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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hms May 01. 2021

프랑스의 집시, 치간느

라벨 - 치간느

Ravel Tzigane
라벨 치간느


 19세기, 헝가리 특유의 리듬과 선율 그리고 집시풍의 음악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훔쳤습니다. 헝가리 출신의 작곡가 '리스트'는 <헝가리 랩소디>를 작곡하였고, 독일의 작곡가 '브람스'는 헝가리 특유의 음악에 푹 빠져 <헝가리 무곡>을 작곡하였죠. 또한 스페인 출신의 작곡가 '사라사테'도 헝가리 여행에서 매료된 집시풍의 음악으로 <찌고이네르 바이젠>을 작곡하였죠. 20세기 프랑스의 한 작곡가도 헝가리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의 집시풍의 연주를 듣고 헝가리 집시의 음악을 작곡했습니다. 바로 모리스 라벨의 <치간느>이죠.

헝가리 출신이 아닌 브람스와 사라사테, 라벨은 헝가리 집시풍의 음악을 작곡하였다. / 출처. wikipedia

 
 인도 북부의 위치한 펀자브(pungab) 지방을 떠나온 유랑인들은 유럽으로 이주하기 시작했습니다. 대략 8세기로 추측하고 있죠. 15세기, 점점 서유럽 쪽으로 진출한 유랑인들, 즉 집시들은 ‘헝가리 음악’ 혹은 ‘집시 음악’이라 불리는 음악을 연주하며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그들의 음악은 그들이 지나쳐온 걸음들에 따라 널리 퍼지기 시작하였죠. 집시들은 자신들의 감정과 표현을 섬세하게 그려낼 수 있는 현악기를 주로 사용하며 연주했습니다. 특히 바이올린을 즐겨 연주하였죠.  

 1922년, 프랑스의 작곡가 라벨은 런던으로 향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인 <바이올린과 첼로의 2중주>를 연주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옐리 다라니’의 연주회에 참석하였습니다. 다라니는 무대에서 강렬한 연주를 선보였습니다. 그녀는 19세기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로 알려진, ‘요제프 요아힘’의 조카딸로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죠. 다라니의 연주에 매료가 되었던 라벨은 그녀에게 헝가리 집시 음악의 연주를 부탁했습니다. 다라니는 헝가리 출신의 연주자답게 강렬하고 열정 넘치는 헝가리 집시풍의 음악을 연주했습니다. 라벨은 다라니의 연주에 영감을 받게 되었고, 2년 뒤 집시풍의 음악에 프랑스의 특유의 감정을 담아 <치간느>라는 작품을 완성시켰습니다.

헝가리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옐리 다라니(Jelly d' Arányi, 1893 - 1966) / 출처. the strad , wikipedia

 
 ‘치간느 Tzigane’는 프랑스어로 ‘집시’라는 뜻을 같고 있습니다. 제목처럼, 이 음악에서는 집시풍의 자유롭고 즉흥적인 면모가 나타나죠. 라벨은 치간느를 작곡하면서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엘렌 주르당 모랑주’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라벨은 바이올린의 고도의 기술을 표현하기 위해, 그녀에게 파가니니의 24곡의 카프리스에 대한 연주와 기교에 대한 조언을 받기 시작하였죠. 카프리스의 기술적인 면모에 영감을 받게 된 라벨은 화려한 연주 기교가 가득한 집시풍의 음악을 작곡했습니다.  


 1924년 4월 26일, 라벨의 <치간느>의 초연은 옐리 다라니의 손에서 연주되었습니다. 다라니는 연주가 이루어지기 3일 전에 악보를 건네받았지만, 섬세하고 싶은 표현으로 초연은 대 성공을 이루었죠. <치간느>는 영국과 프랑스를 시작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라벨은 피아노 반주로 이루어진 이 곡을 오케스트라의 반주로도 편곡하여 선보였고,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초연에서도 다라니의 연주는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라벨은 자신의 <치간느>를 가리켜 ‘헝가리 광시곡 스타일로 쓰인 기교를 위한 작품’이라 표현했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는 집시풍의 음악인 ‘차르다시’의 모습이 나타나죠. 19세기 초 헝가리에서 생겨난 무곡인 차르다시는 느린 빠르기로 즉흥적인 모습과 자유로운 부분을 표현하는 라수와 빠르고 경쾌한 분위기를 나타내는 프리스로 나뉠 수 있습니다. 느린 카덴차로 자유로운 분위기를 나타내는 바이올린 독주 부분은 라수, 그리고 하프 반주와 오케스트라의 반주가 함께 나오는 빠른 분위기의 음악은 프리스 부분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막심 벤게로프의 치간느 연주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출처. wikipedia


 음악의 시작은 바이올린의 가장 두꺼운 현인 G현으로 시작됩니다. 깊은 감정은 활을 따라 자유롭게 이동합니다. 즉흥적인 당김음과 함께, 한 호흡 안에서도 다양한 다이내믹이 느껴지는 선율에서는 집시풍 특유의 애수를 느낄 수 있습니다. 다시 반복되는 주제에서는 두 개 이상의 현으로 연주하는 ‘더블스탑’과 ‘트리플 스탑’의 주법, 하모닉스, 지판을 짚고 있는 왼손의 피치카토 등 어려운 기교들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바이올린의 독주가 끝이 나고, 하프의 반주로 나오는 음악은 ‘프리스’를 연상시키듯 빠르고 경쾌한 분위기로 바뀌어 등장합니다. 다양한 리듬의 활용과 하모닉스, 꾸밈음, 피치카토 등 화려한 테크닉은 점점 빨라지고 자유로워지는 즉흥적인 모습과 함께 화려하게 표현됩니다. 특히 이 부분에서는 집시풍의 음악과 프랑스 특유의 색채감을 함께 맛볼 수 있죠. 라벨이 안내하는 집시풍의 음악을 따라 즐겁게 표류해보세요. 기분 좋은 취기가 올라올지도 모릅니다



https://youtu.be/YnPTK4w8t04

바이올리니스트 막심 벤게로프 연주

https://youtu.be/gF8NSiD7K8c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 연주

https://youtu.be/hWOhR_no0_o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 연주

https://youtu.be/y3ZxUF5xoKk

바이올리니스트 다비드 오이스트라흐 연주

*벤게로프의 다른 연주
https://youtu.be/EUP87uvhjIs

바이올리니스트 막심 벤게로프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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