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남편을 10년째 부양하며
어쩌다 보니 남편을 10년째 부양 중이다.
남편이 10년 동안 일을 안 했다, 남자가 돈을 벌어오지 못했다는 말을 들으면 굉장히 암울한 시간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여성 세대주인 나의 외벌이로 쌍둥이까지 낳고 아주 잘 살고 있다.
아이를 낳아보니 결혼보다 더 어려운 것이 육아다. 게다가 도움 받을 인력이 마땅치 않은 현실에 쌍둥이라니, 그렇지 않아도 힘든 육아를 더 어렵게 한다.
2년 조금 안 되는 육아 경력에 내가 배운 것이 있다면, 아이는 '일부러' 엄마를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모를 뿐이고 다만 표현하지 못할 뿐이다. 그러니 '너는 왜 이렇게 엄마를 힘들게 하니!' 언성을 높일 필요는 더더욱 없다.
아이가 내 삶을 힘들게 하려고 찾아온 것이 아닌 것처럼, 남편 역시 내 삶을 힘들게 하려고 결혼한 것이 아니다. 어디 한 번 *좀 먹어봐라며 결혼할 사람은 세상에 없다. 소중한 사람을 고생시키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믿는다).
다만 이 세상의 어떤 우연에 의해 나와 그의 삶이 이 모양으로 펼쳐진 것뿐.
그에게 악의가 없다는 것만 알아도, 아니 오히려 그가 얼마나 나를 만족시키고 호강시켜주고 싶은지만 알아도 한결 마음이 부드러워진다.
10년 간 그는 애썼다. 아주 애썼다. 내가 애쓴 만큼, 아니 어쩌면 내가 애쓴 것보다 더 애썼을지도 모른다.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애쓰는 결혼이면 유지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이혼은 없다. 끝까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