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전략과 우리가 먼저 길러야 할 능력
우리는 왜 뇌과학을 공부할까요?
지식이 많아지면 삶이 자동으로 바뀔까요?
그보다는, 우리가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조금 더 나답게 살아가기 위한 도구가 필요하기 때문일 거예요.
그렇다면 뇌과학이라는 도구를 실제로 삶에 적용하는 법,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저는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탑다운 전략: 지식을 먼저 공부하고, 삶에 적용하기
먼저 뇌과학 지식을 공부하고,
그걸 나중에 일상 속에 하나씩 꺼내어 쓰는 방식입니다.
이를테면 뇌의 구조나 회로에 대한 책이나 강연, 팟캐스트를 접하면서
“아, 뇌는 이렇게 작동하는구나”라는 감각을 먼저 익히는 거죠.
예를 들어 『도파민네이션』이라는 책에서는
쾌락과 고통이 저울의 양쪽 추처럼 작용한다고 설명합니다.
쾌락을 과하게 추구하면 뇌의 기준점이 고통 쪽으로 기울고,
반대로 운동, 찬물 샤워 같은 의도적 고통을 줄 때
뇌는 평소에도 쾌락에 더 민감해지는 방향으로 조절된다고 말합니다.
이 원리를 알고 있으면, 삶의 선택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또 스탠퍼드 신경생물학자 앤드류 휴버만 교수는
우리가 가장 피하고 싶은 일을 해낼 때,
aMCC(전방 중대상피질)가 활성화되고,
의지력과 끈기가 길러진다고 말합니다.
이런 정보를 안다면, 지금 하고 있는 도전이
나의 뇌를 성장시키고 있다는 믿음이 생기겠죠.
이처럼, 지식을 먼저 공부하고,
삶의 여러 순간에 그 지식을 끼워넣는 방식이 바로 탑다운 전략입니다.
지난 편에서 소개한 『정리하는 뇌』, 『독서의 뇌과학』, 『움직임의 뇌과학』 같은 책들이
이 전략에 좋은 재료가 되어줄 수 있고요.
뇌과학자의 강연, 팟캐스트, 스레드도 훌륭한 공부 도구입니다.
바텀업 전략: 문제를 먼저 인식하고, 뇌과학을 찾기
반대로, 지금 내 안에 있는 문제에서 출발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요즘 우울하다면,
“우울할 때 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하는 호기심으로
『우울할 땐 뇌과학』을 펼쳐보는 거죠.
이렇게 내가 겪고 있는 감정이나 행동을 기준으로,
거기에 맞는 책이나 콘텐츠를 처방처럼 고르는 것이 바텀업 방식입니다.
불안하다면 →『불안할 땐 뇌과학』
생각이 너무 많고 정리가 안 된다면 →『정리하는 뇌』
책을 읽고 싶은데 잘 안 된다면 →『독서의 뇌과학』
움직이고 싶은데 자꾸 눕게 된다면 →『움직임의 뇌과학』
이 전략을 쓰기 위해선 가장 먼저,
내가 지금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정확하게 아는 것,
즉 메타인지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감정 일기'를 권합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감정이 올라올 때
“이게 정확히 어떤 감정이지?”를 묻는 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감정 일기를 권합니다.
“오늘 어떤 일이 있었고,
그 일 앞에서 내가 어떤 감정을 느꼈고,
그게 나를 어떻게 힘들게 했는지”
짧게라도 써보는 거예요.
그러면 점점 보이기 시작합니다.
“나는 요즘 자꾸 불안해서 힘들구나.”
“나는 자책의 감정에 쉽게 빠지네.”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지면 무기력해지는구나.”
이렇게 감정의 정체를 알게 되면,
그 감정에 맞는 뇌과학적 재료를 찾는 건 오히려 쉬워집니다.
‘책’이든, ‘영상’이든, ‘글’이든,
이미 세상엔 수많은 자료들이 있으니까요.
결국, 우리가 길러야 할 건
모든 정보를 다 아는 능력이 아니라,
지금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선택하는 능력입니다.
그래서 저는, 감정을 나눠 적었습니다
제 책 『내 마음을 위한 뇌과학』에서는
‘부정적인 감정’을 그냥 ‘우울’이라는 하나의 말로 묶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자책, 회피, 예민, 무기력, 걱정, 눈치…
총 15가지로 나누었어요.
왜냐하면 감정은 하나로 퉁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모두 다른 회로, 다른 이유, 다른 대응법이 필요하니까요.
자책과 회피는 같은 해결책이 통하지 않고,
예민함과 무기력은 전혀 다른 회로에서 출발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내 마음을 더 정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그게 뇌과학을 공부하는 것보다 먼저일지도 몰라요.
지식을 적용하는 태도,
그 태도는 늘 나를 정확히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 다음 편에서는,
‘뇌의 기본 구조와 회로’를 좀 더 쉽게 정리해드릴게요.
뇌과학 책을 조금 더 편하게 읽고 싶은 분들을 위해
꼭 알아두면 좋은 핵심 원리만 담아볼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