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로딘 - 현악 4중주 2번, 3악장
Borodin - String Quartet No. 2 in D major for Strings, III. Notturno: Andante
보로딘 - 현악 4중주 2번, 3악장. 녹턴
전업 작곡가들만 음악을 작곡했을까요? 작곡가 부캐로 음악의 큰 파장을 일으켰던 러시아의 작곡가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공무원, 군인, 화학자 등 본업이 따로 있었죠. 이들은 러시아 특유의 화성과 민속 선율, 리듬 등 러시아적인 색채와 자부심을 표현하는데 중심을 두었습니다. 19세기 후반, 러시아 고유의 음악을 확립하고 발전시킨 이들은 ‘막강한 소수’ 혹은 ‘러시아 5인조’라 불립니다. 러시아 5인조 중 중, ‘나의 일은 과학이고, 음악은 취미이다’라는 말을 남긴 ‘알렉산더 보로딘’은 당대 유명한 화학자였습니다. 그리고 러시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낸 작곡가이기도 하죠.
보로딘은 1833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났습니다. 사생아로 태어난 그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습니다. ‘보로딘’은 아버지의 성을 이어받지 못하고, 아버지의 농노였던 ‘포르피리 이오노비치 보로딘’의 호적으로 들어가 성장하였죠. 그래도 유복하게 성장한 보로딘은 어려서부터 음악을 배우며 성장했습니다. 피아노와 플루트 그리고 첼로를 배웠죠. 특히 보로딘은 첼로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습니다.
공부를 잘했던 보로딘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의과대학에 진학해 의학과 약학을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생화학의 연구로 명성을 얻게 된 보로딘은 모교의 화학과 교수가 되었죠. 과학뿐만 아니라, 보로딘은 음악에도 재능이 많았습니다. 그는 악기 연주뿐 아니라, 9살 때부터 음악을 작곡하곤 하였죠. 보로딘은 음악을 취미로 계속해서 이어나갔습니다.
하지만 연구과 수업으로 인해, 보로딘은 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죠. 그래서 보로딘은 일요일마다 작곡에 몰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자기 자신을 ‘일요일의 작곡가’라 표현하기도 하였죠. 연구와 수업, 과중한 업무와 작곡까지. 그의 친구들은 그가 어떻게 이 모든 것을 해낼 수 있었는지 늘 궁금해했다고 전해집니다.
1859년, 보로딘은 독일 하이델베르크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피아니스트인 ‘에카테리나 프로토포포바’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녀와 사랑에 빠진 보로딘은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결혼생활은 늘 행복하지는 않았습니다. 프로토포포바의 건강이 좋지 않아 보로딘은 늘 걱정으로 가득하였죠. 그녀는 폐결핵으로 누워있는 시간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보로딘은 그녀의 곁을 지켰습니다. 바쁜 일과로 정신이 없었지만, 아내에 대한 사랑은 결코 식지 않았습니다.
보로딘은 아내와 만난 지 20주년이 되는 기념으로 실내악곡을 작곡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녀와의 추억과 사랑을 떠올리며 음표를 그려 내려갔죠. 이 곡은 <현악 4중주 2번>입니다. 5년에 걸쳐 완성된 그의 현악 4중주 1번과는 달리, 아내에게 헌정한 2번은 두 달 만에 완성이 되었습니다. 이 곡의 3악장은 아름다움 선율과 서정적인 음악으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보로딘의 사랑이 따스하게 느껴진다고 이야기를 하곤 하죠. 제 1, 2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로 구성된 현악 4중주에서 첼로는 보로딘을, 제 1바이올린은 그의 아내의 모습으로 해석됩니다. 첼로의 노래로 시작한 음악은 뒤이어 바이올린이 이어받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긴말 이야기를 주고받죠. 첼로와 제1 바이올린의 포근한 이야기를 엿들어 보세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의 굳건하고 포근한 사랑의 온도가 마음 깊숙이 퍼지게 될 거예요.
https://youtu.be/WrbJyzyOG6A?t=7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