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은 진흙 속에서 드러난다, 나의 사랑은 진짜인가
무직 남편과 함께 산 지 10년이 넘었다. 결혼한 지 14년이 되었으니 약 4년을 제외하고 남편을 부양한 셈이다. 여성으로 세대주가 되었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부양자가 되어 10년을 걸었다.
10년 간 우리의 시간은 더 깊게, 아주 깊게 흘렀다.
깊음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말간 민낯을 드러냈고,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어떤 공식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서로를 발견했다. 세상에 어떤 것은 진흙 속에서 드러난다고, 나의 사랑이 이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허무함과 나는 가짜였다는 슬픔이 온몸을 휘감았다.
시간은 더 진하게 흘렀다. 삶을 재정의 했다. 이혼 '안'할 결심을 했고, 당신과 끝까지 잘 사는 게 나의 '갓생'이 되었다. 깊고 진하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진짜 사랑'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나는 너를 진짜로 사랑하고 있다고, 너의 부속품이 필요했던 사람이 아니라고, 너를 향한 나의 사랑을 온몸으로 증명한 10년이었다고. 그렇게 우리는 진흙 속에서 하마터면 보지 못했을 아주 귀한 것을 캐내고야 말았다.
또 말할 수 있다. 내 삶에서 가장 잘한 일은 남편에게 퇴사를 장려한 일이고, 두 번째 잘한 일은 쌍둥이를 낳고 다시 한번 남편에게 퇴사를 장려한 일이라는 것을.
첫 번째 퇴사에서 그는 건강과 꿈을 되찾았고,
두 번째 퇴사에서 그는 아기들의 성장을 직관하는 행운을 누렸다.
우리는 욜로족도 파이어족도 아니다. 우리는 사랑족이다.
배우자의 건강, 목숨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외치는 눈먼 사랑족.
내가 낳은 자식들이니 아이들을 키워내는 것보다 중헌 것이 뭐가 있겠냐는 답 없는 사랑족.
그렇게 진짜 사랑,
진짜 인생을 찾아간다.
불순물은 찬찬히 걷어내면서.
어떤 것은 진흙이어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