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 스케르초 2번
Chopin - Scherzo No.2 in B flat minor, Op. 31
쇼팽 스케르초 2번
혹시 스케르초라는 이름을 들어보셨나요? 이탈리아어로 ‘농담’, ‘익살’을 뜻하는 스케르초(Scherzo)는 교향곡과 현악 4중주 그리고 소나타 등 여러 악장으로 구성된 음악에서 주로 3악장으로 사용된 음악 형식이었습니다. 하지만 폴란드의 작곡가, 피아노의 시인이라 불렸던 ‘프레데릭 쇼팽’의 손에 의해 스케르초는 새로운 내용과 형식으로 다시 재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스케르초는 16세기 이탈리아의 작곡가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Claudio Monteverdi)’의 작품 속에 나타난 해학적인 연주를 지시하는 음악 용어 ‘스케르잔도 Scherzando’에서 비롯된 음악 형식입니다. 스케르잔도는 ‘마음이 들뜬, 명량한, 해학적인’이라는 뜻을 갖고 있죠. 조금 빠른 템포로 움직임이 느껴지는 스케르초는 익살스럽고 유쾌한 모습을 드러내곤 합니다. 스케르초는 주로 여러 악장으로 구성된 고전주의 음악의 교향곡과 현악 4중주 그리고 소나타에서 주로 3악장에서 등장하여 음악의 긴장감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죠.
익살스럽고 해학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전통적인 스케르초 악장과는 달리, 쇼팽의 스케르초는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그의 스케르초에서는 서정적이고 극적인 우울과 분노 등 어두운 분위기까지 표현하였죠. 또한 길이와 규모를 확장하고 기교적인 요소들을 더해 독자적인 음악형식으로 쇼팽만의 스케르초로 재탄생시켰습니다. 그의 스케르초에서는 빠른 템포와 격렬한 리듬, 폭넓은 다이내믹과 갑작스러운 변화 등 다양한 감정들을 느낄 수 있죠.
쇼팽은 즉흥곡과 발라드와 더불어 스케르초도 4개의 곡으로 작곡했습니다. 그중, 스케르초 2번은 제일 잘 알려진 음악입니다. 스케르초 2번의 도입부는 극적인 대조로 시작됩니다. '소리를 낮추어, 작은 소리로'라는 뜻의 음악 용어 소토 보체(Sotto Voce)로 시작하는 질문은 '매우 세게'라는 포르티시모(ff)의 대답으로 표현됩니다. 이 도입부에 대해 쇼팽의 제자 ‘폰 렌츠’는 '쇼팽이 무덤 같은 분위기. 죽은 자의 집이 되어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남겼다'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음악은 크게 3부분(A-B-A)과 화려한 코다(Coda)로 나뉠 수 있습니다. 빠르고 화려한 음악 사이에 느린 템포로 깊은 감정을 나타내는 음악으로 구성되어있죠. 갑작스러운 다이내믹의 변화, 넓은 음역을 아우르는 선율과 반주, 그리고 깊고 풍부한 울림. 그와 반대되는 깊고 어두운 한 숨이 느껴지는 감정과 아름다운 선율 그리고 점점 증폭되어 폭발하는 음악, 마지막을 향해 내 달리는 힘찬 에너지까지. 이 음악의 묘미는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흥미로운 작품이죠.
슈만은 쇼팽의 이 작품을 가리켜 “정열적이고, 매력적인 곡이다. 달콤함, 대담함, 사랑스러움, 증오심이 가득 차 있어서 ‘바이런’의 시에 비교할 수 있다.”라는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그리고 해학적인 성격을 넘어 자신만의 스케르초를 구축한 쇼팽에 대해 인상적인 이야기를 남겼죠.
“만약 ‘농담’이 검은 옷을 입고 다닌다면, ‘진담’은 어떤 색 옷을 입어야 할까?”
메인 사진 출처 : nifc.p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