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이해하지 못해도 됩니다
뇌과학,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까요?
많은 분들이 이런 질문을 하십니다.
“뇌과학을 한번 공부해보고 싶은데,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뇌는 삶과 밀접하다는 건 알겠고,
감정이나 습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도 공감되는데,
막상 책을 펴보면 너무 어렵고 용어도 낯설고,
몇 장 읽다가 덮어버린 경험이 반복되곤 합니다.
저도 그랬어요. 처음엔 막연하게 ‘의대 교과서라도 들춰볼까?’ 하는 생각도 했고, 논문을 찾아 읽어보려다가 몇 줄 읽고 좌절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결국, 가장 좋은 시작은 ‘내 삶과 연결된 책을 읽는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어요.
가장 쉬운 시작은 '책을 읽는 것'입니다
뇌과학을 전공으로 배우지 않더라도, 일상 속에서 삶을 이해하기 위한 도구로 접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길은 ‘책’입니다. 그것도 전공서적이 아닌, 뇌과학을 삶의 언어로 풀어낸 교양 도서들. 물론, 책이라고 해서 무조건 쉽다는 뜻은 아니에요. 처음엔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죠. 하지만 그럴수록 더 중요한 건, 우리가 책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책을 펴자마자 드는 생각들
특히 “책이 너무 어렵다”, “내용이 복잡해서 외워야 할 것 같다”, “읽긴 읽는데 뭔가 남는 게 없다”… 아마 뇌과학 책을 시도했던 분들이라면 공통적으로 겪어본 감정일 거예요.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책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이해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단 하나만 가져가도 된다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에서 '하나의 구조'만 남겨도 충분합니다
뇌과학 책을 읽을 때, 가장 중요한 건 모든 용어를 다 이해하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결국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다는 거군.’ 이 한 줄의 감각이 남으면, 그 책은 충분히 나에게 의미 있는 책이 됩니다. 뇌과학 책은 ‘정보’를 얻기 위해 읽는 게 아니라, 내 감정과 습관을 바라보는 새로운 프레임을 하나 더 배우는 도구라고 생각하면 훨씬 가볍고 유용해져요.
뇌과학 책은 하나의 명제를 반복합니다
조금만 유심히 보면, 대부분의 뇌과학 책은 결국 하나의 중심 메시지를 가지고 있어요.
『우울할 땐 뇌과학』은 말합니다. “우울은 뇌의 균형이 깨진 결과이며, 작은 습관들이 회복의 단서가 된다.”
『브레인 에너지』는 “정신질환은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에서 시작된다.”
『움직임의 뇌과학』은 “뇌는 움직이기 위해 진화한 기관이다.”
『인스타 브레인』은 “우리 뇌는 아직 원시 사냥꾼의 시스템을 쓰고 있고, 그래서 스마트폰 환경과 충돌한다.”
『나를 알고 싶을 땐 뇌과학을 공부합니다』는 “우리 뇌에는 네 가지 캐릭터가 있고, 그 조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제 책, 『내 마음을 위한 뇌과학』은 “모든 감정과 상황에는 각각의 뇌과학적 원리가 있다.”
다양한 표현과 예시, 연구 결과들이 등장하지만,
결국 그 책마다 말하고 싶은 ‘한 문장’은 정해져 있습니다.
그걸 중심으로 읽으면, 뇌과학 책은 훨씬 가볍고 선명해집니다.
자꾸 반복되면, 그게 핵심입니다
그리고 뇌과학 책을 몇 권 읽다 보면, 자꾸 반복해서 등장하는 통찰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어떤 책에서는 진화론적 관점에서 원시 뇌가 ‘움직임’과 ‘생존’을 위해 어떻게 설계되었는지를 설명하고, 또 다른 책에서는 현대 사회의 정적인 환경과 원시 뇌의 불일치가 스트레스와 중독을 유발하는 이유를 다룹니다.
또 책마다 스토리는 다르지만, 결국 자주 마주치는 공통된 단어들이 생깁니다. 편도체, 전전두피질, 자율신경계 같은 이름들이죠. 처음엔 생소하지만, 책을 여러 권 읽으며 다른 맥락 속에서 반복해서 만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익숙해집니다.
“아, 편도체는 불안과 공포 반응을 처리하는 곳이구나.”
“전전두피질은 고차원적인 사고와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뇌의 앞부분이구나.”
“자율신경계는 우리가 위급할 때 자동으로 몸을 반응하게 만드는 시스템이구나.”
이렇게 반복을 통해 뇌의 기본 지도와 회로가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할 때,
비로소 뇌과학은 어려운 지식이 아니라 내 삶에 직접 연결되는 구조의 언어가 됩니다.
저는 이런 태도로 읽습니다
저는 뇌과학 책을 읽을 때 이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해요.
“아, 이 책은 결국 이런 말을 하려고 하는구나.”
“그래서 내 감정이나 습관을 이런 식으로 볼 수 있겠구나.”
뇌과학 책은 모든 걸 다 이해하고 넘어가는 종류의 책이 아니라, 결국 한 문장으로 내 안에 남겨질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문장으로 남든, 그것이 내 삶을 바라보는 언어가 될 수 있다면, 그 책은 아주 잘 쓰인 책이고, 나는 그걸 아주 잘 읽은 겁니다.
다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뇌과학을 처음 공부하는 분들이라면, 이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다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뇌과학 책은 지식을 암기하는 책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구조를 하나 더 배우는 책이에요. 그러니 그 책이 말하고자 하는 하나의 중심 구조만 기억하세요. “그런 감정이 드는 건, 뇌의 이 회로가 그렇게 반응하기 때문이구나.” — 이 하나만 남겨도, 그 책은 분명 당신의 삶을 바꿔줄 수 있습니다.
이제 다음 편에서는 이렇게 말해볼 수 있겠죠.
“그래서, 어떤 책부터 읽으면 좋을까요?”
→ 《당신의 삶에 뇌과학이 필요한 이유》 7편에서,
‘뇌과학 책을 고르는 법’을 구체적으로 안내해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