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꽃은 시들 때 가장 아름답다.
피어남의 고통을 앓던 꽃잎이 힘을 빼는 순간, 그윽한 향기는 땅속으로 스며든다.
누군가의 발끝에 밟히거나 바람에 실려 어디론가 사라져도, 꽃은 꽃잎을 움켜쥐지 않는다.
"마지못해 피어 있지 말라"는 계절의 속삭임을, 그들은 귀 기울여 듣는 법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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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무는 해가 지는 것을 막으려 손을 뻗는 이여,
그대의 그림자가 점점 길어지는 것은 해가 아니라 그대의 등 뒤에 선 시간의 몸짓이다.
잎새가 시들면 나무는 가지를 툭 턴다.
흙으로 떨어진 잎은 뿌리의 밥이 되고, 뿌리는 다시 잎을 키우느라 숨죽인다.
버티는 것만이 생명의 전부라 믿는가?
가장 견고한 뿌리도 때로는 부서진 돌틈으로 스며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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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강물은 멈추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다가,
오히려 돌을 간다.
그러니 그대여, 갈라진 입술로 허기를 삼키지 말라.
마른 강바닥에 누워 하늘을 보라.
구름은 그곳에서도 비를 머금고 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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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사람은 촛불처럼 살아간다.
심지는 꺼져도 밀랍은 남아, 다시 불을 키울 뼈대가 되듯이.
"아직이다"라고 속삭이는 밤마다,
촛불은 스스로를 태우며 시간을 잴 뿐.
하지만 그 재는 창가에 놓인 화분의 거름이 되고,
화분에서는 새싹이 고개를 든다.
꺼짐은 또 다른 피움의 서곡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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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모래알이 조개 속에서 진주가 되려면,
조개는 상처를 끌어안아야 한다.
그대의 상처를 부둥켜안는 순간,
그것은 단단한 껍데기가 아니라 빛을 내는 보석의 씨앗이 된다.
아프다고 부서지지 말라.
조차도 바다는 밀물과 썰물을 견디며 숨을 고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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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겨울나무는 옷을 벗는다.
추위에 덜덜 떨며 잎을 지켜내지 않는다.
대신 뿌리 깊은 어둠 속에서 눈물 같은 수액을 키운다.
봄이 오면, 그 눈물은 새순이 되어 터지리라.
버티지 않아도 된다.
시들어도, 말라도, 그윽한 향기는 땅속에 남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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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그대가 지친다면 지쳐도 좋다.
마치 돌이 닳아 강물이 되듯,
닳아 내림은 흐름의 일부다.
피어 있지 않아도,
그대의 뿌리가 땅속에서 울림을 만들 테니.
말라, 그래도 좋다.
시들음은 영원한 봄을 위한 몸짓이니까.