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을 설계하는 뇌과학
좋은 습관을 만들고 싶다면, 그 회로부터 알아야 합니다
무언가 좋은 습관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 있으신가요? 책을 읽고 싶다, 운동을 꾸준히 하고 싶다, 혹은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싶다. 그런데 막상 시작은 해도 오래 이어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럴 땐 의지보다 먼저, 질문을 바꿔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습관이 뇌에 어떤 변화를 줄까?” — 저는 이 질문이야말로, 어떤 습관을 진짜 ‘내 것’으로 만드는 출발점이라고 믿습니다. 단지 반복해서 하라는 말보다, 뇌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아는 것이 훨씬 더 강한 동기부여가 되어주니까요.
독서와 전전두피질
막연히 “책을 많이 읽어야 해요”라는 말은 설득력이 약합니다. 왜 읽어야 하는지 모르니까요. 그런데 “책을 읽을 때는 논리적 사고, 문제 해결, 자기 통제가 관련된 배외측 전전두피질(DLPFC)이 활발히 작동합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다르게 느껴집니다. 내 뇌의 특정 회로가 활성화된다는 걸 알게 되면, 그 습관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지죠. 실제로 『독서의 뇌과학』에 따르면, 소리 내어 책을 읽을 때 이 효과가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고 해요. 저는 이걸 알고 나서, 책을 소리 내어 읽으며 정신이 또렷해지는 순간이 있을 때 그 ‘효과’를 의식적으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효과를 다시 느끼고 싶어서 더 자주 책을 펼치게 되더라고요. 지식이 습관에 의미를 더해주는 선순환이 생긴 거죠.
운동과 뇌의 성장
운동도 마찬가지예요. 예전에는 ‘건강에 좋으니까 해야지’라는 정도의 마음으로 뛰었는데, 뇌과학을 알고 나서는 완전히 달라졌어요. 런닝을 하면 뇌에서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라는 물질이 분비되어 새로운 신경세포의 생성을 돕고, 운동 직후에 학습을 병행하면 이 뉴런들이 연결되어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 운동이 단순한 체력 활동이 아니라 ‘뇌를 성장시키는 일’이라는 실감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종종 운동을 마친 직후, 땀이 마르기 전 짧은 독서나 글쓰기를 하기도 해요. 이때의 학습은 마치 새로 열린 회로 위에 지식을 흘려보내는 느낌이 들고, 그 집중의 깊이도 다르게 느껴지더라고요.
또 한편으론, “뇌는 움직이기 위해 존재한다”는 진화론적 설명도 있어요. 인간은 환경을 탐색하고 생존하기 위해 복잡한 뇌를 발달시켜 왔고, 그 바탕에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이걸 알고 나면, 나의 운동이 단지 다이어트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뇌의 확장을 위한 본질적인 활동이라는 인식이 생겨요. 그리고 그 인식은 실천을 훨씬 단단하게 지탱해줍니다.
모든 습관은 뇌 회로 위에 있습니다
사실 이건 독서나 운동뿐만이 아니에요. 악기 연주, 그림 그리기, 언어 공부, 글쓰기, 심지어 좋아하는 취미 활동까지 — 모든 습관은 뇌 안의 특정 회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회로가 어떤 기능을 갖고 있고, 어떤 방식으로 강화되는지를 알게 되면, 우리는 그 활동의 ‘가치’를 뇌 수준에서 인식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면 동기부여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고, 반복 속에서도 ‘지루함’보다는 ‘의미’가 생깁니다. 그 효과를 아는 사람은 그 활동을 더 오래 지속할 수 있어요.
뇌를 아는 것은 나를 성장시키는 설계도입니다
습관은 반복이고, 반복은 회로를 만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맞는 말이에요. 그런데 그 반복을 더 잘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건 단순한 인내심이 아니라 이해와 의미입니다. 저는 습관을 만들고 싶을 때마다 그 습관의 뇌과학적 원리를 먼저 공부합니다. 그러면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실제로 실천했을 때 느껴지는 효과가 더 또렷해지고, 그 효과를 반복하고 싶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지거든요. 뇌를 안다는 건 결국, 나를 더 잘 움직이게 만드는 언어를 배우는 일입니다. 감정도, 생각도, 행동도. 모두는 회로 위에 있고, 회로는 훈련될 수 있어요. 뇌를 공부한다는 건, 결국 나의 가능성을 더 잘 설계하기 위한 도구를 갖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