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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hms May 04. 2021

이별 연습곡

쇼팽 - 에튀드 (연습곡) Op.10 No.3

Chopin Etude Op.10 No.3
쇼팽 에튀드 (연습곡) Op.10 No.3


 19세기 가장 인기 있는 악기는 단연 피아노였습니다. 당시에는 피아노를 연주하고,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를 하거나 악기 연주를 하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었죠. 대규모의 제조업 발전으로 피아노의 생산은 증가되었고, 가격은 점차 낮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귀족과 상류층뿐 아니라 중산층 가정에서도 피아노를 집에 들어 놓기 시작하였죠. 또한 음역의 확대와 음량의 증가로 피아노는 더 깊고 풍부한 소리를 낼 수 있게 되어 대규모 연주에서도 피아노는 가장 빛이 나는 악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19세기에는 ‘쇼팽’, ‘리스트’, ‘클라라 슈만’ 등 비르투오소 피아노 연주자들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하였죠.  

 피아노의 인기가 점점 커져감에 따라 작곡가들은 바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작곡가들은 피아노 작품을 만들기 시작하며, 피아노 교육을 위해 ‘연습곡’들을 작곡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베토벤의 제자 ‘카를 체르니’는 난이도별로 연주 테크닉을 향상시키는 수많은 연습곡들을 작곡했습니다. ‘체르니 100번, 30번, 40번, 50번’으로 불리는 이 연습곡들은 현재 수많은 대한민국의 피아노 학원에서 필수 코스로 배우고 있죠.  

베토벤의 제자 카를 체르니(Carl Czerny, 1791. 2. 21. - 1857. 7. 15.)는 자신의 이름을 딴 수많은 연습곡들을 작곡했다. /출처. wikipedia


 오로지 피아노 음악을 중점적으로 작곡한 쇼팽도 ‘연습곡(Etude 에튀드)’을 작곡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연습곡에서는 다른 연습곡과 다른 특징이 들어있습니다. 바로 ‘예술성’이죠. 피아노를 위한 연습곡들은 많았지만, 쇼팽의 연습곡 이후 연습곡의 의미는 크게 달라지기 시작하였습니다. 훈련을 위한 곡이 아닌, 무대 위에 올려도 손색이 없을 예술성과 작품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예술성과 작품성을 지닌 쇼팽의 연습곡은 연주회용 연습곡이라는 하나의 장르를 개척했습니다. 리스트를 포함하여 라흐마니노프, 스크리아빈, 드뷔시 등 작곡가들은 예술성이 가미된 연습곡들을 발전시켜 나갔죠.  


 쇼팽의 연습곡은 ‘에튀드’라 불립니다. 프랑스어로 ‘공부하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죠. 쇼팽은 Op.10의 12곡과 Op.25의 12곡 그리고 작품번호가 없는 3곡을 포함하여 총 27곡의 연습곡을 남겼습니다. 그중 Op.10은 '프란츠 리스트'에게 헌정하였죠. 그의 연습곡들은 한 곡에 한 가지씩 특정 테크닉을 훈련할 수 있게 작곡되었습니다. Op.10의 1번은 넓은 음역을 아우르는 오른손의 분산 화음(아르페지오)의 연습을, 5번은 검은건반을, 12번은 왼손의 빠른 움직임 등 각각의 중점 된 테크닉 훈련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오른손의 움직임이 많은 Op.10 No.1번과 왼손의 움직임이 많은 No.12의 악보 /악보 출처. imslp


 ‘이별 연습곡’이라 불리는 쇼팽의 Op.10의 3번은 정신없이 빠른 템포로 진행되는 다른 연습곡들과는 다르게 성격과 빠르기가 확연히 다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곡은 상대적으로 느린 템포로 인해 쉽게 들려오지만, 사실은 까다로운 연주기법이 숨어있습니다. 손가락 중 제일 약하고 독립이 힘든 4번 약지 손가락과 5번 새끼손가락이 주요 멜로디를 이끌어나가죠. 그리고 남은 1번 엄지 손가락과, 2번 검지 손가락 그리고 3번 중지 손가락들이 반주를 만들어 나갑니다. 합해보면 오른손 다섯 손가락으로 노래와 반주를 모두 동시에 해내야 하는 거죠.  


 사실 쇼팽은 자신의 작품 중 어떤 곡에도 제목을 짓지 않았습니다. 폴란드의 혁명이 일어난 시기에 작곡된 '혁명‘이라 불리는 그의 에튀드도 출판사에서 지어준 이름이죠. '이별'의 연습곡 또한 서정적이고 애틋한 감정으로 인해 얻게 된 별명입니다. 마치 연인이었던 '조르주 상드'와의 이별을 미리 예상한 듯, 이 음악은 한 없이 가슴 아픈 이야기를 표현해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과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마음을 울리는 이 음악과 제목이 굉장히 잘 어울리지만, 음악의 색을 한정 짓는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죠.  



 이 곡이 연습곡이든, 이별의 곡이든 상관없습니다. 연습곡마저도 이렇게 아름다운 감정을 전달해주는 그의 음악에 무슨 카테고리가 필요할까요?


프레데릭 쇼팽 (Frédéric François Chopin 1810. 3. 1. - 1849. 10. 17.)



https://youtu.be/jc7BVt9eQ1M

피아니스트 손열음 연주

https://youtu.be/bwXvroy1FS0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 연주

https://youtu.be/8yjnLmv1hHU

피아니스트 랑랑 연주

https://youtu.be/EINXgKuZec0

피아니스트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 연주

*바이올린 연주
https://youtu.be/bbOt6zlSzFY

바이올리니스트 앙드레 류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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