근육을 이완시키거나 재생을 돕는 기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의원에서는 한 번 따끔한 이후 침이 10-15분 정도 꽂혀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면, IMS 치료에서는 침을 찌르고 그 자리에서 뱅뱅 돌려서 좀 더 깊숙이 넣는 것을 볼 수 있다. 만약 근육이 많이 뭉친 곳이라면 근처 부분으로 찌릿함이 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주로 허리와 뒷목에 받았는데 최근에는 고관절 근육 이완을 위해 허벅지에도 맞고 있다. 근육이 별로 뭉치지 않은 곳은 그냥 침이 들어갈 때 잠깐 따끔한 수준에서 그치고, 많이 뭉친 곳은 저절로 다리가 들썩일 정도의 따끔함/찌릿함/뻐근함이 느껴진다. 얼마 전에 맞은 허벅지에서는 진짜 대근육을 건드렸는지 근육이 펄쩍 뛰어오르는 것이 육안으로 보여서 매우 신기했다. 


Physio therapist에 따라 침술 기법도 조금씩 다른 것 같다. 나의 1번 therapist는 IMS를 많이 놓지 않는다. 한 번에 5-6군데 시술하면 많이 하는 편인데, 대신 한 대 한 대가 묵직하고 깊이 들어간다. 나의 2번 therapist는 그에 비하면 양치기를 선호하는 편인 것 같다. 몇 십 대를 놓는지 세기를 포기했지만, 각각이 그렇게 깊이 들어가지 않고 빨리 치고 빠지는 편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한의원 침술보다 근육을 직접 다루는 IMS가 좋아서 조금이라도 안 좋다 싶으면 바로 달려간다. 물론 예약이 꽉 차 있는 경우가 많아서 내가 원하는 시점에 급하게 치료받기가 쉽진 않지만, family doctor 예약을 기다리거나 정형외과 의사를 소개받지 않아도 되어서 편하다. 의료기관이긴 한데, 진짜 수술이 필요하거나 심각한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모두 '정형외과' 의사에게 몰리지 않게 하기 위한 시스템인가 싶을 정도로 노동 분업이 잘 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허리 좀 뻐근하다고 모두 정형외과를 달려가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사람에 따라 IMS를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다. 내 지인 중 한 명은 어깨에 딱 한 대 맞아보고 깜짝 놀라서 다시는 못 하겠다고 했는데, 그 정도로 불편하고 엄청난 고통을 감수해야 할 것은 아니다. 다만 별로 경험이 없으면 그 감각이 조금 불편할 수는 있겠다. 나 같은 경우는 IMS를 맞고 바로 활동을 많이 하지는 않는다. 반나절 정도 쉬어주면 회복이 빠른 것 같아서 아예 집으로 와 1-2시간 잔다. 가끔은 맞은 직후 뻐근함이 혀에 남아있는 매운 맛처럼 가시질 않아서 그냥 도서관에서 집으로 간 적도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IMS가 physio clinic의 꽃이라고 생각하지만, 꽤 많은 치료를 담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5분짜리 체외충격파 치료에 10만 원을 쓰고 왔는데, 급하게 출국하는 바람에 다 낫지 않은 채로 돌아와야 했었다. physio clinic에서 체외충격파 기계까지 갖고 있는 줄은 모르고, 발꿈치가 불편해서 한 번 갔더니 '오늘 너에게 매운맛을 알려주마' 하는 표정으로 체외충격파 기계를 덜덜 끌고 오더라. 가격도 착했고, 치료사의 친절도 착했다. 한국에서는 무자비하게 발바닥을 가격 당했는데 (진심 그 5분이 지나면 식은땀이 흥건하다), 나의 친절한 캐네디언 치료사님은 마일드하게 시작하면서 중간중간 계속 괜찮냐고 물어봐주셨다. 빡세게 하나 마일드하게 하나 치료 효과에 큰 차이는 없더라.  


뭐든지 과격하고 고통을 참는 데에 익숙한 한국 사회와, 사람을 먼저 봐주는 캐나다 사회의 차이를 여기서도 느끼네, 하면서 혼자 쓸데없는 생각을 해 봤다. 



[정보 공유]


1. IMS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 분

https://www.lifemark.ca/services/intramuscular-stimulation  


2. Physio therapy의 진료과목 

허리, 목, 무릎, 발목, 손목, 등, 어깨, 고관절 등등, 정말 꽤나 광범위하게 치료를 합니다. 한국에서 가져오신 파스로 연명하고 계시다면 그냥 댁 근처의 physio clinic을 가시라고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기본적으로 physio therapy, clinical yoga/pilates, massage therapy 정도는 다 제공하고 있는 것 같고, 규모가 큰 곳은 임산부들이 해볼 수 있는 pelvic floor therapy도 제공하고 있네요. 악관절(TMJ), 뇌진탕 관련(concussion therapy)을 다루는 곳도 있고요. 


한국 어르신들은 한의원을 선호하시는 것도 압니다만, 이 곳에서 한의원 침술은 가격이 비쌉니다. 한 회당 100불에 가까운 비용을 내야하니, 보험이 없으신 분들은 부담이 크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1만원이면 충분했는데 ㅠ). 언어 문제로도 한인타운의 한의원을 선호하시는 경우가 많겠네요. 참고로 한국인이 하는 한의원 중에서도 IMS를 시술할 수 있는 의사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치료는 집에서 가까운 곳이 가장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굳이 한의원이 멀리 있는데 애써서 가지 않으셔도 근골격계 질환을 다스릴 방법이 많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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