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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hms May 05. 2021

아빠는 딸바보

드뷔시 <어린이 차지> - 골리웍의 케이크워크

Debussy - <Children's Corner>, L. 113
드뷔시 - <어린이 차지>, L.113 


 톰 크루즈, 데이비드 베컴, 박명수 ‘도책바가지’라 불리는 도경완 아나운서 등 우리는 종종 딸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딸 바보’ 아빠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20세기 프랑스의 새로운 음악의 흐름을 이끌었던  ‘클로드 드뷔시’도 이들 못지않은 딸 바보 중 한 명이었죠. 그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이 한 명 있었습니다.

 1905년, 드뷔시는 당시 만나던 여인 ‘엠마 바르닥’ 사이에서 귀여운 딸을 낳았습니다. 50세의 나이로 뒤늦게 딸을 얻게 된 드뷔시는 작은 생명에게 혼을 빼앗겼죠. 드뷔시는 딸 ‘클로드-엠마 드뷔시’를 ‘슈슈’라 부르며, 그의 모든 사랑을 쏟아부었습니다. 드뷔시는 슈슈를 위해 음악을 작곡하기도 했습니다. 어린아이의 시선과 감정이 느껴지는 <어린이 차지>, <장난감 상자>를 작곡하여 그녀에게 헌정하였죠.
 
 슈슈가 고작 2살이었을 당시, 드뷔시는 그녀를 위해 피아노곡을 작곡하기 시작했습니다. 슈슈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들과 재밌는 요소들을 이용해 6곡의 음악을 작곡하였죠. 이 작품의 이름은 <어린이 차지>입니다. 드뷔시 작품의 제목들은 대부분 프랑스어로 되어있지만, 이 곡의 제목들은 영어로 적혀있습니다. 영국인 가정교사와 함께 놀았던 슈슈를 생각하며, 제목을 영어로 지었다고 전해지죠.  


드뷔시와 그녀의 아내 '엠마 바르닥'은 슈슈를 낳고 난 후, 1908년도에 결혼을 하게 되었다.(좌) 드뷔시와 그녀의 딸 슈슈 (우) /출처. classic fm


 드뷔시의 <어린이 차지>는 6곡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그라두스 아드 파르나숨 박사’는 클레멘티의 피아노 연습곡 <그라두스 아드 파르나숨>의 작품을 풍자한 재치 있는 작품으로, 피아노를 지루하게 연습하는 한 아이의 기분을 묘사한 작품입니다. 시작은 재밌었지만, 점점 따분해져 가는 기분과 다시 힘을 내어 기분 좋게 연습을 끝내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죠. 드뷔시는 이 곡에 대해 ‘매일 아침 아침밥을 먹기 전 '보통 빠르기'로 시작해 '흥분해서'에 이를 때까지 연습을 해야한다.’라는 재밌는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드뷔시는 이 작품을 실제로 슈슈와 함께 연습했다고도 알려지죠.


 두 번째 곡인 ‘짐보의 자장가’는 슈슈와 함께 잠이 들던 작은 인형의 점보에 관한 노래입니다. 점보가 잠이 들기 전까지 점보를 위해 부르는 자장가로 알려지죠. 점보는 슈슈와 잠이 들때까지 환상의 세계를 오고갑니다. 세 번째 곡은 슈슈가 가장 사랑하던 낡은 인형을 가지고 노래한 음악인 ‘인형을 위한 세레나데’와 6곡의 곡들 중 가장 난해한 곡이자 추운날 집안에서 창가의 눈을 바라보는 아이의 모습을 묘사한 네 번째 곡 ‘춤추는 눈송이’, 양과 목동의 모습을 표현한 목가적인 분위기를 표현한 다섯 번째, ‘작은 양치기’ 그리고 여섯 번째 ‘골리워크의 케이크워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린이 차지> 중 가장 인기 있는 여섯 번째 곡인 ‘골리웍의 케이크워크’는 흥겹고 경쾌한 분위기가 가득합니다. 미국에서 영향 받은 재즈의 리듬을 춤곡으로 사용한 이 음악에서는 당김음과 블루스 음계 등이 특징적으로 나타나죠. 슈슈의 인형 친구 중 한명인 ‘골리웍’은 검은 피부와 삐쭉 서있는 머리와 둥근 눈과 밝은 미소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인형은 1895년 영국 동화 작각인 ‘플로렌스 케이트 어프턴’이 만든 유행했던 캐릭터로 엉뚱한 모습으로 뒤뚱거리는 모습에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 골리웍의 모습을 좋아하였죠. 드뷔시는 골리웍이 ‘케이크워크’를 추는 모습을 음악으로 표현했습니다. 케이크워크는 흑인들이 사이에서 추었던 춤으로, 백인이 주최한 춤 흑인들의 춤 대회에서 상으로 케이크를 주었다고 하여, 케이크워크라는 이름이 파생되었습니다. 래그타임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는 케이크워크는 규칙적인 리듬의 왼손 반주 위로, 불규칙한 오른손의 리듬과 당김음은 들썩거리는 경쾌한 분위기를 나타냅니다. 드뷔시는 1887년,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파리 초연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엄청난 감동을 받게 되었죠. ‘골드윅의 케이크워크’에서는 이 오페라의 유명한 선율을 패러디한 악구가 등장합니다. 드뷔시는 이 악구에 ‘아주 많은 감정을 가지고’라고 재치있는 표현을 남기기도 하였죠.


삐쭉삐쭉 선 머리카락과 둥근 눈과 미소, 뒤뚱거리는 걸음걸이로 큰 인기를 얻었던 골리웍은 흑인을 희화화한 인형이기도 하였다. /출처 wikipedia, pdsh.fandom.com

 
 드뷔시는 이 곡 앞에 ‘곡에 대한 아빠의 다정한 설명을 더해 소중하고 귀여운 슈슈에게’라는 헌정사를 남겼습니다. 부성애가 넘치는 드뷔시의 마음은 딸의 눈높이에 맞춰 다가간 음악에서도 느낄 수 있죠. 슈슈가 성인이 되어 이 작품을 다시 듣게 된다면, 아마 자신의 어렸던 추억들이 생생하게 전달되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아쉽게도 슈슈가 14살이었던 1919년에 드뷔시는 사망하였고, 슈슈도 1년 뒤 사망을 하게 되었습니다. 딸을 즐겁게 만들어주고, 딸에게 지난 추억들과 아빠의 사랑을 남겨주려 했던 드뷔시의 모습까지 살펴보며 감상해보세요. 사랑스럽고 상황들이 더욱 귀엽게 들려올거라 생각됩니다. 

드뷔시와 그녀의 딸 '클로드 엠마 드뷔시' / 출처. parisupdate


*골리웍의 케이크워크는 현재 뉴욕의 한 음대에서 흑인을 희화화한 작품이라는 이유로 연주가 금지되어졌습니다.


*골리웍의 케이크워크( Golliwog's Cakewalk)
https://youtu.be/p5Rhv1E3tEM

피아니스트 조성진 연주

*그라두스 아드 파르나숨 박사(Doctor Gradus ad Parnassum)
https://youtu.be/VdaYiXepn7Q

피아니스트 랑랑 연주

*전곡(피아니스트 조성진 연주 / 음원만)

1. 그라두스 아드 파르나숨 박사

https://youtu.be/J2ECNLziz64


2. 짐보의 자장가

https://youtu.be/rEFYa2eLK30


3. 인형을 위한 세레나데

https://youtu.be/X1JrrbAeJzI


4. 춤추는 눈송이

https://youtu.be/NAQVniJtwms


5. 작은 양치기

https://youtu.be/F1SWz_ERfUQ


6. 골리웍의 케이크워크

https://youtu.be/T9b5-X5Wf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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