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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May 02. 2016

나쁜 남자의 진실

                                                                                                                                                                                                                                                                            

내 친구 S는 유난히 나쁜 남자에게 많이 끌린다. 

대학생일 때는 좋아하던 선배가 어려운 집안형편 때문에 호스트바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것을

이해하며 혼자 속상해 우는 정도였다.

최근에는 직장에서 알게된 L과장과 급격히 친해졌고, 술을 마시고 잠을 자게 된 경험을

몇번 하게 되자 서로 감정적으로 육체적으로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하지만 알고보니 L과장은 오는 5월에 결혼할 여자친구가 이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래도 감정을 추스릴 수 없는 S는 시시때때로 술한잔 하자며 불러내는 이 사람을 거부할 수 없어

매번 나가 술한잔, 그리고 때론 잠자리까지 함께 하곤 했다.

몇개월간 그러한 관계를 유지하다 결국 결혼이 가까워져 오자 L과장은 S에게

그만 만나자며 더이상 연락하지 않겠다고. 또 그 말을 하기 위해 구지 S를 술자리에 불러냈고

결국 S는 눈물을 펑펑 쏟으며 내게 전화를 해 말했다

"내가 뭘 바란 것도 아닌데 왜 이런 말까지 들어야 하는걸까.."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 건 중고등학교 때 철없는 때 이야기라고도 하지만,

실상은 나이를 먹고도 내 주변에는 소위 나쁜 남자에게서 느껴지는 치명적 매력을

억지로 외면할 뿐 자연스레 끌리는 감정을 거부하지 못하는 사람은 아직도 많은 것 같다.

여기서 나쁜 남자들의 대중적인 정의는.

일반적으로 여자와의 관계에 있어 한마디로 여자를 함부로 대하거나

만만하게 여기어 여자의 마음을 힘들게 하는 것이 가장 포괄적인 의미.

이외 강한 남성성을 풍기며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남자,

여우같이 뒤에서 호박씨 까는 남자, 

여자편력이 있는 남자 등등도 포함을 한다.

내가 궁금한건

나쁜 남자들에게 여자들이왜 끌리는 걸까.

여자들에게도 가지기 힘든 존재에 대한 정복감이 있는 것인가.

아니면 나라면 이 사람의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을꺼야라는 일종의 모성본능?

또는 나에게 함부로 하는 나쁜 남자란 있을 수 없다는 깊은 자아..

일종의 모험심?

그냥..말로 설명하기 힘든 끌림?

문득 인간의 본질적인 인성을 학론으로 주장하신 맹자 선생님에게 물어보고 싶다.

맹선생님, 

나쁜 남자는 원래 나쁜거에요? 아님 나빠진거에요?

A라는 여자가 있다.

A라는 여자는 항상 자기에게 차갑게만 구는 B라는 남자를 마음 속에서 떨쳐낼수가 없다.

그녀는 자기만 안달나있는 자존심 상하는 상황이었지만

B에게 끌리는 마음을 어쩔 수가 없다.

자신을 막 대하고 만만하게 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B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다.

A는 구지 나쁜 남자라는 정의를 내리진 않았지만.

B가 남자답고, 시크하고, 자존심이 센 스타일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 성향일 뿐이라고.

그러던 어느날 A는 설레는 마음으로 B를 만나게 되고

커피숍에서 B가 화장실에 간 사이 

B가 탁자에 두고간 휴대폰에 자꾸 눈이 갔다.

자신과 만날때 늘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집중하지 못하던 B의 행동이 

영 거슬려 이러면 안되는걸 알면서도 손까지 간다.

B의 휴대폰에서 카톡을 눌러, 여자이름으로 보이는 듯한

상단쪽 대화를 클릭해본다.

B : 오늘은 또 왜 안되는데? ㅠㅠ

여자 : 어제 술 많이 마셨음

B : 그럼 해장이라도 할래? 복국 사주까??? 지리 먹자 지리~!!

여자 : 노노

B : 흑. 그럼 쉬구 이따 연락줘 *^^*

A는 멍해진다.

남자답고, 시크하고, 자존심이 센 B가

카톡 속에서 감정표현 충만한 아이콘과 기호를 사용하다니 ...

A는 깨닫는다. 

B는 나쁜 남자가 아니라, A를 좋아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그 B가 좋아하는 여자는 B에게 나쁜 여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생각한다.

나쁜 남자는 원래부터 있는 게 아니라

여자가 만드는 것은 아닐까.

처음부터 나쁜 남자, 나쁜 여자는 없다.

누구나 내가 더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약자가 되고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강자가 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어렵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쉽고 만만하다.

조미료도 아닌, 감정을 5대 5 비율을 맞추지 못하는 

그 사실에 누군가 한명은 늘 아파한다.

그렇다면 때론 유치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어렵겠지만, 내가 주는만큼 못받아도 줄 수 있다는 걸 행복해하는 마음

받는 만큼 못주더라도 주는 사람에 대해 감사한 마음.

그리고 이 자체도 아름다운 인생의 한 과정이라 여기는 정도 말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건

나 자신도 그만큼 아낄 줄 아는 꾀는 부려야 한다.

자기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왜곡된 익숙함이 되는 건

정말 질색이다.

나를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퍼주기만 하고

싫은 소리 못하고

부르면 냉큼 달려가는

그 순수한 사랑이

바로 인간의 배움을 통한 사악함을 자극하여

나쁜 남자로 만들게 되는 것은 아닌지.

에라이, 나도 잘 모르겠다.

다 제끼고 그냥 마냥 좋은 이 순수한 마음을

누가 욕할 수 있으리.

그러나 가끔은 이런 순수한 마음을 가진 내 친구가

참 미련하고, 속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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