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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hms May 30. 2021

솟아라. 그대의 위대한 정오여!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차라투스트라는이렇게 말했다.

Richard Strauss - Also sprach Zarathustra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바그너의 음악극의 출현 이후, 19세기 말 낭만시대의 음악은 급진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음악은 더욱 장대한 길이와 규모로 확장되었고 다른 예술분야와 연관성을 갖으며 다양하게 표현이 되기도 하였죠. 독일의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는 1시간 30분이라는 방대한 길이의 교향곡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천재적인 오케스트레이션으로 음악에 구체적인 이야기와 생생한 표현을 남기며 전통적인 요소를 넘어 발전적인 음악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들이 활발히 활동했던 1890년과 1910년 사이를 ‘후기 낭만주의’라 부르며, 그들은 독일의 마지막 낭만주의 작곡가로 남겨지게 되었습니다.

동시대에 활동했던 말러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서로의 음악을 존경하고 지지했다. / 출처. wikipedia

 
 뮌헨 궁정 교향악단의 호른 수석이었던 아버지 밑에서 출생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어린 시절부터 큰 음악적 재능을 보였습니다. 그의 음악성을 알아본 당대 최고의 지휘자 ‘한스 폰 뷜로’는 그가 지휘자가 될 수 있도록 지지해주었고, 뷜로의 자리를 이어받아 리하르트는 지휘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지휘자로 부임했던 ‘마이닝겐’ 오케스트라에서 리하르트는 단원을 통해 리스트와 베를리오즈, 바그너의 음악을 접하게 되었고, ‘미래의 음악’이라 불리던 그들의 음악에 푹 빠지게 되었죠. 사실, 전통적인 음악만이 음악이라 생각했던 그의 아버지는 바그너의 음악을 굉장히 싫어했습니다. 그래서 리하르트는 바그너의 음악을 접하기가 굉장히 어려웠죠. 새로운 음악적인 어법에 눈을 뜬 리하르트는 교향시 <돈 주앙>을 작곡했습니다. 그리고 그 작품으로 작곡가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였죠. 

리하르트는 리스트가 창안한 교향시를 확대시켜 더욱 멋지게 음악을 표현했습니다. 교향곡의 한 악장 정도의 길이를 교향시로 작곡한 리스트와 달리 슈트라우스는 교향곡의 규모로 교향시를 확대시켰죠, 특히 리하르트는 큰 규모의 오케스트라의 음향과 현란하고 화려한 음악적인 표현, 넓은 음역과 다양한 화성의 사용으로 생생한 음악적 묘사를 표현했습니다.  

 그의 교향시는 크게 문학작품에 기초한 작품들과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담은 작품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니콜라우스 레나우의 시 <돈 주앙>, 셰익스피어의 희곡 <맥베스>, 니체의 산문으로 적힌 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 문학에 영향을 받은 작품들과 자전적인 이야기를 풀어낸 <영웅의 생애>를 예시로 들어볼 수 있습니다. 

당대 유명한 지휘자로도 활동했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 출처. getty


 리하르트는 대학에서 음악이 아닌 철학과 미술사를 공부했습니다. 그래서 그곳에서 철학가 니체의 사상에 대해 접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리하르트는 1896년 니체의 산문으로 적힌 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내용을 기초로 교향시를 작곡했습니다. 네 부분으로 나뉜 책처럼 리하르트도 자신의 작품을 네 부분으로 나누고, 8개의 소제목을 골라내 하나의 음악으로 유기적으로 풀어나갔습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철학에 관련된 이야기를 남기진 않았습니다. 이에 관련해 리하르트는 이 작품에 대해 이렇게 설명을 남겼습니다.


나는 음악에 결코 철학적인 작품을 쓴 게 아니다. 또한 니체의 작품을 음악으로 표현하려는 것이 아니라, 인간 발전의 관념과 몇 단계에 걸쳐 초인에 이르는 과정, 즉 니체의 초인 사상을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독일의 시인이자 철학가 프리드리히 니체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초판본 / 출처. wikipedia


 이 음악의 도입부는 굉장히 유명합니다. 특히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에서 사용되어 우리에게 큰 각인을 남겼죠. 저음의 오르간과 콘트라 바순 그리고 콘트라베이스의 작은 움직임으로 시작되는 음악은 자전하는 지구의 움직임을 표현하듯 서서히 진행됩니다. 그리고 4대의 트럼펫이 'C-G-C(도-솔-도)'의 '자연 모티브'를 이용해 떠오르는 해를 표현합니다. 뒤이어 팀파니도 자연 모티브를 이용하여 해가 더 크게 떠오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죠. 강렬한 팀파니와 오르간의 연주, 심벌즈의 소리는 밝고 힘차게 떠오른 해를 강렬히 표현합니다. 해가 떠오르는 장면이 생생하게 표현된 이 음악에서 우리는 리하르트의 천제적인 오케스트레이션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10년 동안 동굴에서 지낸 차라투스트라는 동굴 밖을 나와, 해를 바라보며 인간들에게 자신의 가르침을 베풀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리고 인간 세상으로 내려가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죠. 인간들에게 여러 가르침을 베푼 차라투스트라는 마지막으로 인간들에게 느꼈던 연민의 감정까지 극복을 한 후, 초인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그리고 마치 그가 태양인 것처럼 동굴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향하게 되죠. 초인으로 거듭나는 차라투스트라의 모습처럼, 초인으로 거듭나려는 음표들의 향연에 따라 우리도 새로운 일출과 시작을 향해 떠나봅시다. 


  '이것이 나의 아침이다. 나의 낮이 시작된다. 솟아라. 위로 솟아라, 그대 위대한 정오여!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고는, 어둑어둑한 산에서 솟아오르는 아침 해처럼 이글거리며 힘차게 자신의 동굴을 떠났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의 오프닝 장면 

*음악에서 표현된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8개의 소제목


서주(일출)

1 주제. 세상 저편의 사람들에 관하여

2 주제. 위대한 동경에 관하여

3 주제. 기쁨과 열정에 관하여

4 주제. 무덤의 노래

5 주제. 학문에 대하여

6 주제. 치유받고 있는 사람

7 주제. 춤의 노래

8 주제. 밤 나그네의 노래



https://youtu.be/D4d88IgvhK4

마리스 얀손스 지휘, 콘세르트헤바우 관현악단

*서주 (일출)
https://youtu.be/Szdziw4tI9o

구스타보 두다멜 지휘, 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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